#루크유키
6.5장
6장에서 루크가 감독생을 감싸고 자기가 대신 상처입는 걸 봤는데…… 그 때 유키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굳이 자신을 감싸고 대신 상처를 받는 사람이 없어도 5장이든 6장이든 마법을 쓸 수 없는 감독생이 자괴감이나 무력감을 느낄 부분은 넘친단 말임.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보호받기만 할 때의 무력감은 무시할 수 있는 게 못 됨.
왜 따라왔을까. 나는 그저 짐덩어리일 뿐이잖아. 보호받기만 하는 건 싫어.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는 내가 싫어. 마법만 쓸 수 있었더라면……. 대충 이런 생각을 한 번쯤은 하지 않았을까? 학교에서 조용히 루크와 에펠을, 그리고 잡혀간 사람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릴 걸 그랬다고. 마법도 쓸 줄 모르는 내가 굳이 여기까지 와서 무슨 좋은 일을 겪고 무슨 좋은 말을 듣겠다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인 내가……. 와 같은 생각을 말임. 아무리 루크가 감독생에게는 감독생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이런 식으로 말해줘봤자 귀에 안 들어올 듯. 당연한 거 아니야? 지금의 나는 보호 받아야 할 일반인이고, 당신들에게 단순한 짐덩어리 그 이상도 이하도 되지 않는데. 내가 억지로 따라오지 않았더라면 나 같은 걸 챙길 필요도 없었을 거고, 당신들이 다칠 일도 없었을 텐데……. 아니, 적어도 내 몸을 내 스스로가 지킬 수라도 있었더라면. 작은 마법이라도 사용할 수 있었더라면…….
어쨌건 6장 끝나고 고물 기숙사로 돌아와서 잠을 자다가 원령에게 홀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음. 원령은 카론이 학교를 습격했을 때 들어온 거였는데, 들키지 않게 학교를 돌아다니다가 나약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유키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 거임. 모습을 숨기고 따라다녔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건 당연하고…… 심지어 다른 고스트들도 그 존재를 몰랐을 듯. 아무튼 유키도 웬만해서는 원령에게 홀리지 않았을 텐데 그 이후로 멘탈이 약해져서 원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거였으면 좋겠다.
‘마법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지?’
‘사용할 수 있게 해 줄까?’
‘나는 널 도와주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지금까지 힘들지 않았니?’
‘좋아하는 선배도 너를 한심하게 생각하잖아? 그에게 짐만 되었지?’
‘마법을 쓸 수 있게 된다면 너도 더이상 그에게 짐이 되지 않을 거야.’
‘그를 다치게 할 일도, 그가 너를 사랑하게 만들 수도 있지.’
‘그러기 위해서 네가 해야 할 것은 하나야.’
‘내 마력을 네게 나눠주려면 잠시 네 몸에 들어가야 하니,’
‘눈을 감고…… 말하렴.’
「들어와도 좋아요」
그렇게 원령에게 몸을 내어주고 의식이 잠들어버린 유키……. 유키 행세를 하며 그림과 크로울리마저 속여 넘겼는데 루크만이 유키를 알아봤으면 좋겠다……. 크로울리와 마력이 생겼으니까 기숙사 배정을 다시 해야 한다 등의 이야기를 한 이후, 루크가 갑자기 고물 기숙사에 와서 차 한 잔 얻어 마시고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잠깐의 대화만으로 자신과 대화하고 있는 사람은 진짜 유키 화이트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음……. 자기 혼자서 해결하려 했는데 그날 밤 크로울리에게 연락이 왔으면 좋겠다.
“루크 헌트 군, 자네라면 파악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키 군에게 생긴 이변을요.”
“알고 있었습니까?”
“저를 뭘로 생각하는 겁니까? 모를 리가 없지요! 유키 군은 마력이 없는 학생으로 저는 그의 학교생활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학생을 생각하는 다정한 교장선생님으로서 말이죠!”
“……마담 블랑셰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예. 그렇지만 제가 해결하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어서 말이죠.”
“알겠습니다.”
아 진심 존나 길어지네…… 암튼 빙의한 원령 퇴치하려다가 원령에게 멘탈공격 당하는 선배가 보고 싶군요…… 거기까지 쓰기엔 기력도 없지만ㅋㅋㅠㅠ
“동화 속 왕자님의 등장이신가? 멋진걸.”
“왕자님이라는 말은 조금 거북해, 마담 고스트.”
“그래? 그럼 언제나 그렇듯 루크 선배라고 불러드릴까요?”
“마담 블랑셰의 흉내를 내는 것도 그만둬 주겠어?”
“차암, 유머를 모르는 사람이라니까.”
“유머 코드가 안 맞나 보네, 진짜 마담 블랑셰와는 달리.”
“그래? 당신의 ‘마담 블랑셰’가 맞춰준 건 아닐까?”
“그럴 리가.”
“이 아이가 왜 나를 받아들였는지 아니?”
“……그것은 마담 블랑셰와 당신만이 알겠지.”
“이 아이가 나를 받아들인 이유는 말야…… 당신 때문이란다?”
“……뭐?”
“적어도 내 한 몸이라도 지킬 수 있었더라면…….”
“…….”
“할 줄 아는 것 없는 짐덩어리로 남고 싶지 않아.”
“…….”
“나를 지키려다가 다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
“그것이 특히 루크 선배라면, 차라리…….”
“마담 블랑셰는 내게 짐인 적 없었어.”
“당신의 마담 블랑셰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그럴 리 없어.”
“아하하! 정말 이 학원의 사람들은 이 아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