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사과 파이와 크렌베리 잼
가을이니까 사과 수확철이네. 에펠은 또 본가에서 사과를 받지 않았으려나. 사과 한 상자. 9월부터 12월까지 석 달. 친구들과 나눠 먹는다면 못 먹을 양도 아니지만, 에펠이 사과를 한 상자만 받지는 않았을 것 같다. 달콤하거나 산미가 적은 종부터 산미 강한 종까지 다양하게도 받았겠지(ㅋㅋ) 사과와 자주 같이 키우곤 하는 종의 과일들도 받았을 테고. 가장 많은 건 사과일 테지만.
어느 날 에펠이 본가에서 받은 사과와 크렌베리 잼을 들고 낡은 기숙사로 찾아갔으면 좋겠다. 사과는 달콤하고 산미가 낮은 품종을 골라서 한 바구니 가득 들고 가서는 질문하는 거지.
혹시, 낡은 기숙사의 주방을 좀 빌릴 수 있을까?
폼피오레에도 주방이 없는 건 아니야. 오히려 낡은 기숙사보다 설비는 훨씬 좋을걸. 에펠이 공식적으로 들고 온 핑계는 ‘기숙사 친구들에게 한 조각씩 주다 보면 나는 한 조각도 못 먹을지 몰라. 네게도 하나도 못 줄 지 모르고.’지만, 신사적인 (혹은 신사적인 태도를 유지하려 노력하는) 폼피오레 학생들이 거절하는 친구의 애플 파이를 빼앗지는 않을 테고, 에펠도 거절을 잘 하는 소년이니까. 그렇지만 유키는 그걸 알면서도 제 친구를 선해하는 면이 있어서, 에펠도 폼피오레의 친구들에게 하나씩 주려다가 결국 주고 싶은 제 ‘베스트 프렌드’에게 파이를 못 주는 상황에 처하는 건 싫을 테니까. 에펠의 사과 파이가 좋기도 하고 말이야!
아무튼 그림과 에펠과 유키의 우당탕탕 베이킹 타임이 지나고 파이 겉에 계란물을 바른 사과 파이가 오븐 안에서 맛있게 익어갈 쯤, 유키가 ‘지난 주에 만들었다’며 크렌베리 잼을 꺼내. 학원 뒷산에 자생하는 크렌베리를 주워서 그렇게 달지 않게 만든 것. 설탕이 충분히 많이 들어갔지만 크렌베리가 워낙 셔서 새콤하다며 입술을 삐죽이며 말하는 유키. 에펠은 그런 유키가 귀엽다고 생각하고, 그림은 ‘그래도 생크림이랑 같이 먹으니까 맛있었다구!’ 하고 자신있게 말할 거 같다.
사과 파이가 다 익으면 오븐에서 사과 파이를 꺼내고, 냉동실에서 대량구매해 둔 바닐라 아이스크림 파인트도 꺼내고, 크랜베리 잼까지 모두 적당한 그릇에 덜어서 나눠주는 거야. 그러고 셋이 나란히 앉아서 ‘잘 먹겠습니다!’ ‘잘 먹을게, 에펠.’ ‘맛있게 먹어주는 데에 감사하라구!’ 이런 말들을 하며 나눠 먹었으면 좋겠다.
따뜻한 어느 가을, 휴일의 오후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