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유키

SCENE너의 미소


에이스는 분명 유키의 첫번째라면 연인이 아니어도 좋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에이스의 첫사랑이 유키가 아닌 건 아닐수도. 에이스는 이전에 연애를 했으니까 첫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모두가 첫사랑과 첫 연애를 하는 것이 아니듯 사랑과 연애 수행은 분리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에이유키 루트 에이스 트라폴라의 진짜 첫사랑은 유키 화이트라고 주장하고 싶다. 에이유키 루트가 아니라면 뭐 상관없음.


아무튼 에이스는 첫 눈에 유키를 귀엽다고 생각했지만, 귀엽다고 해서 모두 사귀는 것도 아니니까. 자신이 귀엽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사랑을 고백해야 한다면 에펠은 NRC 전원에게 ‘하나 둘 셋! NRC 학생입니다! 사랑합니다 에펠 펠미에 씨!’ 당해야 할걸. 꼭 귀엽다는 마음과 사랑이 등치되는 건 아냐. 그냥 친한 친구로 오래 지내고 싶을 수도 있잖아. 그래서 에이스 트라폴라는, 그때까지 자기가 유키를 그런 식으로 보는 줄 알았을걸. 웃는 걸 더 오래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에도 아끼는 친구가 웃으면 좋으니까. 라고 생각할 테고, 눈물을 멈춰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에도 역시 아끼는 친구의 슬픔에 공감하는 거라고 생각하겠지. 친구 사이에서도 그를 행복하게 해주는 마음은 같아. 굳이 연인이 되어야만 그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건 아니지.


그렇지만, 만약 어느 날, 어느 순간에…… 유키 화이트의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고 제 안에 있는 연심을 깨닫는다면.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현재만 보는 남자가, 언제부터 있었던 건지 알 수도 없을 만큼 오랜 사랑에 놀랄 수도 있지 않을까?


친구든, 어떤 이름으로든 그의 ‘첫번째’로 있고 싶다는 마음이 어쩌면 독점욕이었을지도. 그 애의 시간을 독차지하고 싶다는 욕심이, 그 애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어느 순간 친구를 즐겁게 해주고 싶은 마음과 조금은 달라져 있다는 걸 눈치챈 순간……


에이스는 그냥 그대로 굳어서 유키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기만 할지도 모르지. 볼이 조금 붉어진 채로, 멍청한 표정으로 자신을 부르는 유키의 웃는 얼굴을 마주보면서,


아, 나는 저 애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저 애의 연인이 되고 싶었던 거구나.


이런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면. 그 다음날부터 유키 화이트를 대하는 에이스 트라폴라의 태도는 은근히 달라질 지도 모르지. 하츠라뷸의 조커 카드답게 들키지 않게 살금살금 그 애에게 다가가 심장에 제 이름을 새기는 거야. 나를 사랑해주세요. 하고 꼴사납게 간청하는 건 안 어울리니까, 꼭 유키가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어야지. 생각할지도 모르겠네. 어떻게 달라지더라도 유키는 바로 눈치채지 못하게 은근하게 바꾸겠지만 말이야.

#이도유키

SCENE 첫만남



제이드 : 왜 저희를 감시하고 있는지, 이유를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요?

유키 : 자, 잘생겨서요!

제이드 : ……네?

유키 : 어머, 저, 그. 멘쿠이(=얼빠)라서요? 잘생긴 사람이 두 명이나 있어서, 얼굴 감상하고 있었는데…… 아, 케이터 선배! 그러니까 말 걸고 당당하게 봤어야 했다니까요?

케이터 : 유키 쨩, 정말 엉뚱하네~…

제이드 : 그러니까… 단순히 얼굴, 때문에 보신 거라고요?

유키 : ……네! 이쪽은 제 친구들이고요.

제이드 : 그렇다기에는 멤버가 공교로운데요. 기숙사장과 부기숙사장이 모두 있고.

유키 : 에이스랑 듀스는 저랑 원래 같이 다니던 친구들이었고…… 리들 선배와 트레이 선배는…

제이드 : 그 두 분은?

유키 : 얼굴 뜯어먹으려다가(멘쿠이=얼빠=얼굴 뜯어먹는 사람) 위험해진다고 절 말리러…

제이드 : 그래요?

유키 : 아하하, 네… 이 학교, 잘생긴 사람들 많으니까 눈이 맑아지는 느낌이랄까. 그 중에서도 두 분, 무척 잘생겼으니까. 그러니까요.

플로이드 : 헤에~? 보는 눈 있잖아~ 그래서, 가까이에서 보니까 어때?

제이드 : 플로이드. 얼굴 들이대지 마세요.

유키 : 어… 뭐랄까, 멀리서 볼 때는 키가 커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눈에 들어왔는데, 가까이에서 보니까…

플로이드 : 가까이에서 보니까?

유키 : 두 분 이목구비는 똑같이 생겼는데, 분위기가 완전 달라서 그 부분이 심쿵한다고나 할까요. 저 분은 완전 차분한데, 선배는 야성적인 느낌이라.

플로이드 : 아 그래? 근데, 누가 봐도 된다고 했어?

유키 : 보면 안 되나요?

플로이드 : 안 돼. 얼굴 닳아.

유키 : 에에~? 진짜 너무해요.

플로이드 : 뭐.

유키 : 다음부터는 안 볼게요ㅠ

플로이드 : 의외로 말 통하잖아~? 제이드. 얘 웃기다.

제이드 : 그래요. 재미있는 분이군요. 오늘은 기분 좋으니까 저는 마음껏 보셔도 됩니다.

유키 : 아, 아하하…… 기분 나쁜 날에는 안 되는 건가요?

제이드 : 글쎄요. 그건 내일이 되어 봐야 알 것 같은데요.

유키 : ㅠㅠ네… 조심할게요.

제이드 : 어라, 뭘 조심한다는 걸까요.

유키 : 눈치 잘 보고 다니겠습니다!

플로이드 : 그래? 좋아! 웃기니까 별명이라도 지어줄게. 하얀색~이니까 시라다이쨩! 어때?

유키 : 에, 시라다이…? 백도미요?

플로이드 : 뭐. 불만있어?

유키 : 어, 없어요!!

플로이드 : 근데, 시라다이쨩. 왜 거짓말해?

유키 : 에?

플로이드 : 방금 거짓말했잖아. 시라다이쨩은 거짓말쟁이네~?

유키 : 그, 무슨 말씀이신지……

제이드 : 유키 씨를 너무 놀리지 마십시오, 플로이드.

플로이드 : 왜?

제이드 : 훤히 보이는 거짓말이라도 가끔은 속아넘어가줘야 할 때가 있는 법이랍니다. 그리고, 웃기지 않습니까? 저렇게 필사적인 게?

유키 : 아, 아하하, 거짓말이라니…… 정말 잘생겼다고 생각했는데…….

플로이드 : 시라다이쨩은 조용히 해. 꾸~욱 찌그러뜨린다?

유키 : 힉!

리들 : 여자아이에게 너무하잖아, 플로이드.

플로이드 : 어, 금붕어쨩이다. 미안, 작아서 있는 줄도 몰랐네~

리들 : 우기이이이잇! 플로이드 네놈! 너는 항상 그렇게 사람을 조롱하지! 가자, 유키. 저런 놈들 더 상대할 필요 없어!

유키 : 네, 네!

#제이유키

SCENE이터니티 플로트



밤에 그림을 루크에게 맡겨두고 제이드와 단둘이 곤돌라를 타러 갔으면 해. 그리고 바다로 나가서 함께 이런 대화를 했으면 좋겠어.


제가 이터니티 플로트를 한다면 곤돌라를 전속력으로 운전해서 도망치겠습니다

그 정도로 바다에 빠지는 게 싫으세요?

저런, 유키 씨는 바다에 빠지고 싶으신지?

네? 저, 제가요?

예. 바다를 좋아하시나요?

싫어하진 않지만… 저, 제가 이터니티 플로트를요?

예. 아마 플로이드가 도와줄 겁니다.

저, 무슨 말을 하시는지…

후냣!!! 부하!!! 루크가 괴롭힌다고!!!!

그, 그림?!

잠깐만 기다려, 무슈 털복숭이! 나쁜 짓을 하려는 게 아니란다!


제이드는 “네, 저와 이터니티 플로트를요. 모처럼 이런 곳에 왔기에…… 유키 씨는, 생각 없으십니까?” 하고 질문하려 했는데, 그림이 곤돌라에 뛰어드는 바람에 배가 넘어져서 둘 다 물에 빠져버렸으면 좋겠다. 유키와 함께 물에 빠져서 유키가 그림을 혼내는 걸 유쾌하게 지켜보는 제이드. 결혼식 식전 세레모니인 이터니티 플로트를 함께 하자는 말은 사실상 프러포즈에 가깝지만... 두 사람은 아직 연인도 아니었다는 이야기.


#NCP

SCENEles champselysees



산호 바다의 이터니티 플로트 기반. 햇빛의 나라 군청의 마을에 있는 공원-광장에서 유키가 노래를 불렀으면 해.


휘석국의 언어는 프랑스어나 독일어… 등등이려나. 아니면 휘석국 자체가 연방제 국가일 수도. 벤치에 제일 먼저 앉겠다는 그림을 쫓아 달리다가, 벤치에 앉아서 콧노래로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거.


그러다가 제이드가 부추겨서 나가서 노래해봤으면 좋겠다. 그림과 함께 춤을 추면서


Je me Baladais sur l'avenue~


하는 거 보고 싶어.


유키는 성악을 배웠으니까 샹송도 나름 잘하지 않을까 싶음! 가사를 1절까지만 기억하고 있어서 1절만 불렀을 듯. 완전히 성악 발성이라기보다는 조금 팝에 가까운 발성일 것 같다. 뮤지컬 발성.


즐거운 표정으로 이국의 언어로 낯선 이에게 마음을 연 채로 거리를 서성인다는 가사를 읊는 소녀.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제이드와 같은 색의 리본을 맨 그림과 손을 잡고 춤을 추는 유키 화이트.


루크는 프랑스어를 할 줄 아니까 가사를 알아듣겠네. 원래의 세계의 음악이라고 설명하고… 샹젤리제 거리를 걷는 이야기를 노래로 만든 거라고 말하면


오, 마담 블랑셰. 신기한 우연이 있구나. 휘석국의 언어와 닮은 구석이 있어서 물어봤어. 그것보다, 정말 Beaute! 그것보다도 곡이 정말 마담 블랑셰와 어울리는구나. 사랑스럽고 밝은 게 정말 딱이야! 마담 블랑셰를 위해 작곡되었다 해도 믿겠어. 나도 ‘샹젤리제’ 거리에 가보고 싶은걸!


이렇게 주접떨어줄 것 같음ㅎㅎ

#에펠유키

SCENE사과 파이와 크렌베리 잼


가을이니까 사과 수확철이네. 에펠은 또 본가에서 사과를 받지 않았으려나. 사과 한 상자. 9월부터 12월까지 석 달. 친구들과 나눠 먹는다면 못 먹을 양도 아니지만, 에펠이 사과를 한 상자만 받지는 않았을 것 같다. 달콤하거나 산미가 적은 종부터 산미 강한 종까지 다양하게도 받았겠지(ㅋㅋ) 사과와 자주 같이 키우곤 하는 종의 과일들도 받았을 테고. 가장 많은 건 사과일 테지만.


어느 날 에펠이 본가에서 받은 사과와 크렌베리 잼을 들고 낡은 기숙사로 찾아갔으면 좋겠다. 사과는 달콤하고 산미가 낮은 품종을 골라서 한 바구니 가득 들고 가서는 질문하는 거지.


혹시, 낡은 기숙사의 주방을 좀 빌릴 수 있을까?


폼피오레에도 주방이 없는 건 아니야. 오히려 낡은 기숙사보다 설비는 훨씬 좋을걸. 에펠이 공식적으로 들고 온 핑계는 ‘기숙사 친구들에게 한 조각씩 주다 보면 나는 한 조각도 못 먹을지 몰라. 네게도 하나도 못 줄 지 모르고.’지만, 신사적인 (혹은 신사적인 태도를 유지하려 노력하는)  폼피오레 학생들이 거절하는 친구의 애플 파이를 빼앗지는 않을 테고, 에펠도 거절을 잘 하는 소년이니까. 그렇지만 유키는 그걸 알면서도 제 친구를 선해하는 면이 있어서, 에펠도 폼피오레의 친구들에게 하나씩 주려다가 결국 주고 싶은 제 ‘베스트 프렌드’에게 파이를 못 주는 상황에 처하는 건 싫을 테니까. 에펠의 사과 파이가 좋기도 하고 말이야!


아무튼 그림과 에펠과 유키의 우당탕탕 베이킹 타임이 지나고 파이 겉에 계란물을 바른 사과 파이가 오븐 안에서 맛있게 익어갈 쯤, 유키가 ‘지난 주에 만들었다’며 크렌베리 잼을 꺼내. 학원 뒷산에 자생하는 크렌베리를 주워서 그렇게 달지 않게 만든 것. 설탕이 충분히 많이 들어갔지만 크렌베리가 워낙 셔서 새콤하다며 입술을 삐죽이며 말하는 유키. 에펠은 그런 유키가 귀엽다고 생각하고, 그림은 ‘그래도 생크림이랑 같이 먹으니까 맛있었다구!’ 하고 자신있게 말할 거 같다.


사과 파이가 다 익으면 오븐에서 사과 파이를 꺼내고, 냉동실에서 대량구매해 둔 바닐라 아이스크림 파인트도 꺼내고, 크랜베리 잼까지 모두 적당한 그릇에 덜어서 나눠주는 거야. 그러고 셋이 나란히 앉아서 ‘잘 먹겠습니다!’ ‘잘 먹을게, 에펠.’ ‘맛있게 먹어주는 데에 감사하라구!’ 이런 말들을 하며 나눠 먹었으면 좋겠다.


따뜻한 어느 가을, 휴일의 오후 시간. 

#에펠유키

SCENESweets Parade


愛、上、お菓子、下 

柿食うっけ?こんなにも

差しすせソフトクリーム

五臓六腑でいこう

―Sweets Parade / Hanazawa Kana


이누/보쿠 SS의 캐릭터송 중 하나인 Sweets Parade는 카루타가 자신이 좋아하는 와타누키와 함께라면 어떤 일상도 달콤하게 느껴진다는 노래. 카루타는 원귀의 본모습을 지닌 귀여운 먹보 소녀인데, 카루타의 노래가 정말 너무너무 ‘소녀’라서…… 이누/보쿠 SS는 한참 전에 끝난 시리즈지만 가끔 스위츠 퍼레이드는 찾아 들어.


유키 또한 카루타처럼 달콤한 것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일상을 사랑할 줄 아는 소녀라고 생각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일상을 달콤하게 느끼는 유키…… 유키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


카루타쨩의 짝인 와타누키는 약하고 힘도 없고 비겁해서 카루타쨩에게 지켜지지만, 유키는 그런 초인적인 힘 같은 건 없으니…… 유키가 가진 강한 것은 마음. 산산히 부서지지 않는 따뜻한 마음. 강인하고 선한 마음. 그런 것들. 현실적인 마음도 지니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당신 곁에 있으면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여자애가 보고 싶어.


역시 이 썰의 남자 주인공은 에펠이 어울리는 것 같다. 당연히 강인한 에펠은 와타누키와 일대일 대응하지 않아. 그렇지만 사실은 마카롱을 좋아하지 않는 남자아이가, 유키가 마카롱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렇게 작고 귀엽고 마음을 간지럽히는 디저트를 함께 먹어주는 게 보고 싶어. 이런 달콤하고 금방 부서질 게 뻔한 세계라도 유키가 살고 있는 ‘Sweets Parade’의 세계를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에펠이 보고 싶어. 실제로 지켜주기도 할 테지. 에펠은 지켜주고 싶은 여자친구의 환상 하나 못 지켜주는 아이가 아니니까.

#누가유키

SCENE슈가 레이스의 세계


쇼트 케이크 산, 캔디로 만들어진 나무, 초콜릿 강, 솜사탕 구름들로 이루어진 슈가 레이스의 세계를 유키가 충분히 맛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유키는 달콤한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달콤한 것들이 이렇게 많으면 달콤한 냄새에 코가 마비될 것 같다고 생각할 듯. 평생 살고 싶은 장소는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솜사탕이나 설탕 공예로 만들어진 것 같이 생긴 예쁘고 사랑스럽고 달콤한 여자애가 슈가 레이스의 세계에서 평생 살기 싫어하는 게 재밌을 거 같음.


그래서 탈출을 위해 일일 퀘스트 성공시켜야 할 때, 듀스와 이데아와 함께 퀘스트를 방해하려는 누가를 막을 때 전력으로 막을 거 같음. 육탄전까지 불사해가면서. 심지어 여자아이라는 메?리트까지 사용해가며 움직이지 못하게 할 거 같음ㅋㅋ


여자애를 때리거나 할 수 없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된 누가가 발 구르면서 소리질렀으면 좋겠다.


싫어~! 싫어싫어싫어싫어! 왜 나와 함께 슈가 레이스의 세계에서 영원히 살려 하지 않는 거야! 이 세계의 주인공인 누가 님의 하인이 되어 누가 님을 떠받들며 살면 행복할 텐데!


사실 처음의 싫어싫어 공격은 그림한테 하도 단련돼서 걍 먹금이 가능한데 마지막 말은 먹금 못할 것 같음. 그래서 반박하려고 하는데 제대로 된 논리가 나오기 전에 이런 말부터 나갔으면 좋겠음.


싫어! 난 여기 싫다구!

슈가 레이스의 세계가 싫다고?! 이 누가 님을 떠받드는 이 세계가 왜?!


이러는 와중에 빌은 골인해버리고 누가는 방해를 실패해 버리는 거지ㅋㅋ 실패했다는 걸 알고 나서 황망한 표정으로 이건 불가능해! 어떻게 이 세계의 주인공인 누가 님을 떠받들지 않을 수 있어! 불가능해! 치사해! 하고 소리지르는 누가…… 유키는 개한심한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누가가 코튼한테 정신 팔린 새에 그림 들고 다시 도망칠 것 같다.

#롤로유키

SCENE춤을 춰요, 에스메랄다


롤로 씨는 알고 있나요? 선량한 청년과 공정한 재판관, 그리고 아름다운 기사가 사랑하던 여자가 있었다는 걸.

무슨 뜻이지?

아무래도 알 수는 없겠죠. 이건 ‘제 세계’에만 전해지는 이야기니까요.


라고 말하며 씩 웃는 유키 화이트. 그러면서 ‘Belle(아름답다)’의 한 소절을 흥얼거려. 


그 치맛자락에 붙들린 내 눈길― 이런 내 기도에 의미가 있을까……

……어째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군.

왤까요? 그냥, 롤로 씨를 보니까 생각났어요. 


그러며 웃는데, 그 웃음에서 어쩐지 <파리의 노트르담>의 프롤로가 에스메랄다를 보며 느꼈을 전율을 느끼는 롤로. 순진한 웃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오히려 그 웃음 때문에 그 애한테서 악마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것 같다면.


순진한 소녀에게 악마적임을 느낀다는 사실이 기분이 이상해서 유키를 쳐다보고만 있으면, 유키는 까르르 웃으며 분수의 높은 돌 난간에 앉아 다리를 까딱거리며 노래를 불러. 노래는 콰지모도의 넘버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의 한 소절.


춤춰요 에스메랄다. 노래해요 에스메랄다. 함께 갈 수 있다면 죽음도 두렵지 않아―


이 노래는 무슨 노래냐고 질문하면 ‘죽은 에스메랄다를 안고 선량한 청년이 부르는 노래’라고 간단하게 설명함. 그러나 유키 화이트의 노래에서는 ‘콰지모도’의 고통이나 괴로움은 느껴지지 않고, ‘에스메랄다’가 콰지모도에게 느꼈을 안타까움도 느껴지지 않아서. 유키 화이트가 부르는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는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의 동요 같다고. 이런 노래를 맑고 깨끗하고 차분하게 부른다는 게, 어쩌면 콰지모도의 순수한 사랑을 비웃는 것처럼 느껴져서. 롤로는 어쩌면 그 순간, 유키 화이트가 두려웠으면 좋겠네……


아무튼, 롤로 씨도 롤로 씨만의 에스메랄다를 찾았으면 좋겠네요. 어떤 존재가 롤로 씨의 에스메랄다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분수의 난간에서 폴짝 뛰어내리며 소년의 마음을 온통 휘젓고 무도회장으로 돌아가는 유키. 롤로는 증오하는 대마법사 말레우스가 어딜 갔었냐며, 걱정했다고 말하는 것에 잠시 롤로 씨와 이야기를 나눴어요! 하고 대답하는 뒷모습을 멍하니 봐.


에스메랄다가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것이 감히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는 존재를 뜻한다면, 어쩌면 저 교활한 여자아이가 내게는…….


라는 생각이 들어서,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떨쳐냈으면 좋겠다.

#빌유키

SCENE백합의 관


백합이라는 주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다 백합이 가득 차 있는 관에 누워있는 유키 화이트의 이미지를 떠올림. 생각해보면 백설공주 모티브 같기도 하다. 흰 꽃이 가득 차 있는 유리 관에 누워 있는 하얗고 창백한 소녀의 이미지. 백합의 향이 너무 강한 나머지 소녀의 향이라거나, 숨결이라거나 하는 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리고 꿈에서 빌이 그 이미지를 봤으면 좋겠다. 하얀 머리칼을 풀어헤친 채 백합이 가득한 관에 누워 있고, 작은 요정들이 그의 죽음을 슬퍼하듯이 울며 관을 옮기고 있는 장면을. 꿈속의 빌은 문득 깨달아. 자신이 이 아이의 죽음을 사주했다고. 그 아름다움, 그 빛남, 그 선함을 질투해 유키 화이트에게 독사과를 먹이고 말았다는 것을.


그러나 곧 빌은 이상함을 느끼겠지. 그야, 당연히 유키는 아름답지만. 아름다운 외견에 어울리는 정신을 가진 사람이지만. ‘빌 셴하이트’ 자신이 그런 일을 저지를 리 없으니까. 당연하잖아. 그는 유키를 질투하지 않아. 그보다는……


그렇지만 요정이 울어. 삶의 증명인 숨은 느껴지지 않고, 투명한 유리를 녹여 만든 관 안에 유키 화이트는 갇혀 있어. 꿈 속 세계가 속삭여. ‘너’는 할 수 없다고. ‘너’는 악역이니까. 이 꿈 속에서 빌 셴하이트는 유키 화이트를 질투하여 결국 독살해버린 악역이니까. 그것은 반박할 필요 없는 진실이고, 그게 이 ‘세계’의 법칙이니까.


…….


그러나, 누가 그런 법칙을 정했지?


빌은 울고 있는 작은 요정들을 헤치고 걸어가, 두어 걸음 만에 관 앞에 도달하고, 유리관의 뚜껑을 열어. 그리고 누군가에게 들려주려는 듯 작게 속삭이지.


“백합으로 가득 찬 방 안에 있으면 질식한다는 말이 있지.”


특유의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유키의 이마에 키스하고, 항의하는 작은 요정들을 향해 말해.


“혹시, 이 아이를 가둬 죽이려는 것은 너희가 아니니?”


빛의 요정들이 순간 조용해지고, 그럴 리 없다며. 우리는 그러려고 한 것이 아니라며 요정 중 하나가 외쳐. 순식간에 혼란스러워진 공간. 아우성치는 요정들을 무시하고, 빌이 다시금 말해.


“사랑으로 한 사람을 구원한다니. 그런 간지러운 일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만 있는 것.”


이번엔 세계가 아우성쳐. 사랑은 모든 것을 구한다고. 악역 따위가 뭘 아냐고. 그렇게 태어나버린 남자가 세계의 법칙을 알기나 하냐고. 그 모든 걸 무시하고 빌이 선언해.


“그렇지만 굳이 사랑이 아니더라도 사람은 구할 수 있어. 그리고, 지금 여기서 유키를 구할 수 있는 건 역시 미디어 속에 ‘들어갈’ 수 있는 ‘배우’인 나밖에 없지.”


그렇게 그 창백한 입술에 입맞추고 유키가 천천히 눈을 뜨면.


“그게 ‘가짜’ 공주를 구하기 위해 ‘빌 셴하이트’를 불러들인 이유잖아. 그렇지 않니?”


귀에 속삭이는 빌. 그 말을 들은 꿈속 유키가 웃어. 암. 그렇죠. 가짜인 나를 구할 수 있는 건, 같은 가짜가 되어줄 수 있는 당신밖에 없죠. 그렇게 말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