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너의 미소
에이스는 분명 유키의 첫번째라면 연인이 아니어도 좋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에이스의 첫사랑이 유키가 아닌 건 아닐수도. 에이스는 이전에 연애를 했으니까 첫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모두가 첫사랑과 첫 연애를 하는 것이 아니듯 사랑과 연애 수행은 분리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에이유키 루트 에이스 트라폴라의 진짜 첫사랑은 유키 화이트라고 주장하고 싶다. 에이유키 루트가 아니라면 뭐 상관없음.
아무튼 에이스는 첫 눈에 유키를 귀엽다고 생각했지만, 귀엽다고 해서 모두 사귀는 것도 아니니까. 자신이 귀엽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사랑을 고백해야 한다면 에펠은 NRC 전원에게 ‘하나 둘 셋! NRC 학생입니다! 사랑합니다 에펠 펠미에 씨!’ 당해야 할걸. 꼭 귀엽다는 마음과 사랑이 등치되는 건 아냐. 그냥 친한 친구로 오래 지내고 싶을 수도 있잖아. 그래서 에이스 트라폴라는, 그때까지 자기가 유키를 그런 식으로 보는 줄 알았을걸. 웃는 걸 더 오래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에도 아끼는 친구가 웃으면 좋으니까. 라고 생각할 테고, 눈물을 멈춰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에도 역시 아끼는 친구의 슬픔에 공감하는 거라고 생각하겠지. 친구 사이에서도 그를 행복하게 해주는 마음은 같아. 굳이 연인이 되어야만 그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건 아니지.
그렇지만, 만약 어느 날, 어느 순간에…… 유키 화이트의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고 제 안에 있는 연심을 깨닫는다면.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현재만 보는 남자가, 언제부터 있었던 건지 알 수도 없을 만큼 오랜 사랑에 놀랄 수도 있지 않을까?
친구든, 어떤 이름으로든 그의 ‘첫번째’로 있고 싶다는 마음이 어쩌면 독점욕이었을지도. 그 애의 시간을 독차지하고 싶다는 욕심이, 그 애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어느 순간 친구를 즐겁게 해주고 싶은 마음과 조금은 달라져 있다는 걸 눈치챈 순간……
에이스는 그냥 그대로 굳어서 유키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기만 할지도 모르지. 볼이 조금 붉어진 채로, 멍청한 표정으로 자신을 부르는 유키의 웃는 얼굴을 마주보면서,
아, 나는 저 애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저 애의 연인이 되고 싶었던 거구나.
이런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면. 그 다음날부터 유키 화이트를 대하는 에이스 트라폴라의 태도는 은근히 달라질 지도 모르지. 하츠라뷸의 조커 카드답게 들키지 않게 살금살금 그 애에게 다가가 심장에 제 이름을 새기는 거야. 나를 사랑해주세요. 하고 꼴사납게 간청하는 건 안 어울리니까, 꼭 유키가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어야지. 생각할지도 모르겠네. 어떻게 달라지더라도 유키는 바로 눈치채지 못하게 은근하게 바꾸겠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