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춤을 춰요, 에스메랄다
롤로 씨는 알고 있나요? 선량한 청년과 공정한 재판관, 그리고 아름다운 기사가 사랑하던 여자가 있었다는 걸.
무슨 뜻이지?
아무래도 알 수는 없겠죠. 이건 ‘제 세계’에만 전해지는 이야기니까요.
라고 말하며 씩 웃는 유키 화이트. 그러면서 ‘Belle(아름답다)’의 한 소절을 흥얼거려.
그 치맛자락에 붙들린 내 눈길― 이런 내 기도에 의미가 있을까……
……어째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군.
왤까요? 그냥, 롤로 씨를 보니까 생각났어요.
그러며 웃는데, 그 웃음에서 어쩐지 <파리의 노트르담>의 프롤로가 에스메랄다를 보며 느꼈을 전율을 느끼는 롤로. 순진한 웃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오히려 그 웃음 때문에 그 애한테서 악마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것 같다면.
순진한 소녀에게 악마적임을 느낀다는 사실이 기분이 이상해서 유키를 쳐다보고만 있으면, 유키는 까르르 웃으며 분수의 높은 돌 난간에 앉아 다리를 까딱거리며 노래를 불러. 노래는 콰지모도의 넘버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의 한 소절.
춤춰요 에스메랄다. 노래해요 에스메랄다. 함께 갈 수 있다면 죽음도 두렵지 않아―
이 노래는 무슨 노래냐고 질문하면 ‘죽은 에스메랄다를 안고 선량한 청년이 부르는 노래’라고 간단하게 설명함. 그러나 유키 화이트의 노래에서는 ‘콰지모도’의 고통이나 괴로움은 느껴지지 않고, ‘에스메랄다’가 콰지모도에게 느꼈을 안타까움도 느껴지지 않아서. 유키 화이트가 부르는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는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의 동요 같다고. 이런 노래를 맑고 깨끗하고 차분하게 부른다는 게, 어쩌면 콰지모도의 순수한 사랑을 비웃는 것처럼 느껴져서. 롤로는 어쩌면 그 순간, 유키 화이트가 두려웠으면 좋겠네……
아무튼, 롤로 씨도 롤로 씨만의 에스메랄다를 찾았으면 좋겠네요. 어떤 존재가 롤로 씨의 에스메랄다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분수의 난간에서 폴짝 뛰어내리며 소년의 마음을 온통 휘젓고 무도회장으로 돌아가는 유키. 롤로는 증오하는 대마법사 말레우스가 어딜 갔었냐며, 걱정했다고 말하는 것에 잠시 롤로 씨와 이야기를 나눴어요! 하고 대답하는 뒷모습을 멍하니 봐.
에스메랄다가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것이 감히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는 존재를 뜻한다면, 어쩌면 저 교활한 여자아이가 내게는…….
라는 생각이 들어서,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떨쳐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