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늦은 고백을
“그러고 보니, 현세에는 ‘구혼의 날’이라는 날이 있다고 하더구나.”
난카이 타로 쵸우손, 통칭 ‘난카이 선생’이 말을 꺼냈다. 앞서 걷던 히자마루가 눈을 가늘게 떴다. 히자마루를 노려 한 말이 분명했다. 어떻게 생각해도 사니와에게 받은 카라멜을 녹여 먹고 있는 호쵸나 그 말을 듣고도 눈만 깜박이는 나마즈오에게 한 말은 아니었다. 이 부대 내에서 누군가와 연애적 관계를 맺고 있는 도검남사는 히자마루 하나밖에 없기도 했다.
히자마루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나마즈오는 밝은 목소리로 난카이 선생에게 말을 걸었다.
“‘구혼의 날’? 그게 뭐예요, 선생님?”
“그야말로 사랑하는 이에게 구혼하는 날이지. 내가 정부에서 일할 적의 동료였던 야마부시 쿠니히로가 이 날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일을 겪었단다.”
하루아메 혼마루에 배속되기 전에는 정부 소속이었던 난카이 선생은 가끔 이런 식으로 정부에서 보고 들었던 이야기들을 해주곤 했는데, 단도와 협차들은 그 이야기들을 제법 좋아했다. 카라멜을 씹느라 대답하지 못했던 호쵸도 반짝이는 눈으로 그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애담의 기미를 발견한 나마즈오가 눈을 반짝였다.
“야마부시 씨? 보통의 야마부시 씨는…….”
“눈치가 없지. 그래. 그 친구도 눈치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단다.”
난카이 선생이 히자마루의 뒤통수를 슬쩍 보며 미소 지었다.
‘다른 건 모두 무시해도 이 말만은 무시할 수 없을 테지.’
“그 야마부시 군은 친했던 다른 팀 직원과 결혼했었는데…… 이 ‘구혼의 날’ 덕분에 위기를 피했지. 결혼반지를 잃어버린 탓에 이혼당할 뻔했거든.”
앞에서 당당하게 걷던 히자마루의 어깨가 살짝 굳었다. 안 듣는 척하면서 히자마루 또한 열심히 듣고 있는 게 분명했다. 나마즈오가 그것을 깨닫고 웃음을 참았다. 난카이 선생도 나마즈오와 눈빛을 교환하며 속으로 키득키득 웃었다. 난카이 선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물론 결혼반지를 잃어버린 것 하나만으로 이혼당할 뻔한 건 아니야. 가장 큰 문제는 프러포즈를 안 했던 걸까.”
“프러포즈요?”
“청혼을 뜻하는 영어란다. 보통 자기 월급의 세 배 정도 되는 값의 반지를 주면서, 결혼해 주세요- 하고 청한다더군.”
나마즈오가 작게 “호오.” 중얼거렸다. 나마즈오와 호쵸의 시선이 히자마루에게로 향했다. 말로는 하지 않았지만 시선의 의미는 히자마루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히자마루 씨는 프러포즈, 하셨나요?’
이 자리의 유일한 유부남, 히자마루는 뒤통수에 따끔따끔하게 꽂히는 시선을 애써 무시했다. 묻고 싶은 것은 뻔했으나 쉬이 대답할 수 없었다. 프러포즈인지 뭔지 하는 것. 안 했으니까. 헤이안 시대에 만들어진 검이 현대 인간들의 문화 따위 알 리가 없다. 옛 시대에 했던 것처럼 시나 편지 따위는 보냈으나 그것을 청혼이라 감히 말할 수는 없었다. 그는 혼인을 청하기 위한 편지가 아니라 연애 편지에 가깝지 않나.
그러나 이미 시로무쿠와 레소를 입은 결혼식도, 두근두근한 신혼여행도 지난 참이다. 청혼은 혼인하기 전에 혼인을 청하는 일. 이미 혼인한 이후인데 어떻게 다시 혼인을 청한단 말인가?
“그래서 그 야마부시 씨는 어떻게 됐어요?”
“구혼의 날이 가까웠기 때문에, 급히 만방에 들러 반지를 준비하고 제대로 된 ‘프러포즈’를 했지.”
“프러포즈는 청혼인데, 결혼하고 나서 해도 되는 거예요?”
“구혼의 날이잖니. 원래 구혼하는 날이니까, 어떻게든 받아주지 않을까- 생각했나 보더라고. 다행히도 받아줬고.”
잘된 일이지 않니. 하고 난카이 선생이 웃었다. 나마즈오가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과자를 입 안 가득 물고 있던 호쵸가 진실의 입을 열었다.
“그런데, 히자마루 씨는 주인님한테 프러포즈, 했어?”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