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현현의 순간. 히게키리 앞에 무릎 꿇고서 배시시 웃는 여자. 인간이란 모두 이토록 사랑스러운 걸까? 맥락 없이 떠오른 생각은 그것. 아니겠지. 아닐 것이다. 알 수 있어. 그거야, 그는 겐지 가에 오래 있었으니까.
칼은 다른 사람을 해하기 위한 것. 겐지 가문의 중보인 히게키리도 예외는 아니었고 그 아름다운 검신으로 벤 것은 수도 없이 많지. 호수처럼 푸르고 깊은 눈을 가진 여자는 이윽고 자신에게 절하고. 그래서일까, 히게키리는 곤란하다는 생각을 하고 말아.
수많은 분령의 자신이 인간의 육을 얻었지만, 히게키리에게 이런 심장의 떨림은 처음이야. 마주 절하면서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만을 받는 히게키리. 그렇다고 이게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감각은, 어쩌면 계시와도 같아서……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겨놓고, “그럼, 본성을 소개해드릴게요.” 라고 하는 여자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