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코류하루] 내가 라노베 수라장의 여주인공일 리 없어!

<span class="sv_member">린더</span>
린더 @frauroteschuhe
2025-11-28 13:27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 화장을 했다. 오늘 입을 옷은 연초록색 호몬기. 할머니의 유품 중 하나였다. 사니와로 취임하고 얼마 안 있어 돌아가신 할머니는 하루의 앞으로 생전 소장하던 기모노를 대부분 남겼다. 신을 모시는 몸이라면 이런 옷들도 몇 벌쯤은 있어야 한다는 말씀도 함께였다.

 

별채에서 나서자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근시 미다레가 작게 꺅! 하고 탄성을 질렀다.

 

! 오늘 무척 예뻐! 주인님. 웬일이야?”

오늘 정부에 들르는 날이잖아. 격식을 갖춰야지.”

고작 시간 정부에 가는 거면서 이렇게 예쁘게 입을 필요 있어? ! 알았다. 시간 정부에 좋아하는 사람 있지!”

그런 사람이 있을 리가…… 주인을 놀리면 못 써, 미다레.”

 

나는 장난스럽게 말하는 미다레의 양 볼을 늘렸다. 말랑말랑해. 볼을 늘리는 대로 쭉쭉 늘어난다. 한참 동안 볼을 쪼물딱거리며 만지고 있다니 미다레가 장난스럽게 손목을 잡아왔다.

 

! 더 이상은 주인님이라도 화낼거야?”

알겠어. 시간 정부에 다녀와서는 만물상에 가자. 찹쌀떡을 사 줄게.”

치이, 주인님은 내가 찹쌀떡 하나에 넘어가는 어린애로 보여?”

알았다, 미다레는 찹쌀 인절미라서, 친구를 먹는 건 싫은 거지? 흐음. 그럼 어쩐다. 이치고씨 몰래 타이야끼 사줄까?”

, 주인님!”

 

놀리자 미다레가 볼을 부풀린다. , 귀여워.

 

미다레와 옥신각신하며 걸어가다 보니 본성 앞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조금 의아했다. 나를 맞이하러 나오는 사람은 보통 근시인 미다레 하나뿐이니까. 긴 금빛 머리카락을 묶어 멋을 낸 것을 보니 며칠 전 수행을 다녀온 코류가 분명했다. 괜히 심장이 뛰는 것을 내리누르며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

 

코류, 마중 나온 거예요?”

, 으응. 마중이라고 하는 게 맞으려나.”

 

수행을 다녀온 이후 코류는 와이셔츠 단추를 풀고 다녔는데, 오늘은 어째서인지 와이셔츠 단추를 모두 잠근, 단정한 정장 차림이었다.

 

그것보다, 오늘 예쁘네, 주인.”

……고마워요. 그런데정말 무슨 일 있나요?”

, 오늘 시간 정부에 가기로 했지?”

, 분명 예정은 그런데…….”

괜찮다면, 나를 데려가 주지 않겠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시간 정부의 부름을 받아 혼마루에서 나갈 때 함께하는 것은 보통 근시나 호신도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근시는 미다레로 고정이고. 내가 뭐라 하기 전에 미다레가 눈을 뾰족하게 뜨고 쏘아 붙였다.

?”

어차피 미다레는 하루와 자주 외출하잖아? 한 번쯤은 양보해 주는 건 어때?”

. 주인님이 돌아올 때 만물상에서 타이야끼 사 준다고 했거든?”

타이야끼는 돌아오며 내가 사다 줄게.”

코류 씨야말로 만물상에 볼일이 있다면 내가 대신 해주면 되는 거 아냐?”

, 둘이 싸우지 말고…….”

 

둘의 으르렁거림이 장난이 아니라 싸움으로 번질 것 같아 나는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코류 씨,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주인과 데이트하고 싶어서, 라고 하면 거절할 거니?”

…….”

 

방금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지? 당황하여 입을 못 다물고 있는 사이 미다레가 외쳤다.

 

코류 씨, 비겁해!”

비겁하기는. 이제까지 주인을 독점해왔으니, 가끔은 양보하는 게 어때?”

 

이게 무슨 상황이지? 라이트 노벨에서나 자주 나오는 상황을 내가 직접 겪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당황스러워져 굳어 있자, 소란을 듣고 카센이 걸어나왔다. 나는 카센에게 뛰어가 그의 팔을 붙들어맸다.

 

! 나는 오늘 카센이랑 갈 테니까, 카센 씨? 오늘 내 일일 근시야. 정부 업무에 따라와.”

 

카센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아챈 듯 빙그레 웃었다. 역시 초기도, 역시 카센! 두 사람은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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