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이치하루] 고열 이후

<span class="sv_member">린더</span>
린더 @frauroteschuhe
2025-12-24 00:53

이치고히토후리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다른 검들과 부딪힐 수 있으니 혼마루 구역 내부에서 뛰지 말라고 항상 동생들에게 주의를 주던 그였으나, 이번만큼은 그것을 신경 쓸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급했다. 단도인 동생 미다레는 벌써 저 앞을 달려가고 있었다. 태도로 제작된 것이 억울하다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나, 오늘만큼은 도종의 한계로 느릴 수밖에 없는 발걸음이 원망스러웠다.


이치 형! 좀 더 빨리 뛸 수는 없어?”

그렇게 말해도 지금이 최고 속력이야.”

~ 정말! 지금 한시가 급한데!”


미다레가 소리쳤다. 목소리에서 초조함이 숨겨지지 않았다. 사니와가 하루이틀 정도 자리를 비우더라도 운영에 차질이 생길 만큼 하루아메 성의 체계는 허술하지 않았으나, 그래도 사니와가 부재하는 혼마루는 도검들의 사기가 다른 법이다. 게다가 사니와로서 독립된 혼마루를 받은 지 꽤 되었지만 하루는 이제까지 단 하루도 본성으로 출근하는 시간을 놓친 적이 없었다. 이제까지는 한 번도 미열을 일으킨 적도 없이 건강하여 정부의 의사를 찾아간 적도 얼마 없는 사람이 갑자기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다니. 연인인 이치고히토후리나 근시인 미다레 토시로가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놀랄 상황 아닌가.


그렇기에 혼마루 고텐 안에 들어가서도 이치고히토후리는 초조함을 놓지 못했다. 고텐 1층 사니와의 개인 집무실 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워서 발개진 얼굴로 웃고 있는 하루를 볼 때까지도, 말이다.


주인님! 좀 괜찮아? 야겐 형은 다녀갔어? 왜 아픈 거래?”

한 번에 하나씩 묻거라, 미다레. 네 주인이 곤란해하지 않니.”

하루의 곁을 지키던 미카즈키가 나직하게 말했다. 미다레가 의기소침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보는 대로 하루는 괜찮다. 급한 대로 야겐 녀석이 다녀갔고, 사니와의 의견에 따라 정부의 의사는 부르지 않기로 했다.”

어째서, 아프십니까?”


미카즈키는 이치고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빙그레 웃으며 하루를 내려다보았다. 하루가 민망한 듯 웃으며 속삭였다.


……그냥, 근육통이에요.”

……?”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 말을 듣지 못할 도검은 이 방 안에 없었다. 하루가 눈을 질끈 감았다. 민망함에 재차 말해주지 못한 채 하루가 창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대답은 미카즈키의 입에서 나왔다.


어제 새로 들어온 남사들과 함께 뒷산으로 등산을 다녀왔는데, 그것으로 인해 몸살이 난 모양이더구나. 열이 있긴 하지만 아까 해열제를 먹였으니 열도 곧 떨어지겠지.”

……그렇습니까.”

그래. 사니와의 곁은 나와 네 아우가 지킬 테니 이만 혼마루 본성에 가 보아도 좋다.”


묘하게 선을 긋는 목소리였다. 하루가 고개를 돌려 미카즈키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지 말라는 의미를 담은 사니와의 시선에도 미카즈키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


미카 할아버지.”

, 내가 틀린 말을 했느냐? 이치고히토후리가 제대로 된 연인이라면 이럴 때일수록 착실히 내조를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

그냥 손녀사위가 보기 싫으신 거잖아요…….”

이런, 들켰느냐? 눈치 빠른 아이로고.”


미카즈키가 능글맞게 웃었다. 하루가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이치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눈매를 축 떨구고 이치고를 올려다보자, 이치고가 하루의 곁으로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갔다. 여전히 초조한 마음에 입술을 축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아프지 않아도 열이 오를 거 같은 애틋한 눈빛에 하루는 마른침을 삼켰다.


하루. 열을 재 보아도 괜찮겠습니까?”

열은 네 녀석들이 들어오기 전에 내가 재었다. 약이 듣고 있는지 그다지 고열은 아니더구나.”


미카즈키가 웃으며 끼어들었다. 미다레가 두 사람의 신경전에 눈치만 보고 있다가 화제를 돌릴 요량으로 질문했다.


, , 코가라스마루 님은 어디 가셨나요?”

감히 사니와를 무리시킨 녀석들을 잡으러 갔다. 곧 도착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게다.”

그렇구나아…… 누구예요?”


미다레가 눈에 불을 켰다. 이 방에 모인 세 도검들이 다 속으로 화를 끓이고 있는 것을 보며 하루가 한숨을 쉬었다.


도요 씨와 야마부시 공. 너무 화내지는 마, 내가 같이 등산 가자고 했으니까.”

새로운 도검남사들과 친해지는 것도 좋지만, 네 몸을 축내면서까지 할 필요는 없잖니. 정말이지 늘그막에 얻은 손녀가 이리 미련해서야.”

그러면 산을 중턱도 올라가지 못했는데 내려갈까요? 제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탓이니 괜찮아요.”


제 말을 들을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도검들에게 질린 나머지 목소리가 절로 뾰족해졌다. 입술을 삐죽이는 하루에게 이치고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뇨, 하루. 이는 당신의 속도를 맞추지 못한 남사들의 잘못입니다.”

간만에 저 녀석과 뜻이 맞는구나. 그래. 칼은 주인에게 맞춰야 하는 법. 그것조차 알지 못하는 녀석은 없으리라 믿었는데.”

아무튼, 간단한 주의만 주고 보낼 테니 그렇게 알아요.”

……네가 원한다면 그래야지. 그러나.”

주인이 무르게 보일 수 있다는 건 주의하라는 뜻이시죠? 어쩔 수 없잖아요. 진짜 무른 사람인걸.”


하루가 입을 쭉 내밀었다. 상황을 마음에 안 들어하는 것이 여실히 보이는 행동이었다. 미카즈키와 이치고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뜻이 안 맞는 듯 맞는 두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잠깐 봤다가 고개를 돌렸다. 약을 먹었는데도 머리가 아픈 것 같아. 하루가 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려다가 근육통에 팔을 들지 못하고 그저 창가 쪽으로 돌아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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