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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인사

“어린아이들이 많으니, 세뱃돈을 나눠주는 것도 일이네요.”

 

어깨를 돌리며 하루가 작게 앓는 소리를 냈다. 사니와 하루는 이른 아침부터 혼마루 고텐 1층을 개방해 제가 쥐고 있는 도검 남사들에게 새해 인사를 받았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건에서 태어났지만 도검 남사도 어쨌건 신의 말석. 새해 첫날 더 큰 신의 신사에 참배를 가는 것보다 제 주인에게 인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받아들여진 탓이다.

 

그렇게 작은 행사를 진행한 지도 세 시간, 이제야 모든 도검들에게 새해 인사를 받은 것이다. 가만 앉아 말만 하는 것이라도 세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고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하루의 피로는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듯 보였다. 컨실러로 가리긴 했지만, 일일 근시인 코가라스마루는 화장 전 하루의 눈 밑이 거뭇한 것을 하루를 깨우러 오며 보았다.

 

“고생했다, 하루. 그것보다, 새해 벽두부터 악몽이라도 꾸었느냐?”

“아침에는 묻지 않으시더니…… 고민을 좀 하느라 그랬어요.”

“아침에야 그럴 수 있지 않니. 기운을 차린 이후에는 다르지만.”

“그런가요? 고민을 좀 하느라 잠이 좀 적었던 것 같아요.”

 

하루가 힘없이 웃었다. 코가라스마루가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하루아메 혼마루는 아직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업무량이 많은 편에 속했다. 특히 한 해의 예산을 정산하고 이듬해의 예산을 정리해야 하는 연말연시에는 더욱 그랬다. 그리 바쁜 와중에 고민까지 있다니. 의붓딸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민? 이 아비에게는 털어놓을 수 없는 고민이더냐?”

“신년이니, 현세에 있는 가족들을 보러 갈까 싶었거든요.”

“만나고 싶으면 만나러 가면 되지 않느냐? 피가 이어진 아비를 이 의붓아비보다 적게 보니, 그 쪽은 서운할 만도 하다만.”

“그게…….”

 

하루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어차피 숨길 것도 없는 일이었다.

 

“의절, 당했거든요.”

“확실히, 그런 일이라면 말하기 어려울 법도 하구나.”

“……숨기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하루가 어떻게 의절 당했는지 간단히 들은 코가라스마루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인간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듯한 단정한 얼굴에 하루가 고개를 내저었다. 새해 벽두부터 제 의붓아버지에게 고민거리를 안겨주려 이야기를 꺼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시간 정부에서 연락이 왔었어요. 호적상 말소된 것을 확인했고, 그로 인해 현세와의 인연이 약해졌다고요.”

“그런 일을 이 아비에게는 말하지 않고 홀로 속을 끓이다니. 조금 더 의지해도 괜찮단다. 의붓아비라도 아비가 아니니.”

“괜히 걱정시켜 드리고 싶지 않았어요. 의절당한 건 파파가 오기 전의 일이기도 하고.”

“네 걱정도 이해한다만, 너무 혼자서 다 짊어지려고 하지는 말아라. 이 아비도, 저기 오는 저 자도 네 검이지 않니.”

“누가 오고 있나요?”

 

모두와의 새해 인사는 끝냈을 터, 누군가가 또 올 이유가 있나? 하루가 고개를 갸웃거려 보였다. 곧 발소리가 울리더니, 혼마루 고텐의 거실 안으로 코류 카게미츠가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주인. 혹시, 아직 행사가 덜 끝난 거야?”

“이제 막 마지막 아이가 돌아간 참이란다.”

“선조가 오세치 음식을 준비했는데, 주인이 점심을 먹으러 오지 않아서 다들 걱정하고 있어.”

“이 아비의 걱정은 아무도 하지 않는구나. 외로울지고.”

 

코가라스마루의 우는 소리는 그대로 무시한 채, 코류가 하루 앞에 다가와 제 손을 내밀었다. 엉겁결에 그 손을 쥔 하루는 멍하게 코류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오래 무릎 꿇고 앉아 있었으니 그냥은 일어나기 힘들 것 같아서.”

 

아. 확실히 오래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이제는 다리에 감각이 없을 지경이었다. 코류가 가볍게 붙잡은 손을 끌어당겨 하루를 일으켰다.

 

“다리가 아프진 않아?”

“이제는 아프지는 않은데, 다리에 감각이 없어요.”

“저런. 정부 쪽 의사를 만나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런 일로 의사까지야…….”

 

하루가 잡히지 않은 쪽 손으로 손사래를 쳤다. 코류가 그 모습을 보며 생긋 웃었다.

 

“대식당까지 업어다 줄까?”

“괘, 괜찮아요! 스스로 걸을 수 있어요.”

“딸아이에게 농을 걸려 온 건지, 아니면 말을 전하러 온 건지 모르겠구나.”

“그야 당연히 오후 일정이 비었다면 데이트까지 함께 하자고 제안하러 왔지. 주인의 오후를 독점할 기회인걸?”

“정말이지……. 요즘 아이들은 빠르구나, 빨라.”

“파, 파파?!”

 

코가라스마루가 생긋 웃었다. 먼저 가라는 의미에서 손을 내저었다. 코류가 하루의 손을 잡아끌었다. 하루는 “점심 거르지 마시기예요!” 하고 그에게 이끌려 대식당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