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레오유키] 섣부른 체크메이트는 금물!

<span class="sv_member">린더</span>
린더 @frauroteschuhe
2026-02-10 02:54

“그래서, 갑자기 체스는 왜 두자고 한 거냐.”


룩을 움직이며 레오나가 질문했다. 유키가 체스판을 내려다보던 시선을 올렸다. 레오나와 눈이 마주치자 별 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냥요. 레오나 씨도 체스를 잘 두신다고 들어서, 한 번 대국해보고 싶었거든요.”

“겨우 호기심 때문인가. 시시하군. 체크메이트.”


레오나가 움직인 룩이 유키의 왕을 잡았다. 지금 체크메이트가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지 유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킹의 퇴로를 고민하던 유키가 킹을 앞으로 한 칸 옮겼다.


“너무 뻔한 수만 두는 것 아닌가?”

“너무 정석적이라는 소리는 보드게임부에서도 늘 듣고 있으니까, 굳이 안 해주셔도 돼요.”


유키가 뾰로통하게 말했다. 보드게임부에서 아즐과 체스를 둘 때에도 너무 정석적인 대응을 해서 움직임이 눈에 빤히 보인다는 말을 매번 들은 탓이다. 심리전에는 능한데 전략이 뻔해서 재미가 없다고.


레오나는 고민도 하지 않고 제 나이트를 움직였다. 유키의 왕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수였다.


“좀 더 재미있는 수를 둬 볼 생각은?”

“그런 것 치고는 레오나 씨도 봐 주고 계시면서.”

“실력이 안 맞는데 어떻게 할까. 그럼.”


레오나가 고민하는 유키를 빤히 쳐다보았다. 고민하던 유키는 결국 제 나이트를 한 번 더 움직여 레오나의 비숍을 잡았다. 이렇게 두면 체크메이트지만, 레오나의 룩이 유키의 퀸을 잡을 수 있게 된다.


“체크메이트.”

“실력이 체카 수준이군.”


유키가 입술을 삐죽였다. 유키도 제 실력이 레오나와 맞붙기에는 한참 모자람을 알고 있었다. 애초 유키는 이기지 못할 상대에게 굳이 대국을 청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에 레오나는 체스에 이기는 것보다, 유키가 왜 자신에게 체스 대국을 청해왔는지가 궁금했다.


레오나는 큰 고민 없이 자신의 나이트를 옮겨 유키의 나이트를 잡았다. 체스판을 내려다보던 유키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레오나를 올려다보았다. 레오나가 나이트를 옮겨서 유키가 공격하기 쉽게 판이 짜였기 때문이다.


“레오나 씨는 체카 왕자님을 상대로도 이렇게 봐주시나요?”

“그 나잇대 꼬맹이가 체스를 재미있어 할 거라고 생각하나?”

“그 말씀은, 체스를 두신 적 없다는……?”

“뭐, 대여섯살쯤 더 먹으면 둘 수도 있겠다만.”


레오나가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유키가 다시 체스판을 내려다보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레오나는 일부러 유키에게 져 줄 사람이 아니었다. 어떻게 옮겨야 좀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지. 머리를 굴려 보았으나 도저히 활로를 찾을 수 없었다.


이쯤에서 기권할까.


그러나 그러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애초에 지려고 시작한 승부긴 했으나 막상 질 때가 다가오니 어떻게든 이기고 싶었다. 유키는 한숨을 쉬며 왕을 압박하는 나이트를 잡으려 퀸을 옮겼다.


“포기했나?”

“저도 다 생각이 있거든요.”


유키가 삐죽거렸다. 나이트는 사라졌으나 레오나의 퀸이 유키의 퀸을 잡기 좋은 위치에 있었다. 평소의 유키라면 절대 두지 않을 수기도 했다.


“차라리 비숍을 움직였어야지.”

“윽…… 저도 알고 있어요!”

“두 번 봐 주는 건 없어.”


레오나의 퀸이 유키의 퀸을 쓰러뜨렸다. 유키가 한숨을 쉬며 퀸을 판 아래로 내려놓았다. 다시 유키의 차례가 돌아왔다. 유키는 다시 체스판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이미 처참해진 판을 쳐다봐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유키는 두 손을 들어 보였다.


“뭐냐. 초식동물.”

“제가 졌어요. 여기서 뭐 더 할 수 있는 게 없네요.”

“기권을 하려면 더 빨리 했어야지.”

“레오나 씨를 이기려면 연습을 더 해야겠네요.”

“그래서, 굳이 내게 체스를 들고 찾아온 이유는 뭐지?”


툴툴거리며 체스 판을 정리하는 유키에게 레오나가 질문했다. 


“아, 선물 드리려고요.”

“선물?”

“오늘 생일이시잖아요.”

“선물은 이미 주지 않았나?”


레오나의 말이 맞았다. 유키는 아까 전 레오나를 만나자마자 냅다 골동품 가게에서 사 온 고서적을 레오나에게 건네주었다. 레오나가 제 생일 선물을 제 방 아무 데나 던져놓는 것을 보며 매지컬 시프트부의 뒷담화까지 야무지게 끝냈다. 그런데, 또 체스를 할 이유가 없던 것이다.


“체스에서 제가 이기면 선물 하나 더 드리려고 했죠.”

“그 실력으로?”

“……져도 드리려고 했고요!”

“그냥 솔직하게 말하지?”


레오나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유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뭘요?”

“선물 두 개 주고 싶었다고.”

“이익! 그런 건 아니거든요?”


그렇게 말했으나 유키의 얼굴은 이미 빨개져 있었다. 시뻘개진 얼굴로 유키는 레오나의 손에 무언가를 쥐여주고 도망쳤다.


“아대……?”


제법 귀여운 선택이지 않은가. 레오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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