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유키] 세계에서 제일가는 왕자님
“빌 씨, 이게 다 뭐예요?”
유키 화이트는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질문했다. 그야말로 당황스러운 탓이다.
“어머, 보면 모르니? 앉으세요.”
멍청하게 서 있는 유키를 빌이 끌어다 화장대 앞에 앉혔다.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빌이 선물을 주겠다며 폼피오레의 제 방으로 부른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눈 앞에 있는 스킨 케어 제품들과 화장품들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나 오늘 생일이었나?’
화장대 앞에 앉아 제 얼굴을 보며 유키 화이트가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생일은 넉 달 전에 이미 지나 있었다. 유키의 생일은 봄의 막바지에 있었지 여름의 막바지에 있지 않은 탓이다. 생일도 아닌데 이런 선물을? 문득 의문이 들었다.
‘혹시 빌 씨, 나를 예쁘게 꾸며서 어디 팔아먹으려 하는 거 아냐?’
실없는 생각이었다. 유키는 거울 속 제 얼굴을 쳐다보았다. 동그란 눈매, 하얀 눈썹. 가련하고 사랑스럽다 할 수 있는 얼굴이었지만, 역시 어딘가에 내놓기에는 수수했다. 화장기 옅은 얼굴에다가 이런 바보스러운 표정이라니. 유키의 생각은 일견 타당해 보였다. 그러나, 유키의 남자친구가 유키를 예쁘게 꾸며서 어디에 팔아먹는다는 말인가? 유키는 곧 눈동자를 굴려 빌을 훔쳐보았다. 빌은 화장에 쓰는 작은 브러쉬와 퍼프 등을 고르고 있었다.
“비일 씨이이. 이게 무슨…….”
“언젠가 말했잖니? 메이크업을 가르쳐달라고.”
유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지 않아도 바보스러운 표정이었는데, 유키의 얼굴은 한층 더 바보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빌에게 분명 그렇게 말한 적은 있었으나, 진실로 그가 화장을 가르쳐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탓이다.
“생각해 보니, 옴보로 기숙사가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화장품이나 스킨 케어 제품을 제대로 구비할 만큼의 예산은 없을 것 같기에. 게다가 너는 네 화장품을 사느니 그 작은 감자의 털결을 신경쓰는 편이고.”
빌이 한숨을 쉬었다. 모처럼 예쁜 얼굴인데 왜 꾸미고 다니질 않는 건지. 그런 생각이 유키에게는 빤히 읽혔다. 유키는 약간 부끄러워져 눈을 내리깔았다. 유키도 방년 16세의 소녀다. 왜 예쁘게 꾸미고 다니고 싶은 마음이 없겠는가? 그러니까, 이건 선택과 집중에 가까웠다.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요…….”
“너, 백 마들 샵에서 파는 화장품을 쓰지?”
“요새 백 마들 샵 화장품 퀄리티가 얼마나 좋은데요?”
“그래, 오백 마들짜리 스킨케어 제품이 얼마나 좋을지는 눈에 뻔하구나.”
빌이 콧방귀를 뀌었다. 유키는 불만스럽게 입술을 쭉 내밀었다. 백 마들 샵의 화장품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설명해봤자 시중에 팔리는 화장품보다 좋은 것을 직접 제작해 쓰는 빌의 눈에 차지 않을 것이 뻔했다. 빌이 방 한 구석에 마련된 간이 탈의실을 가리켰다.
“옷도 준비해 뒀으니 갈아입고 나오렴.”
“에, 에?”
“내가 겨우 이런 선물을 줄 거라고 생각했다니, 사람을 얕봐도 정도가 있어.”
빌이 특유의 빌런 미소를 지었다.
“내 작은 사과에 어울리는 최고의 하루를 선물할게, 유키. 그러니 갈아입고 나오세요.”
유키가 홀린 듯이 빌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손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왕자님 같은 빌이었지만, 오늘만큼은 그가 자신의 왕자님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홀린 듯 제 얼굴을 바라보는 유키에게 빌이 농담을 건넸다.
“내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렇지, 지금 넋을 빼 놓으면 안 된단다?”
넋을 빼고 있던 유키의 눈에 총기가 돌아왔다. 유키가 위아래로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빌이 픽 웃으며 유키의 어깨를 살짝 붙들고 뒤로 돌렸다. 유키의 귀에 대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준비가 끝난 뒤의 나는, 최고로 아름다울 예정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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