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유키] 굿바이 데이즈

<span class="sv_member">린더</span>
린더 @frauroteschuhe
2025-11-25 06:31



밤중에 유키가 고물 기숙사에서 노래부르다가 말레우스에게 들켰으면 좋겠다. 유키가 노래를 부른다면 다들 밝고 귀여운 아이돌 노래 같은 걸거라고 생각할 텐데 (실제로 남에게 들려줄 노래라면 밝고 귀여운 아이돌 노래를 선곡할 거고) 혼자서 부르고 혼자서 듣는 노래니까 그냥... 갑자기 생각난 굿바이 데이즈를 불렀으면 좋겠음.

달밤에 그림 재워놓고 고물 기숙사 정원에서 굿바이데이즈 부르는 유키... 인기척이 느껴져서 미안, 깼어? 하고 뒤돌아보면 말레우스가 있을 거 같음.

 

미안, 그림. 깨웠어?

……

들었을, 까요?

처음 들어보는 노래였다만, 곡조가 나쁘지 않더군. 어디의 노래지?

……원래 세계의 노래예요.

네가 왔다던 세계의?

네.

……고향을 회상하며 부르는 것치고는 가사가 슬프던데.

이 곡은 작별인사니까요.

작별? 누구와?

이 노래가 나오는 영화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여자는 결국 죽거든요.

……그런가.

죽고 싶어서 이 노래를 부른 건 아니에요.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고. 그냥, 달을 보고 있으니까 이 노래가 생각이 났어요.

무척이나 슬프고 아름다운 노래였다. 좋은 노래를 들려준 것에 대해 칭찬해주어야겠구나.

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해서 힘껏 부른 건데, 조금 부끄럽네요. 그래도 노래하고 나니까 마음이 좀 풀린 것 같아요.

인간의 아이야. 네 마음에 어떤 슬픔이 있기에 달밤에 홀로 노래해야 했는지 물어봐도 되겠나.

그거야, 그리워하는 마음이죠…….

역시, 그런 건가.

……그렇지만 이 곡의 제목은 ’Goodbye Days’니까요.

작별의 날, 이라……. 크로울리가 벌써 돌아가는 방법을 찾은 거구나.

그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돌아가지 못해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됐다고나 할까요.

괜찮, 다고?

부모를, 고향을 평생 그리워해야 한대도…… 가지고 싶은 것을 모두 가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람은 그럴 수 없잖아요. 그리고, 그렇게 모두 가진다 하더라도 저는 언젠가 또 다른 것에 욕심을 내고 말겠죠. 그러니까…… 말하자면, 포기할 수 있게 된 거예요. 그립다면 그리워하면 되니까.

그립다면, 그리워하면 된다……라. 그것은 체념이 아닌가?

체념한 것은 아니에요. 다만 견디는 거죠.

견디는 것이라?

어딘가의 신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슬픔만을 준다고 했죠. 그러니까 그냥 그리워하면서 견디면 돼요. 뭐, 멋대로 소중해져버린 것들 때문에 돌아가서도 이곳이 그리워질 것 같기도 하고요.

욕심이 많은 아이로구나.

네. 아주 어릴 적부터 그랬죠.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지지 못하면 울어버리곤 했어요. 그러니 방금 부른 노래를 작별인사라고 한다면 분명,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저와의 작별일 거예요.

네 세계와의 작별이 아니라, 미성숙한 너와의 작별……인가.

말하자면 그렇죠. 그렇게까지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또 한번 칭찬해주어야겠구나. 유키.

감사합니다. 말레우스 씨.

 

아무튼 이런 거 보고 싶네. 이 날이 7장의 그 날이었으면 좋겠다. 릴리아가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다고 한 날. 밤중에 말레우스가 고물 기숙사까지 산책하러 찾아오고, 유키(=감독생)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은 날. 이후 집에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 이야기를 한 이후에 말레우스가 원래 세계로 돌아갈 거냐고 질문했으면 좋겠네.

 

유키.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갈 건가?

아무래도 돌아가지 않을까요? 아직 저는 그곳에서 하고 싶은 것이 잔뜩 남았으니까요. 

친구들과의 이별이 슬프지는 않나?

슬프죠. 에펠도, 에이스도, 듀스도, 잭 군도. 말레우스 씨도 무척 보고 싶을 거예요. 

그러면…….

그럼에도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어요.

어째서?

글쎄요. 이곳에 온 지도 거의 1년이 다 되어가죠. 크로울리 교장이나 말레우스 씨 같은 분들의 호의 덕분에 다행히도 이곳에서 지낼 수 있었지만… 이곳은 제가 속한 곳이 아니잖아요.

…….

저는 이방인이니까요. 아무리 이곳에 오래 살아도, 결국 이 세계 사람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거예요. 그리고…

다른 이유가 또 있는 건가.

그곳에 사랑하는 것을 너무 많이 두고 왔어요.

이곳에서 새로 만든 '사랑하는 것'으로는 부족한가?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욕심이 많다고.

그리고 그런 너와는 방금의 노래로 작별을 했다 했지.

네. 그러니까 '선택한'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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