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츠유] 피할 수 없는 것을 우리는 ■■이라 부른다
“아니 그러니까 저 여자를 스토킹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니까요?!”
헤이와지마 시즈오는 억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경관이 그를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사토 츠유가 다른 경관의 옆에서 경멸 섞인 눈으로 시즈오를 내려다보았다. 의도하지 않은 일로 극심히 매도 받고 있는 시즈오는 꼭 미칠 지경이었다. 지금까지 겪은 억울한 일 중에서도 손에 꼽게 억울했다.
‘내가 왜 저런 여자를 스토킹한다는 거야! 내가 오리하라 이자야인 줄 알아?’
속으로는 얼마든지 외칠 수 있었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 실제로 헤이와지마 시즈오는100일동안 사토 츠유를 몰래 따라다닌 것이 맞았으니까. 그리고 그것을 세간에서 스토킹이라고 부르는 것을 시즈오도 모르지는 않았다.
“저를 꼬박 석 달 열흘 동안 따라다니셔놓고, 제 스토커가 아니라고요?”
사토 츠유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차가웠지만 분노에 차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의아하다는 투였다. 사토 츠유의 옆에 선 여자가 츠유의 눈치를 보다 속삭였다.
“츠유 쨩. 저 분한테도 다른 사정이 있을 수 있잖아.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는 건 어때?”
“아오모리 씨……. 보통 여자 대학생을 따라다니는 남자에게 특별한 사정 같은 건 없어.”
“츠유 쨩…….”
아오모리를 쳐다보던 츠유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와 같았더라면 아오모리의 간청 따위는 무시했겠지만, 이번만큼은 츠유도 아오모리의 부탁을 무시할 수 없었다. 무려 100일 동안이나 사토 츠유를 스토킹해온 저 남자를 유치장에 잡아 처넣는 데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이 아오모리였다. 심지어 오늘 남자친구와 중요한 일정이 있다고 몇 달 전부터 말했는데도 한달음에 달려와 준 사람이다. 이정도 부탁을 못 들어줄 이유는 없었다.
사토 츠유는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불결한 것을 바라보듯이 시즈오를 바라보며 질문했다.
“그래요. 뭐, 들어나 보죠. 사정이 있다면 말이지만.”
“사정을 알면 오히려 나에게 감사할걸. 사토 츠유.”
“이름 부르지 마세요.”
“……그래. 사토 씨. 오리하라 이자야가 너에게 관심이 있다는 사실, 알고 있어?”
“오리하라 이자야가 누군데요.”
오리하라 이자야가 누군데 씹덕아. 사토 츠유는 이제는 경멸이 아닌 한심하다는 눈길로 시즈오를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오리하라 이자야라는 사람이 저에게 관심이 있는 게 뭐 어쩌라는 거죠?”
“아니, 오리하라 이자야가 당신한테 관심이 있다니까? 이자야를 몰라? 오리하라 이자야?”
“당신이 아무리 이자야 이자야 해봤자 모르는 사람인데 알 턱이 있냐고요. 그 사람이 누군데요?”
“당신이? 이자야를 모른다고?”
“모른다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 들으실 건지?”
사토 츠유는 질린 눈으로 옆에 있는 아오모리를 쳐다보았다. 아오모리 또한 당혹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헤이와지마 시즈오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지금의 사토 츠유는 오리하라 이자야를 모른다. 평생 오리하라 이자야를 좇았을 것 같은 여자도 오리하라 이자야의 존재조차 모르고 살았던 시절이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이 약간의 인지부조화를 불러왔지만, 시즈오는 최대한 침착하게 설명했다.
“오리하라 이자야는 말이다.”
“예.”
“쓰레기다.”
“당신 친구라는 뜻?”
“누가 그런 새끼랑 친구야!”
발작하듯 외치는 것을 보니 친구 맞구만. 사토 츠유는 그리 생각하고 질린 눈으로 시즈오의 눈을 쳐다보았다.
“일단 알겠습니다. 오리하라 이자야라는 사람이 저를 주시하고 있다 이거죠?”
“그래!”
“제가 그 사람에게 해를 입을까 싶어 도와주려는 의도였고요.”
“그렇다니까!”
“진짜 스토커는 따로 있다는 뜻이군요.”
츠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봤자 오늘 자신을 미행하다가 잡힌 사람은 저 사람 아닌가. 변태 스토커의 무엇을 믿고 그 말을 믿어주나. 사토 츠유는 그러니까 자신을 꺼내달라는 시즈오를 뒤로하고 미련 없이 자리를 떴다.
‘이상한 일이 참 많이도 일어나네.’
사토 츠유는 그리 생각하며 제 자취방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검은 머리칼에 붉은 갈색 눈. 며칠 전 스토커에게서 츠유를 구해준 아오모리 유리의 남자친구 이토 소우지였다. 트레이드마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자주 입고 다니는 야상을 입은 그는 츠유의 눈을 쳐다보며 생긋 웃었다.
“좋은 아침이지? 사토 츠유 씨.”
“네. 좋은 아침이네요. 이토 씨가 여기까진 웬일이세요?”
“사토 씨는 언제나 차갑네~. 추우니까 잠시 안에 들여보내 주지 않겠어?”
“아오모리 씨가 알면 화낼 텐데요.”
“유리도 알고 있어. 지난번에 사토 씨에게 방해받은 일 때문에 왔거든.”
대학생 자취방이라 변변하게 대접할 것은 없다고 말하며 츠유는 이토를 제 방 안으로 들였다. 깔끔하게 정리된 방을 들여다보는 눈길이 어쩐지 신경 쓰였다. 물을 끓이고 커피를 내려 이토에게 내밀었다. 이토에게 소파 자리를 내어주고 커피 테이블 맞은편에 섰다.
“그래서, 용건이 무엇인가요?”
담담한 목소리로 사토 츠유는 질문했다. 이토는 드립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눈동자를 굴려 집을 한번 더 둘러보았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생활감이 드러나 있었다. 이 여자가 어떻게 삶을 살아가는지는 이미 알고 있지만 지금의 그의 생활을 이렇게 가까이서 지켜보기는 처음이었다. 사토 츠유가 녹아있는 공간에서 눈을 떼고, 이름을 숨긴 남자는 말한다.
“집이 깨끗하네.”
“그런 말이나 하려고 온 건 아닐 것 같은데요.”
츠유는 그렇게 말했다. 이 사람 앞에만 서면 괜히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가슴이 이상하게 울렁거렸다.
‘역시 아오모리 씨의 남자친구라서 그런 걸까.’
츠유는 아오모리가 싫었다. 태생적으로 그리 맑고 인간적인 사람을 좋아할 수 없었다. 아오모리에 대한 질투를 티 낼 만큼 츠유는 엉성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어째서인지 이토 앞에만 서면 속이 까뒤집혀 보이는 기분이었다. 이 사람 앞에서는 심장이 엇박으로 뛰는 것도, 그 아오모리의 남자친구인 것도 모두 마음에 안 들었다.
“오리하라 이자야가 네게 관심이 있다는 말을 들었어.”
“아오모리 씨가 말하던가요?”
“응. 그리고 내가 해주려는 건 경고야.”
“무슨?”
“무슨 일이 있어도 그에게 관여하지 말았으면 해.”
시선이 허공에서 맞닿았다. 이토의 눈은 무척이나 진지한 빛을 담고 있었다.
‘진심으로 사토 츠유를 걱정하고 있는 걸까, 이 사람은?’
그 진지한 눈빛에도 사토 츠유는 그런 생각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토는 아오모리의 남자친구이니 그럴 수 있는 사람인데도, 어쩐지 그런 이유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위험해질 거야. 그에 대해 알게 되면.”
자신을 숨기고 있는 남자가 입꼬리를 기계적으로 끌어 올렸다. 츠유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고, 사토 츠유는 한 사무실의 문을 두드린다.
츠유도 이곳에 오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몇 번이나 ‘오리하라 이자야’라는 사람에 대한 경고를 받았는데 자진해서 그를 찾아가고 싶겠는가. 그러나 츠유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츠유를 고용한 기업인이 맡긴 의뢰에서 그의 존재는 필수불가결했다.
문이 호방하게 열린다. 이 사무실의 주인일 오리하라 이자야가 아닌, 이토 소우지가 문안에 서 있었다.
“아— 관여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토 소우지가,
아니.
오리하라 이자야가 뱀처럼 웃는다.
“사토 씨는 정말 말을 안 듣는 사람이네.”
그리 말하는 이자야가 어쩐지 기뻐 보이는 것은, 단순히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다.
후?기
* 헤이와지마 시즈오와 오리하라 이자야의 회귀물.
* 오리하라 이자야는 이번에는 사토 츠유를 '만나지 않아보기로' 했다.
* 그러나 어떤 것은 정말로 피할 수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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