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타유키] 빨간 구두와 함께 춤을! #7
1학년 B반의 홈룸은 항상 늦게 끝나는 감이 없잖아 있었다. 옆 복도를 살펴보니 바보들은 자기들끼리 안절부절 못해하다 결국 동아리 활동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들을 무시하고 B반의 복도 창문 앞에서 기다리자 홈룸이 끝나고 지친 얼굴의 에펠이 큰 키의 사바나클로 학생과 함께 뒷문으로 빠져나왔다. 유키가 에펠을 보고 밝게 웃으며 머리 위로 손을 크게 흔들었다.
“에펠!”
“에, 유키?”
“나 오늘 매지컬 시프트 부 구경 가도 돼? 시험도 끝난 김에.”
에펠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가 아는 평소의 유키는 절대 이런 제안을 먼저 할 사람이 아니었다.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게 해준다는 제안을 해야 생각 정도나 해 보는 친구였는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러는지 알 수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곧 에펠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1-A반의 바보 트리오가 시험 기간 내내 유키를 따돌리고 있었으니까. 시험기간이 끝난 이후에 뻔뻔히 들러붙는 데에 질렸을지도 모른다.
‘그림마저 자기를 소외시켰으니까 외롭기도 하겠지.’
복도 너머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그림의 뒷모습을 보니 반성은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반성을 한다는 사실이 유키가 그들을 용서할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에펠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에펠은 자신과 관련 없는 싸움에 끼어들거나 굳이 누군가의 편을 드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이번 건에서는 유키의 편에 서기로 했다.
“그래. 같이 가자. 안 그래도 동아리 하러 가려던 참이었어.”
“와, 진짜? 에펠, 진짜 고마워!”
유키가 에펠의 손을 붙들고 활짝 웃었다. 누가 봐도 기뻐 보이는 예쁜 웃음이었다. 속도 없이 즐거워하다 유키는 옆에서 고까운 시선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키가 크고 선탠한 피부가 멋진 사바나클로 학생이 유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유키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눈을 땡그랗게 뜨고 그 시선을 받아치다가, 다시 방긋 웃으며 에펠에게 질문했다.
“에펠, 저건 네 친구야?”
“같은 반 학우…라고나 할까.”
“교내 연애는 금지되어 있다만.”
“하?”
낮은 목소리에 유키가 인상을 찡그렸다. 학교의 홍일점으로서 누군가에게 연애적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유키도 알고 있었다. 방긋 웃어주기만 해도 쉽게 오해받을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알았다. 그렇지만, 에펠과 유키는 유명한 친구 사이 아니던가? 학기가 시작할 때부터 폼피오레 기숙사장에게 대들다 친해진 것을 모르는 사람이 이 학교에 아직도 있다니. 유키가 눈을 땡그랗게 떴다.
“이게 무슨 소리야? 에펠이랑 나는 사귀는 사이가 아닌데?”
“그러면, 그런 친밀한 스킨십은.”
“손 잡는 것 정도로 연애하게 되는 거야? 그럼 에이스랑 듀스는 이미 결혼식까지 올렸겠네? 이렇게 고루할 줄이야! 혹시 에도 시대에서 왔어?”
“에도 시대? 그건 또 뭐야?”
모르는 단어까지 써 가면서 삿대질하는 유키 때문에 에펠의 친구는 무척 당황스러워 보였다. 키도 작고 왜소한 몸집의 여자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유키에게 화를 참을 마음은 없었다.
“남녀가 붙어만 있어도 연애하는 걸로 보는 연애 뇌냐고 묻는 거야!”
“아니, 그렇지만, 너무 가까워 보이길래…… 미안.”
“사과는 받아줄게. 에펠이랑 친한 건 맞으니까.”
유키가 도도한 목소리로 톡 쏘았다. 유키가 제 반 친구에게 다다다 쏴대는 것을 가만 지켜보던 에펠이 웃으며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아하하, 잭은 그런 일들에 관심이 별로 없어서 그럴, 까나. 그러고 보니 유키는 잭이랑 처음 만나지?”
“응. 정말이지, 처음 만나는 사이에 제멋대로 착각해서 그런 말을 하다니! 너무해.”
“미안하다고 했잖아…….”
멋쩍은 듯 시선을 피하는 잭에게 유키가 생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아무튼, 나는 A반의 유키 화이트. 너는?”
“나는 B반의 잭 하울…… 아니, 나는 왜 태연스럽게 자기소개나 하고 있는 거지?”
잭은 무심코 내민 손을 잡았다. 유키가 가볍게 악수하고 잭의 손을 놓아주었다. 잭이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리는 말에 유키가 도끼눈을 떴다.
“뭐야. 불만 있어?”
“아니, 그런 건 아니다만…….”
“아하하, 유키도 너무 그러지 마.”
에펠이 나서서 두 사람 사이를 중재했다. 유키가 잭을 흘겨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대신에 좀 있다가 내 고민 상담 좀 들어주기야.”
“그런 건 그냥도 해줄 수 있는데.”
에펠이 멋쩍게 웃었다. 유키의 고민이 무엇인지 짐작이 간 탓이었다. 아마 잘 지내던 A반의 바보 셋이 왜 갑자기 유키를 따돌리는지에 관한 고민일 테다. 유키가 무엇을 질문할지도 모르고 에펠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매지컬 시프트 부의 훈련은 생각보다 강도가 높았다. 빗자루도 탈 수 없고, 디스크를 제대로 던질 만한 근력도 없는 유키는 부원들이 훈련하는 모습이나 빤히 쳐다보았다.
“이건 또 왜 여기에 있는 거지? 그 털뭉치도 떼어놓고.”
“그래도 덕분에 다들 기합이 잔뜩 들어가 있네여, 시시싯.”
“어, 레오나 선배. 라기 선배. 안녕하세요.”
1학년들이 단체로 훈련하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자니 레오나와 라기가 유키 쪽으로 다가왔다. 두 사람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유키는 다시 에펠이 날아다니는 걸 빤히 쳐다보았다. 하늘 위 에펠은 무척이나 자유로워 보였다.
‘나도 마법을 쓸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유키가 우울한 생각에 빠지려는 것을 아는지, 라기가 말을 걸어 왔다.
“마침 잘됐네여! 이거 좀 도와주시면 안 됨까~?”
“아, 네.”
라기가 스포츠 드링크 분말을 유키에게 내밀었다. 유키는 커다란 물통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이 스포츠 드링크는 훈련을 마친 부원들에게 한 잔씩 돌아갈 테다. 남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드니까 기분이 좀 나아졌다.
라기와 유키가 드링크를 다 만들자 1학년들이 비행술과 디스크 패스 연습을 마친 듯 경기장 바닥에 착륙했다. 유키는 드링크 중 하나를 에펠에게 가져다주며 말을 걸었다.
“고생했어, 에펠.”
“아냐. 심심했지? 그래서, 고민이라는 게 뭘, 까나?”
“그게 말이지…… 그림이 이상한 계약 같은 걸 한 것 같아.”
“그림이?”
스포츠 드링크를 마시던 에펠이 의아한 얼굴을 했다. 유키는 인상을 찌푸리며 제 추리를 떠들었다. 시험기간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어 에이스와 듀스, 그리고 그림이 유키를 따돌리기 시작했다. 2학년의 곰치 인어 형제들에게서 이상한 접근이 있었고, 이런저런 사건을 겪다 보니 아즐 아셴그로토와 그 셋이 ‘계약’을 한 것 같다는 말이 이어졌다.
“그래서 그림이 나한테도 몰래 계약을 한 것 같아. 왜 나한테 말하지 않은 걸까? 내가 그렇게 못 미더운 걸까?”
“음, 그건 너무 간 것 아닐, 까나.”
에펠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유키는 입술을 삐죽였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그렇지만 에펠! 나도 그런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단 말이야. 그림이 나보다 왜 그 선배를 믿는지 모르겠어.”
“나는 잘 모르겠지만…… 그림에게도 사정이 있는 거 아닐까?”
“어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가까운 곳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레오나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전말을 자세히 듣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레오나는 무언가를 깨달은 눈치였다. 레오나가 중얼거리며 라기에게 눈짓했다.
“작년의 그건가.”
“맞는 것 같죠? 올해도 하는군여. 그 사업.”
“무슨 사업이요?”
“네가 알 것 없는 일이다. 정 궁금하면 학원장에게라도 물어보든가.”
레오나가 어깨를 으쓱거려 보였다. 뭔가 아는 티를 잔뜩 내 놓고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것이 고까워 유키가 레오나를 흘겨보았다.
“맨입으로 알려주시진 않겠다는 말씀이시네요.”
“당연한 일이지. 초식동물은 몰라도 되는 일이 있는 법이라고?”
“저도 낡은 기숙사의 제대로 된 감독생이거든요?”
“그래. 그러면 혼자서도 ‘제대로’ 전말을 알아낼 수 있겠지. 힘내고.”
영혼 없는 응원을 하고선 레오나는 가버렸다. 유키는 반박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레오나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라기가 레오나를 따라가기 직전 유키에게 한마디 했다.
“뭐, 어차피 일주일 뒤면 알게 될 검다. 시싯.”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라기는 레오나를 뒤쫓아 뛰어갔다. 영문 모를 말만 잔뜩 들은 유키는 에펠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에펠은 자기도 모른다는 뜻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유키는 혼란스러운 기분으로 생각했다.
‘이 학교는 도대체 왜 분기마다 일이 터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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