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옥타유키] 빨간구두와 함께 춤을! #1

<span class="sv_wrap"><a href="https://habitual-irony.net/bbs/profile.php?mb_id=frauroteschuhe" class="sv_member" title="린더 자기소개" target="_blank"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린더</a><span class="sv"><a href="https://habitual-irony.net/bbs/board.php?bo_table=twst_w&amp;sca=&amp;sfl=mb_id,1&amp;stx=frauroteschuhe" rel="nofollow">아이디로 검색</a></span><noscript class="sv_nojs"><span class="sv"><a href="https://habitual-irony.net/bbs/board.php?bo_table=twst_w&amp;sca=&amp;sfl=mb_id,1&amp;stx=frauroteschuhe" rel="nofollow">아이디로 검색</a></span></noscript></span>
2026-03-28 20:43

“그럼 오늘은 이만하도록 하지.”


트레인 선생이 웬일로 수업을 일찍 마쳤다 싶었더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잠에 들어 있었다. 하긴, 점심을 먹고 난 후의 수요일 7교시의 마법 해석학 시간은 아무리 유키라고 해도 버티기 힘들었다. 유키는 제 옆자리에 앉아 침까지 흘리며 졸고 있는 제 파트너 마수의 코를 꾹 눌렀다.


“후냣! 아, 안 잤다구……!”


침까지 흘리며 자 놓고선 안 잤다고 묻지도 않는 질문에 반박한다. 그런 그림의 모습이 웃긴지 트레인 선생마저 작게 미소를 지었다. 유키는 키득키득 웃으며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림의 턱에 흐르던 침을 닦아주었다. 트레인 선생의 패밀리어 루치우스가 무언갈 말하려는 것처럼 야옹거렸다.


“그림. 일어나. 수업 끝났어.”

“후냐아…… 트레인의 수업은 정말 졸리다구우…….”

“네 집중력이 약한 거야.”


유키와 그림이 대화하는 소리에 학생들이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림의 옆자리에서 꾸벅꾸벅 졸던 듀스와 책에 얼굴을 박고 있던 에이스가 졸린 눈을 떴다. 유키는 그들을 흘겨보고선 손수건을 각 맞춰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림이 각 맞춰 접힌 손수건을 보며 삐죽거렸다.


“유키는 맨날 범생이 같은 소리만 한다구! 나는 바보가 아닌데!”

“그래, 그래. 오늘도 도망치면 가만 안 둘 테니까. 우리 그림, 바보가 아니면 이제는 시험공부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겠지?”

“내가 알아서 한다구~! 이번에는 유키보다 점수 높을지도 모른다구!”


그림이 앞발을 파닥거리며 항의했다. 유키는 어이 없는 얼굴을 했다. 트레인 선생도 그림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렸으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루치우스를 안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유키가 그림을 흘겨보며 샐쭉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림은 지난 마법 해석학 수행평가에서 낙제를 겨우 면할 성적을 받았지만 유키는 반 수석을 했다. 제발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톡 쏘아붙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유키는 그림을 놀리듯 느물거렸다.


“그래? 그럼 나 공부 좀 도와줘. 우리 대장이 공부 가르쳐주면 또 수석 할 수 있을 것 같거든.”

“싫다구~! 유키 공부는 유키가 알아서 하라구!”


그림이 필기구도 챙기지 않고 도망치듯 반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그림 몫의 필기구를 챙기며 유키가 한숨을 쉬었다.


“어차피 기숙사에 돌아가면 다시 만나야 하는데… 그림은 정말 바보야.”


듀스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에이스가 노트와 펜을 챙기며 실실거렸다.


“괜찮잖아? 어차피 방과 후에는 우리랑 같이 공부하기로 했고.”


유키로서는 완전히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림도, 에이스와 듀스도 말해주지 않은 탓이다. 유키가 눈을 크게 뜨고 소리쳤다.


“나만 빼고?!”

“남자들끼리의 우정이라는 게 있는 법이거든.”

“뭐야! 치사해!”


함께 수업 자료들을 챙겨 나가려던 유키가 짜증스럽게 발을 굴렀다. ‘남자들끼리의 우정’ 운운하던 듀스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진짜로 나만 빼고 너희들끼리만 공부하려고? 너무한 거 아니야?”


유키가 짜증스럽게 듀스를 돌아보며 반 바깥으로 걸어 나갔다.


“아얏.”


그리고, 누군가의 가슴에 얼굴을 부딪혔다.


유키와 부딪힌 사람은 키가 무척 커서 유키는 그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높이 쳐들어야 했다. 제가 부딪힌 사람이 누군지 확인한 유키는 저도 모르게 힉,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제이드 리치가 제 앞에 서 있었다.


2학년의 인어 쌍둥이 중 하나로, 검은색 브릿지를 오른쪽으로 늘어뜨린 걸 보니 제이드가 확실했다. 제이드가 상어처럼 뾰족뾰족한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순간적으로 겁을 집어먹은 유키가 어깨를 굳혔다.


기숙사 선배가 없어 윗 학년 선배들에 대해 잘 모르는 유키지만, 2학년의 곰치 인어 쌍둥이는 지난번 매지컬 시프트 사건 때 엮이지 말라고 조언해 준 바 있기에 대강은 알고 있었다. 플로이드는 기분파고, 제이드는 차분해 보이지만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했던가?


‘예측되지 않는 사람보다는 차라리 기분파가 낫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유키가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유키와 부딪힌 제이드는 이제 웃음을 거두고 무표정한 얼굴로 유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쩌면 사과와 애교 정도로 넘어가지 못할지도.’


유키가 마른침을 삼키며 사과하려 고개를 숙이려 할 때, 제이드가 너무 무서워하지 말라는 것처럼 미소 지었다.


“너무 놀라지 마세요, 분명 1학년의…… 화이트 씨. 맞지요?”

“아니, 아무리 봐도 놀란 게 아니라 무서워하는 거잖아. 제이드. 눈 있어?”

“무서워하다니요. 화이트 씨. 제가 무섭습니까?”

“아, 아뇨. 리치 선배.”

“그렇죠? 플로이드. 인간 여성의 마음은 섬세하다고 들었습니다. 역시 타인의 속마음은 직접 들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거죠.”


제이드가 그렇게 말하며 후후 콧소리를 내며 웃었다. 제이드를 포함하여 그 교실에 있는 모든 사람이 유키가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두 사람에게서 유키를 구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헤에~ 그런가, 백도미쨩. 여기서 수업 들었어?”

“네? 네. 리치 선배. 1학년 마법 해석학 수업이—.”

“—그래? 그럼 내 볼펜 못 봤어? 5교시에 심화 마법의 역사 수업 여기였는데, 볼펜 잃어버려서.”

“‘리치’, 선배인가요.”


두 쌍둥이가 동시에 말했다. 유키는 일단 고개를 흔들었다. 플로이드의 볼펜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주인 잃은 볼펜 따위 본 적도 없다. 볼펜의 행방을 모른다는 답변을 듣자, 플로이드는 유키에게 금방 흥미를 잃고는 볼펜을 찾으러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유키 앞에 남은 제이드가 과장되게 슬퍼하는 얼굴을 꾸며내며 처연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도, 플로이드도 ‘리치’는 맞으니 유감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누가 봐도 유감이 있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서늘한 낯에 유키는 잔뜩 긴장해서 제이드를 올려다보았다.


“에, 저, 그…… 리치 선배, 괜찮으시다면 이름으로 불러도 되나요?”

“그렇게 해주시면 기쁘겠습니다. 유키 씨.”

“네, 네에. 제이드 선배. 부딪혀서 죄송해요, 마음이 급해서 앞을 제대로 못 봤어요.”


유키가 고개 숙여 사과했다. 아무리 그래도 단순히 부딪혔다는 이유만으로 여자아이를 때리거나 부당한 일을 요구하지는 않겠지만, 키 큰 남자는 어쩔 수 없이 두려운 탓이었다. 제이드는 흥미로운 눈으로 유키를 내려다보더니, 배시시 웃으며 질문했다.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네?”

“이런저런 방면에 있어서… 말입니다. 그 조그만 마수를 잡는 걸 포함해서, 말이죠.”

“아, 그. 괜찮아요. 그림도 힘들면 공부를 도와달라며 오겠죠!”


절대 맨입으로 도와주는 것은 아니겠네. 유키는 직감했다. 제이드의 능력이라면 아주 적은 노력으로도 그림을 잡아서 유키의 품에 안겨줄 수 있으면서 제가 들인 노력 이상의 대가를 요구할 테다. 유키가 어색하게 웃으며 대화를 잘라내자, 제이드가 아쉬운 듯 눈썹을 팔자로 늘어뜨렸다.


“아아. 그렇군요. 아쉬운 일입니다. ……유키 씨를 도와주실 수 있는 분을 알아서요. 말씀드린 대로, 여러 가지 방면에서 말이죠.”

“아…… 제이드 선배가 도와주시겠다는 뜻이 아니었군요.”

“재밌는 이야기를 하시는군요. 확실히 유키 씨의 고양이를 잡는 것은 별 힘든 일 축에도 속하지 않지만요.”


제이드는 유키와 눈을 마주친 채 뾰족뾰족한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는 먹이를 앞에 둔 포식자 같은 분위기였다. 제이드는 무척 즐거워 보였지만, 포식자를 앞에 둔 피식자의 입장으로 그리 즐거워할 수만은 없었다.


“저, 그림을 잡으러 가야 해서…… 이만 가 봐도 될까요?”

“직접 잡으러 가시는 건가요? 성실하시네요.”


제이드가 더 짙게 웃었다. 누가 봐도 조롱하는 듯한 말씨였다. 유키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제이드 선배한테 드릴 만한 게 없어서요. 아쉽게도.”

“왜 없습니까?”

“뭐, 뭘 받아 가시려고요?”


순간적으로 놀란 탓에 유키는 말까지 더듬어가며 질문했다. 낡은 기숙사의 감독생은 이세계에서 무일푼으로 트위스티드 원더랜드로 떨어진 탓에 가진 게 없었다. 어찌저찌 생활비는 외부 장학금으로 해결한다 해도 넉넉하게 생활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감독생에게 제이드 리치가 탐낼 만한 것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제이드는 태연하게 말했다.


“뭐, 유키 씨에게는 낡은 기숙사도 있고…… 그 영민한 머리도 있죠. 게다가 인기도 있으신 편이고.”

“그, 기숙사라든가, 그런 건 그림을 잡아주시는 데에 대한 대가로는 너무 크지 않을까요?”


유키가 제이드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눈치를 보면서도 할 말 다 하는 모습이 제이드에게는 우스울 뿐이었다. 그러나 제이드는 진지하게 생각하다 말했다.


“제가 받아갈 만한 작은 것 중에서는, 흠. 소원권은 어떠신가요?”


유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도대체 뭘 요구하시려고요?’ 얼굴에 써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뱉지 못하는 모습에 제이드가 즐거운 표정으로 웃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상식 밖의 일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유키 씨가 저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해도 큰 일은 아닐 테고요.”

“저, 거절해도 되나요? 그림은 알아서 하겠죠. 그림이 대마법사가 못 되어도 저랑은 상관없거든요. 그림은 슬퍼하겠지만.”

“저런, 매정하기도 하셔라.”

“그러는 제이드 선배는 소원권으로 저에게 무슨 부탁을 하시려고요?”


‘그런 작은 일에 소원권을 걸 리가 없잖아요. 제가 바보인 줄 아세요?’


유키 화이트에게 제이드에게 대들 수 있는 충분한 힘이나 영향력이 있었더라면 아마도 그런 말을 했을 테다. 속내가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여자아이를 앞에 두고, 제이드가 생글생글 웃었다.


‘아쉬워라.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도 드문데.’

“글쎄요. 지금의 저로서는 모르는 일이지요.”

“제이드 선배도 뭘 요구하실지 모르시는 걸 제가 받아들이기에는 좀…….”

“유키 씨는 무척 조심스러우신 분이군요.”


제이드가 그리 말하며 알겠다는 듯 홀로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교실을 뒤지던 플로이드가 볼펜을 찾았다며 제이드 곁으로 다가왔다. 유키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빠른 속도로 말을 뱉었다.


“뭐, 소중한 게 있는 사람일수록 조심스럽게 굴기 마련이죠. 그럼 저는 가 봐도 될까요?”

“가기 전에, 유키 씨의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해도 되나요?”

“질문이야 자유 아닐까요? 제가 대답할지 말지 결정하는 게 자유인 것처럼요!”

“아하하! 유키 씨는 정말 재미있는 분이네요! 그렇죠, 플로이드?”

“그래? 백도미 쨩 무슨 재미있는 말 했어?”

“그다지 재미있는 말은 안 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유키가 즐거이 웃는 제이드의 눈치를 보면서도 고개를 저었다. 제가 무슨 말을 했다고 웃는지 알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속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표정에 비해 하는 말은 당돌하기 짝이 없었다.


‘이 태도가 재밌는 거 같은데.’


플로이드는 제이드의 마음을 이해했다. 쌍둥이가 아니라도 당연히 알 수 있다. 플로이드에게도 이런 사람은 재미있게 느껴지니까. 그렇지만 지금은 약한 상대를 툭툭 건드리며 놀릴 때가 아니었다.


“제이드, ‘모스트로 라운지’ 오픈 시간 거의 다 된 건 알지?”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습니까? 아쉽네요. 더 대화하고 싶었습니다.”

“나중에 해. 그럼 백도미 쨩, 나중에 우리 라운지에 놀러와~. 아, 물론 돈 있을 때.”

“네에. 그럼 가볼게요!”


고개 숙여 인사한 유키가 복도를 달려나갔다. 그 뒷모습을 본 제이드가 기분 좋게 웃으며 플로이드와 나란히 걸었다.


“제이드, 징그러워. 웃지 마.”

“아, 죄송합니다. 플로이드. 재미있는 일이 곧 생길 것 같기에.”

“흐응, 그건 백도미 쨩과 관련한 일?”

“예. 그렇죠. 플로이드. 돌아가면 아즐에게 질문할 게 생겼네요.”

“그렇구나~ 뭐, 나랑은 상관없지만.”


‘백도미 쨩이 재밌긴 해도, 그렇게까지 재밌어할 일인가? 아즐의 ‘사업’이 시작되기 직전에 저럴 건 아닌 것 같은데.‘


곧 기말고사가 다가오고, 기말고사란 아즐의 ’사업‘이 결실을 거두는 때다. 그리고 제이드와 플로이드는 재밌어 보인다는 이유에서 아즐의 사업을 돕고 있었다. 아즐의 사업이 성공하면 오만 잡어들이 모여들 확실한 재미가 보장될 텐데, 왜 작은 백도미 한 마리를 괴롭히려는 걸까? 상식적으로 제 쌍둥이를 이해할 수 없어진 플로이드는 그저 어깨를 으쓱해 보일 뿐이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