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에이유키] 러브레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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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8 17:33


“에, 에이스!”

 

부름에 뒤를 돌아보자 하트 스티커가 붙은 편지가 있었다. 그 편지를 들고 있는 사람은 수줍은 얼굴을 한 사바나클로의…… 누구였더라. 별로 친하지 않은 농구부 부원. 저 망할 편지가 팬레터였으면 좋겠지만 에이스에게 같은 부원이 팬레터를 줄 리 없지 않는가. 에이스 트라폴라는 도저히 지금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믿고 싶지 않았다.

 

“오, 에이스. 인기 많은걸.”

 

어느새 동아리 체육복에서 교복으로 갈아입은 쟈밀이 같은 남자에게 고백이라도 받는 듯한 에이스를 픽 비웃으며 지나갔다. 순간 에이스는 깨달았다. 농구부의 모두가 그를 보고 있다. 오해받기 전에 당장 상황을 모면해야 했다. 그러나 아무리 말 잘하는 에이스라지만 이런 상황에서까지 능글맞게 말 몇 마디로 눙치고 도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아아?!”

 

에이스에게 러브레터를 건넨 사바나클로 학생은, 이제야 주변의 시선을 눈치챈 듯 소리쳤다.

 

“어이, 무슨 생각을 한 거야! 그런 게 아니라고! 나, 나는 여자 좋아해!”

“그럼 그건 뭔데!”

“비겁하다! 우우!”

“에이스, 받아줘!”

 

마지막으로 소리 지른 놈은 누구야? 에이스가 눈에 불을 켜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제는 농구부뿐만 아니라 체육관을 같이 쓰는 다른 동아리 학생들까지 에이스 트라폴라가 남자에게 고백을 받는 모습을 직관하고 있었다. 받아줘! 받아줘! 소리치는 놈들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영혼이 쏙 빠져나갈 것만 같았다. 도망칠 수 있다면 도망치고 싶기도 했고.

 

주위 반응에 얼빠진 얼굴을 하던 사바나클로 학생이 당황한 듯 다시 소리쳤다.

 

“애초에 남자를 좋아해도 에이스 같은 놈을 좋아할 일 없다고! 매지컬 시프트부의 에펠이라면 모를까!”

 

에펠이라면 모를까. 하는 말이 체육관 안에서 메아리쳤다. 아, 그런 취향? 시끄럽게 야유하던 학생들이 일제히 입을 닫았다. 사바나클로 학생이 뻘쭘한 듯 헛기침을 하곤 다시 편지를 내밀었다.

“자, 에이스! 유키에게 이걸 전해줬으면 해!”

“하아?”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깨달은 에이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상황을 파악한 듯 눈치 빠른 학생들이 에이, 재미없다. 같은 소리를 하며 하나둘 락커룸으로 들어갔다. 에이스가 인상을 있는 대로 찡그리며 불평했다.

 

“에이 씨, 놀랐잖냐! 아니, 그것보다 왜 나야!”

“그거야, 네가 유키랑 친하니까……!”

“하아? 그러니까, 내가 왜 전해줘야 하냐고!”

 

이번엔 에이스의 목소리가 체육관 안에 메아리쳤다. 큰 소리에 다시 사람들의 이목이 몰렸다. 러브레터를 쓴 사바나클로 학생이 놀란 듯 질문했다.

 

“뭐야, 너 혹시 유키 좋아해?”

“아니! 이래서 근육 뇌들은! 굳이 걔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말야~ 내가 그런 걸 왜 전해줘야 하냐고!”

“그거야!”

“그거야 뭐?”

“부끄러우니까…….”

 

사바나클로 생이 그러며 볼을 붉혔다. 귀여운 소녀라면 모를까 키 180cm가 넘는 근육질의 남자가 그래봤자 귀여울 리 없다. 새삼스러운 짜증을 느낀 에이스가 중지 손가락을 올려줄까, 고민하다 한숨 쉬며 말했다.

 

“어쩌라고.”

 





Love Letter

for,

Ace Trappola and Yuki White

 

 



그것뿐이었더라면 에이스도 쪽팔리지만 웃긴 해프닝 중 하나로 기억하고 넘어갈 수 있을 터였다.


“에이스. 연애해본 적 있댔지?”


유키가 에이스에게 그런 질문을 한 것은 ‘러브레터 사건’ 바로 다음날, 홈룸 직전의 교실에서였다. 유키가 말을 꺼내자마자 모두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꽂혔다.


‘얘는 왜 이런 말을 굳이 이런 자리에서…….’


나이트 레이븐 칼리지 학생들도 결국 고등학생 나이의 소년들일 뿐이다. 연애 이야기에는 사족을 못 쓴다는 뜻이다. 게다가 그 말을 꺼낸 사람이 학교의 홍일점, 유키 화이트라면 더더욱! 에이스는 불편한 시선들을 모른 척 흘려넘기며 먹던 샌드위치를 꿀꺽 삼켰다.


“어엉, 그랬지.”

“그럼, 고백 거절해본 적도 있어?”

“에엑?”


바보같은 소리가 머리를 거치지도 않고 입에서 튀어나왔다. 에이스와 유키의 대화에 관심을 기울이던 학생들 몇몇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물을 마시다 사레라도 들렸는지 콜록거리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아니. 그 자식, 벌써?!’


직접 전해주기는 부끄럽다느니 뭐라니 했지만 결국 전해줬구만, 그 자식! 에이스가 속으로 소리쳤다.


‘그럴 거면서 왜 어제 나한테 대신 전해달라느니 한 거야, 그 새끼는?!’


어제의 소동을 떠올리며 에이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에이스의 속도 모르고 유키가 눈을 뾰족하게 떴다.


“뭐야? 그 반응.”

“아니, 간도 크지. 너한테 고백하는 애도 다 있나 싶어서.”

“뭐어!? 내가 뭐 어때서!”

“진짜 모르면서 하는 말은 아니지?”


마지막 말은 거의 속삭임이었다. 그 말을 들은 유키가 입을 꾹 다물었다. 유키는 학교의 여러가지 사건들을 헤쳐나가며 굵직한 사람들과 친분을 쌓았다. 아무리 귀엽다고 해도 ‘그’ 말레우스 드라코니아와 자신의 기숙사장이 아끼는 사람에게 고백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잠시 시무룩해져 있던 유키는 다시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아니, 아무튼. 오르토 통해서 고백 편지를 받았거든.”


‘직접 전해준 게 아니었냐!’


안 봐도 뻔했다. 에이스에게 부탁하고 실패한 다음 만만해 보이는 오르토를 불러 편지를 전해 달라고 했을 터. 유키가 계속해서 도도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조차 제대로 못 하는 사람하고 연애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

“이야, 차갑네.”

“게다가…….”


유키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중얼거렸다. 뾰족하게 떴던 눈매가 사르르 녹아내리며 사랑스러운 표정을 그려냈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구.”


관심 없다는 듯 손 안에서 펜을 굴리던 에이스가 순간 손을 멈췄다. 폭탄을 던져 놓고선, 유키 화이트가 사랑에 빠진 소녀의 얼굴으로 배시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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