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유키] Wonder Light 1
“큰일이에요 기숙사장!”
“잠깐, 에펠. 그런 차림으로 여기까지 달려온 거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랑께요?!”
3-C 반 문을 기세 좋게 열어젖힌 에펠이 외쳤다. 마음이 급했는지 거의 쓰지 않던 풍작촌 사투리가 튀어나왔다. 3학년 반이라는 사실도 잊었는지 에펠이 교실 안으로 뛰어들어가 빌의 책상에 두 손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마법의 거울이 고장났다구요!”
뭐? 빌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하기도 전에 에펠의 외침과 함께 반 한 켠에 붙어있던 스피커가 노이즈를 뱉어내기 시작했다. 학원장의 밉살맞은 목소리가 교내 전체에 울려퍼졌다.
“에—…… 들립니까? 각 기숙사의 기숙사장은 즉시 거울의 방으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지금 당장요!”
그림이 우리는 왜 불렀냐며 보채는 목소리가 방송 너머에서 작게 들려왔다. 에펠의 얼굴에 ‘들었죠?’라고 쓰여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원. 상황을 이해한 빌이 고개를 끄덕였다.
“또 뭔가 일어나긴 한 모양이네.”
마법의 거울에 단순한 오류가 일어난 것이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작은 오류로 학원장이 전 기숙사장을 호출할 리가 없다. 거울사의 거울들이 죄다 고장나기라도 한 걸까. 그리 생각하며 빌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슨 일인지 알아볼 테니 그 꼴이나 좀 어떻게 하도록 하세요. 에펠.”
빌의 지적에 뒷산에서 구르기라도 했는지 온몸에 풀잎과 가시넝쿨 가시, 나뭇잎 따위를 잔뜩 묻힌 에펠이 멋쩍게 웃었다.
“어둠의 거울이 고장났다는 게 무슨 소리야?”
“고장난 것은 어둠의 거울이 아닙니다.”
빌은 도착하자마자 질문했다. 먼저 도착해 있던 리들과 아즐이 빌을 바라보았다. 학원장이 잔뜩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두 사람은 이미 상황을 들었는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그럼?”
“정확히는, 거울사와 기숙사를 연결하는 거울에 쓰이는 마법석이 사라졌습니다.”
“또? 학원장 당신, 주요 기물 관리를 하기는 하는 거야?”
“당연하죠! ‘페어리 갈라’ 이후로 거울의 방 보안을 대폭 강화했단 말입니다!”
그런데도 없어졌단 말이죠, 학원의 귀중한 마법석이, 그것도 두 개나!
학원장이 억울한 목소리로 제 얼굴을 가리며 우는 소리를 했다. 거울의 방에 도착한 기숙사장 셋이 질린 표정으로 학원장을 쳐다보았다. 거울의 방 문을 열고 들어오던 카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학원장의 뒤에서 등장 타이밍을 놓친 감독생 유키 화이트와 마수 그림이 머쓱한 표정으로 걸어나왔다.
“학원장이 평소보다 좀 더 힘들어해도 이해해주세요, 선배들. 마법석이 없어진 바람에 학교 엘리베이터가 전부 작동을 멈췄거든요.”
“그래요! 게다가 본관 정문에 설치된 마법의 거울은 어째선지 고물 기숙사로 연결되어서! 화이트 군! 정말 이 사태에 대해 아는 것 없습니까?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다가 마법식이 꼬였다든지 하는?”
“저 마법 못 쓰는데요.”
“그림 군은?!”
“우리 그림이 그런 걸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아. 하긴.”
유키! 그거 무슨 뜻이냐구! 그림이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유키가 생각하는 뜻이 맞다며 그림을 놀렸다. 학원장이 우는 꼴을 보고 문을 열다 마는 레오나를 카림이 붙들어 자리에 참석시켰다. 기숙사장들의 차가운 얼굴에 현실 감각이 돌아왔는지, 학원장이 가짜 울음을 멈추고 헛기침을 했다.
“기숙사장들이 모두 모이면 말하려 했는데, 킹스칼라 군마저 온 마당에 지각하는 두 명은 버립시다. 없어진 마법석은 총 두개로, 본교사에 있는 마법의 거울에 전력을 공급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왜 부르신 거죠?”
리들이 차가운 목소리로 질문했다. 정론이었다. 학원장의 관리 미비로 마법석을 잃어버렸다면 그 책임 또한 학원장이 지는 것이 옳다. 원래 교직원용 엘리베이터는 학생들은 사용하지 못했고, 본관에 설치된 거울도 각 기숙사의 기숙사장으로서는 알 바 아니었다. 고물 기숙사의 두 사람이 좀 고생하긴 하겠지만, 내 책임 하의 학생도 아니고……. 모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눈치였다.
“아, 기숙사와 학교를 잇는 마법의 거울 중 하나의 좌표를 고정하는 마법석도 하나 없어졌습니다.”
“근데 없어진 게 어느 기숙사 것인지 모른대요.”
학원장이 더 설명할 기색을 보이지 않자 유키 화이트가 끼어들었다. 빌이 한숨을 쉬었다. 아까 전 에펠이 그 꼴로 온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확인하지 않아도 알겠어. 폼피오레 거야.”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아즐이 안경을 올리며 질문했다. 빌이 콧방귀를 뀌고선 대답했다.
“그야, 우리 1학년이 마법의 거울이 고장났다며 나한테 달려왔으니까.”
“그래? 폼피오레 문제라면 우리는 관련없겠군. 나는 간다.”
“저도 하츠라뷸에서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수고하십시오.”
레오나가 처음으로 문을 열고 나가자 리들도 공허한 인사를 남기고 나가버렸다. 아즐이 히죽히죽 웃으며 빌에게 질문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폼피오레의 문제에 옥타비넬이 끼어들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
“과연 아름다운 여왕의 분려를 기숙사의 정신으로 삼은 폼피오레의 기숙사장답네요! 그럼, 수고하시길!”
“미안! 그럼 나도 가 볼게!”
빌에게 빚을 지워두려던 아즐이 비식비식 웃으며 거울의 방을 떠나갔다. 카림도 빌이 신경쓰이는지 사람을 흘긋거렸지만, 바깥의 쟈밀과 눈이 마주치자 자리를 떴다.
나가는 기숙사장 중 누구도 잡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던 학원장이, 자리에 빌만 남자 도움 안 되는 소리를 했다.
“그, 가끔 이런 일도 일어나는 법입니다. 셴하이트 군.”
“알겠으니 어떻게 할 건지나 얘기해.”
“교직원들과 고스트들이 열심히 찾고는 있지만…… 폼피오레 학생들도 마법석을 좀 찾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
“……그래도 폼피오레의 위기를 도와드릴 사람이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는 빌의 눈치를 보다, 학원장이 뭔가 생각난 듯 소리쳤다. 빌은 별 기대 없이 질문했다.
“그래. 누가 있는데?”
“…….”
학원장이 상황을 관망하던 유키를 쳐다보았다. 빌의 시선도 그 쪽으로 돌아갔다. 미리 언질을 들었는지 유키 화이트가 손을 반짝 들었다.
“네~ 학교의 해결사! 고물 기숙사의 감독생! 유키 화이트 등장~!”
“이 몸이 도와주신다는 데에 대해 감사하라구!”
“…….”
“아~정말든든하기그지없습니다그렇지않습니까셴하이트군?정말잘됐네요한명이라도도와준다는사람이생겨서!그럼저는이만!”
학원장은 숨 한번 쉬지 않고 말을 뱉어내고선, 빌이 반박도 하기 전에 거울의 방에서 사라져버렸다.
거울의 방 안을 무거운 정적이 내리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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