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레오유키] PROJECT 06 :: DON'T STOP LOVING!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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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3 21:26

“레오나 씨 대단한 사람이었네요?”



유키 화이트는 읽던 신문을 동그랗게 말아 흔들었다. 레오나는 유키가 조간 신문을 어디에서 구했는지 굳이 질문하지 않았다. 기묘하게 나타난 저 우주 미아는 제 손에 들어가서는 안 될 자료들도 당연하다는 듯이 손에 쥐고 있는 일이 허다했다. 레오나는 익숙하게 유키의 손에서 신문을 뺏어들었다.



“내가 대단한 걸 이제야 안 모양이지?”

“그래도요. 소령님이잖아요.”



‘대부’ 스카 호, 기적적인 생환…… ‘레오나 킹스칼라 소령의 지휘 덕분.’



훑어본 신문의 헤드라인은 평범하게 왕제를 찬양하는 내용이었다. 왕가에 충성하는 언론사가 발행하는 신문. 왕궁에서 레오나의 비서 역을 하는 자가 가져다 두었을 것이 뻔했다.


쓸데 없는 짓을.


속으로 평했다. 잘생긴 미간이 좁아들었다. 레오나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조소했다.



“왕제라 얻은 직위다. 내가 아무리 대단해도 그런 배경이 없었더라면 어림없는 위치지.”

“킹스칼라 소령의 지휘 덕에 우주선에 탄 모두가 생환했다는데요?”

“이 나라에서 킹스칼라가 무엇을 뜻하는지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모양이로군.”



표면적으로는 유키를 비웃는 것처럼 들렸으나, 유키는 그 목소리에서 자조를 읽어낼 수 있었다. 세상 모든 것을 향한 비소에 유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왕가잖아요? 그 정도는 배웠어요. 진짜 왕정제 국가에서는 안 살아봤지만!”

“신분이라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나?”

“구시대의 유물?”

“허…….”



발칙한 말을 잘도 하며 유키는 고개를 갸웃거리기까지 했다. 레오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너무 당당하게 말한 탓에 오히려 힘이 빠졌다. 당연히 우주 미아의 의견 따위를 묻는 것이 아니지 않겠는가.



“오늘의 컨셉은 백치인 모양이지?”

“백치라뇨! 말이 심하시네요.”

“눈치 없는 척을 해야 할 이유라도 있나?”

“없겠죠. 당연히?”



유키가 생글생글 미소지었다. 귀찮은 여자. 의뭉스럽게 굴어주는 것을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당장 내치기에는 이 우주 미아의 한시적 보호자라는 자리가 거슬렸다. 그렇다고 화를 내는 것은, 애초 이 여자가 바라는 반응 아닌가. 조악한 역할놀이에 어울려 줄 마음은 없었다. 레오나는 한숨을 푹 쉬고선 질문했다.



“오늘 이렇게 답답하게 구는 이유는?”

“글쎄요, 레오나 씨가 답답해하는 게 재밌어서?”

“사람을 가지고 노는 게 즐거운 모양이지, 우리 우주 미아께서는.”

“가지고 놀다뇨. 레오나 씨가 어디 저한테 가지고 놀아질 분이세요?”



그러며 또 눈을 땡그랗게 뜬다. 그렇게 레오나 킹스칼라는 정확히 100번째, 이 우주 미아를 거둔 것을 후회하게 된다. 레오나는 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자신을 유키 화이트라 소개한 이 여자와 만난 이후로 두통이 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유키 화이트의 교육 담당자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유키 화이트의 교육 담당자가 ‘레오나 킹스칼라 소령’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가볍고 재빠른 발소리만 듣고도 레오나는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타고나길 특징을 잘 파악하는 예민함 덕분에 남의 발소리, 특징적인 말투 따위를 구분하는 것은 쉬웠지만 그런 레오나로서도 이 자의 발걸음 소리는 빨리 외울 수 있었다.


문을 연 교육 담당자는 난처한 얼굴을 들이밀고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킹스칼라 소령님. 혹 유키 화이트 양이—.”

“—빨리 잡아가.”

“닐라 씨! 어떻게 아셨어요?”

“화이트 양이 갈 곳이야 뻔하죠! 수업 시작할 시간인데 또!”

“수업 듣기 싫어서 도망간 거 아니에요!”

“당연히 아니셔야죠!”



제 담당인 우주 미아를 잃어버렸던 교육 담당자는 잔뜩 화난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와 유키 화이트의 손을 잡았다. 끌려가면서도 밝게 인사하는 유키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고 레오나는 자리에 앉아 전산 프로그램을 켰다.






DON’T STOP LOVING!

1 : 우주 미아와 킹스칼라 소령







‘대부’ 스카 호, 기적적인 생환…… ‘레오나 킹스칼라 소령의 지휘 덕분.’



현재 저녁노을 초원의 가장 큰 관심사는 ‘스카 호’의 선장 레오나 킹스칼라의 다음 행보였다.


‘스카 호’는 저녁노을 초원이 자랑하는 우주 함선이었다. 당시의 가장 최신 기술을 사용하여 함선이 건조되었을 때, 왕은 그레이트 세븐의 일원인 ‘굴복하지 않는 백수의 왕’의 본명을 붙였다. 고작 함선의 이름으로 붙기에는 대단한 이름이었다. 그러나 넓은 우주 공간의 최전방을 탐험하는 우주 함선에 그것만큼 어울리는 이름도 없었다. 이제까지 닿아보지 않은 공간을 탐험하는 존재는 어떤 어려움에도 굴복하지 않아야 하는 존재여야 하므로.


그러므로 레오나 킹스칼라가 왕족으로서 군역을 다하기 위해 부임지를 선택했을 때, 사람들은 모두 레오나 킹스칼라의 선택에 주목했다. 스카 호는 우주적으로도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오지를 탐험하는 탐험선이었고, 그 이전까지의 레오나는 딱히 하고 싶은 것 없는 한량이었기 때문이다. 세간은 저녁 노을 초원의 현 왕인 파레나 킹스칼라가 권력욕에 미쳐 젊은 동생을 험지로 내보낸다고 수군댔다.


그러나 스카 호를 선택한 것은 레오나였다.


레오나가 스카 호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모두 의미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저녁노을 평원에 복속된 작은 공국의 대공작 작위, 채굴량 많은 다이아몬드 광산이 있는 지역의 소유권과 공작 작위, 그 외로도 수많은 이권들을 받았음에도 레오나는 왕이 될 수 없었다. 전 왕이 차기 왕인 파레나보다도 더 큰 권력과 금권을 주려 한다고 할 정도로 많은 것을 받았음에도 레오나는 그것에 만족할 수 없었다. 여명고원의 대공작이니,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호니, 그런 것이 무슨 의미란 말인가? 실질적인 ‘가장 좋은 것’은 파레나의 차지였다. 원하지 않는 것만을 잔뜩 손에 쥐여주면 뭐하나. 가장 원하는 것은 이미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갔는데!


그러나 레오나는 반란을 획책하기에는 현실적인 인간이었다. 파레나는 레오나보다 10살 이상 많았고, 가장 정통성이 높은 장자였으며, 무엇보다도 군 수장과 귀족원 수장이 모두 파레나를 지지했다. 파레나에게 군왕의 자질이 없었더라면 어떻게든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파레나 킹스칼라는 심지어 군왕의 자질마저 탁월했다. 오히려 파레나가 레오나보다 개인으로서의 능력은 떨어지더라도 모두를 이끄는 군왕으로서의 자질은 레오나보다 뛰어났다.


그것이 레오나 킹스칼라는 못내 억울했던 것이다. 장자상속의 원칙이 없었더라도 파레나를 이길 수 없었을 것이라는 판단은 레오나로서도 가능했다. 그렇지만 장자상속의 원칙 때문에 경쟁 한번 해 보지 못하고 파레나에게 밀려나는 것은, 단 한 번의 기회도 없다는 것은 억울했다.


그래서 자신을 내던졌다. 형과 형의 자식에게 가진 적조차 없었던 것을 빼앗기는 것이 억울해서. 아예 오지에 가서 죽어버려서 파레나를 어린 자식을 위해 젊은 동생을 죽이는 미친 왕으로 만들고 싶었다. 파레나는 그런 짓을 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런 생각이 비겁하다는 사실을 레오나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한량으로 죽은 듯이 살기보다는, 형의 자식, 왕손 체카에게 고개 숙이며 살기보다는 죽는 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죽을 기회가 생기니까 죽고 싶지가 않았다.


레오나는 죽은 동태 눈을 뜨고 전산을 통해 올라온 보고들을 훑어보았다. 메신저로 왕가의 집사인 키파지에게 연락이 와 있었다.



- 언제쯤 기록해오신 자료들을 발표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알아서 하라고, 망할 할아범.


생각하고선, 메시지를 읽지도 않고 레오나는 전산을 껐다. 키파지가 질문한 것은 스카 호의 선장으로서 스카 호의 전투 기록을 언제 발표하는 것이 좋을지에 관해서였다.


이번 전투는 레오나가 저녁노을 평원의 우주군 소령이자 스카 호의 선장이 된 이후 첫 전투였다. 레오나는 스카 호의 선장이자 책임자로서 새로운 우주 괴수의 형체와 구성, 능력 등을 파악하여 전달할 의무가 있었고, 며칠 전에 ‘알아서 하라’라는 말과 함께 군 소속 연구소에 자료들을 죄 전송했다.


보통이었더라면 이미 연구소에 자료들을 전송했으니 그 쪽과 의논하라거나, 상세한 건 부관인 라기 부치와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겠지만, 그런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상대가 키파지였기 때문이다.


망할 형님. 머리 좀 쓰셨군.


키파지는 과거 저녁놀 평원의 재상이자 어린 시절 레오나의 교육 담당자였다. 의견이 강하고 고집이 센 레오나 킹스칼라도 그의 말은 들었다. 키파지라면 연구소와는 이미 자료의 발표 날짜를 상의하여 레오나에게 최종 결정을 내리게 하자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결론을 내렸다면 라기와 상의하여 알아서 처리하라고 해봤자 레오나에게 결정권이 돌아오게 된다.


귀찮아 죽겠어. 정말.


그 우주 괴수부터 시작해서, 그 우주 미아까지 전부다 귀찮은 일투성이였다. 선장이라는 직위를 받아들자마자 이따위 일이 일어나다니, 그나마 안전한 곳만 탐사다닐 예정이었던 레오나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스카 호가 우주 괴수를 마주친 것은 워프 게이트를 통해 외은하로 나간 직후였다.


‘워프 게이트’라고 불리는 게이트는 사실 어떤 특별한 문이 아니었다. 우주에서는 마법의 제대로 된 사용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편의상 ‘게이트’라고 부르긴 하지만 워프 게이트는 마법적으로 생성된 문이 아닌, 기술의 이름이다. 그곳에 존재하는 블랙홀의 중력을 이용해 다른 곳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기술. 아주 섬세한 조정이 필요하며, 잘못하면 중력에 의해 압축되거나 블랙홀로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기술이었다.


그렇게 섬세한 조정이 필요한 일에, 그 조정을 이루어야 할 기술자인 일등 항해사가 갑작스러운 중력 변화에 기절했다. 레오나가 급하게 계기판을 잡았고, 어떻게든 블랙홀로 떨어지지 않은 것이 기적이었다. 그러나 블랙홀의 중력 범위에서 빠져나와 조우한 것은, 처음 보는 우주 괴수였다.


하얗고 거대한 날개를 가진 것이 코드번호 67 ‘천사’를 닮긴 했으나, ‘천사’는 아니었다. ‘천사’를 마주해본 레오나로서는 알 수 있었다. 공격성을 띄는 그것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레오나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죽고 싶지 않아서 펼친 미친 짓이었다. 그러나 굴복하지 않는 백수의 왕의 위명에 어울리는 행동이기도 했다. 우주 괴수의 날개 아래로 지나가는 데에 성공한 스카 호는 이후 우주 괴수가 지키듯이 등을 보이고 있던 존재와 마주했다.


여자였다.


우주복을 입지 않으면 압력차 때문에 몸이 터져버리는 우주 공간에서,


하얀 원피스만을 입은, 흰 머리칼의 여자.


인간의 형태를 띈 그 자를 들여보낼지 말지에 대해 모두가 토론했다. 그러다 결국 결정권이 레오나에게로 넘어왔다. 그 때 레오나는, 심드렁한 얼굴로 말했다.



“우주 괴수일 수도 있지만, 인간일 수도 있다… 이건가.”

“예.”

“구한다.”

“예?”



그 녹음된 대화 때문에 지금 인간을 사랑하는 강인한 모험가 레오나 킹스칼라의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레오나는 그를 생각하고 “망할 새끼.” 따위의 욕설을 중얼거렸다. 그 때 그 여자, 유키 화이트를 구하러 가자고 하지만 않았어도 이 따위 이미지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테고, 파레나가 “역시 내 동생이야. 역시 그레이트 세븐의 후손이다!” 이라며 진심으로 기뻐하는 쓰레기 같은 상황에 처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킹스칼라 소령님~ 들어가도 되겠슴까?”

“들어오지 말라면 안 들어올 건가? 들어와라.”

“시시싯, 어차피 들어오라고 하실 거잖슴까.”



문을 열고 부관인 소위 라기 부치가 들어왔다. 저 녹음본을 유포하여 레오나를 국민 영웅으로 만든 놈이 저 놈이었다. 그 사실을 떠올린 레오나는 저 웃는 얼굴을 쥐어박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것마저 귀찮아져 의자에 길게 눕기만 했다.



“아, 킹스칼라 소령님. 제발 그러지 좀 마십쇼.”

“내 맘이다. 부치 소위.”

“하…… 진짜.”

“지금 나한테 한숨 쉰 거냐?”

“아님다!”



넉살 좋게 웃는 라기를 보며 잠깐 이 녀석과 어울리던 학창 생활을 떠올리던 레오나는 심드렁하게 질문했다.



“또 뭐냐.”

“아. 유키 화이트 씨 말인데요.”

“우주 미아.”

“네. 그 우주 미아 분.”

“왜.”

“또 사라져서 연구원 쪽에서 찾아달라고 왔습니다.”

“적당히 달래서 돌려보내.”

“그게 안 되는데요.”



망할 여자. 또 어딜 간 건지.


그 여자의 나름의 보호자로 등록되어 있는 레오나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구하지 말 걸 그랬다. 우주복을 넘어 선명히 들려오는 목소리로, 반짝이는 눈동자로 안겨올 때 밀쳐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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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후회해봤자 뭐하는가? 과거의 그는 그러지 못했고, 저녁노을 평원으로 데려온 것으로도 모자라 그 여자의 보호자가 되어 버렸다. 소령이 되면 한량처럼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미아 찾기에 동원되게 생겼다.


레오나 킹스칼라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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