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자사니] 눈을 감고
“히자마루!”
자신을 부르는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본성 후원의 정자에서 하루카가 손짓하고 있었다. 웬일로 근시인 미다레 토시로도, 의형제인 오오카네히라도 없이 혼자였다. 히자마루는 부름에 응해 신발을 벗어두고 정자 위로 올라섰다. 정인을 바라보는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떠 있었다.
“혼자인가?”
“잠시 사람을 물렸어요. 홀로 쉬고 싶어서.”
“호위는 물리지 않는 것이 좋아.”
“히자마루가 왔으니까, 괜찮지 않나요?”
“내가 있으면 홀로 쉬지 못하지 않나.”
“정말로 혼자 있으면 외로우니까.”
궤변이다. 논리에 맞지 않는 말을 하는 것을 알고는 있는지, 하루카는 배시시 웃고 있다. 히자마루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홀로 있고 싶었다는 말이 거짓이든 아니든, 연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픈 싶은 마음만은 히자마루도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후원의 정자에 두 명 몫의 다과를 준비해두고 혼자 있게 된 사연을 캐묻지 않기로 했다.
“객을 청한 모양인데, 내가 객을 쫓아낸 것은 아닌가 모르겠군.”
“객은 오지 않을 걸요. 청한 손님이 청을 듣지 않고도 와 주어서.”
“참…… 하루카. 내가 마침 이 근처를 지나지 않았더라면 어쩔 뻔했나. 그래도 호위도 하나는 곁에 두어야지.”
“미다레는 눈치가 빠르니까요. 히자마루가 근처에 있는 걸 알고 떠났을걸요.”
하루카가 미다레의 역성을 들었다. 히자마루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히자마루는 하루아메 성에 두 번째로 온 태도로, 취임 초기에 미다레가 하루카를 납치했던 일을 아는 칼들 중 하나였다. 하루카도 히자마루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모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미다레를 아끼는 마음이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그를 알기에, 히자마루는 불퉁하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당신은 미다레 토시로를 참 아끼는군.”
“질투나나요?”
“그저 그런 시기가 아니라는 것쯤은…… 아니, 아니다.”
자신이 미다레 토시로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은 겨우 그런 이유에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히자마루는 그저 입을 다물었다. 그저 그런 질시에서 나온 말은 아니었지만, 어찌되었건 미다레 토시로는 주인의 애정과 신임을 받는 칼이다. 상대에게 연정을 품고 그의 사랑을 갈구하는 이가 말을 길게 늘리면 오히려 추할 뿐이다. 게다가 혼인이라는 사회적 계약을 통해 주인을 독점하고 있는 입장에서, 주인이 덮어준 치부를 드러내는 일은 성의 안주인으로서 제대로 된 내조라 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속은 거멓게 타들어가는 것이다. 인간적인 신임과 애정도 자신만이 받고 싶다는 독점욕. 기껏 주인에게서 받은 인간의 몸, 그로 인한 감정의 결론이 이것이라는 점이 히자마루로서는 무척이나 유감이었다.
“히자마루.”
그러나 보드라운 목소리가 상념을 깬다. 모두 알고 있다는 듯 하루카가 생긋 웃고 있었다. 부러 주인과 거리를 두고 앉았건만, 어느새 다가온 하루카는 히자마루의 다리를 짚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고 있었다.
“시를 지어 줄래요?”
“시?”
“네. 연애할 때처럼. 시제는 여름, 이 좋을까요.”
“그렇게 말해도 나는 가인歌人이 아니라…….”
“어라. 가인佳人이 맞는 줄 알았는데. 히자마루는 아름다우니까.”
“그런 농담 말고…….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겠나.”
히자마루가 눈을 질끈 감았다. 감긴 눈꺼풀 너머로 여인이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실 시는 짓지 않아도 괜찮아요.”
아, 여인의 변덕이란! 히자마루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하루카가 어떤 얼굴로 웃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대신 눈은 그대로 감아주세요.”
깊은 바다의 고요함을 담은 푸른 눈이 가까웠다.
히자마루는 눈을 감았다. 보드라운 입술이 제 입술과 겹쳐졌다. 요령 없는 두터운 손이 얇은 천의 유카타를 두른 여인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입술의 벌어진 틈으로 따뜻하고 촉촉한 혀가 침범했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본성의 후원이라는 사실은 이제 두 사람에게는 중요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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