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513 좋아할 자신

작성자: 린더 작성일: 2026.05.13

요즘의 나는 무언가를 남들만큼 좋아할 자신이 없는 것 같다.


내 애정이 다른 이들보다 모자란 탓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최애의 소식에 저렇게 기쁘게 반응하지 못하는 것은. 실제로 그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도검난무에는 한 최애를 오래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나는 도검난무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도 않는 것 같다. 최애의 굿즈를 사모으고, 게임에 과금도 하지만 그건 내가 형편이 되니까 하는 거고.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좋아한다고 하겠지만, 도검난무를 오래 좋아해온 다른 트친들에 비하면, 흠. 글쎄?


게다가 나는 인생을 걸고 싶은 장르가 도검난무 말고 따로 있다. 트위스테. 트위스테는 내게 아주 가늘고 길게, 가능하다면 늙고 추해지고 나서까지 좋아하고 싶은, 소위 말해 ‘인생 장르’다. 그 분들이 내가 트위스테를 좋아하는 만큼 트위스테를 사랑하지 않듯, 나도 그런 것뿐이다.


그런데 가끔은 내가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도검난무 최애의 새 떡밥. 이를 테면 최애의 극 실장 같은 떡밥이 돈다 해도 심장이 벌렁벌렁거려서 최애의 얼굴을 못 볼 것 같진 않다. 그런 일이 트위스테를 좋아하면서는 있었는가? 음, 있었던 것 같기도. 그러나 그는 적어도 1개월 전의 일으로, 지금의 내가 그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감정이 무뎌졌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감정이 예전처럼 나를 무겁게 짓누르지 않고 사랑하는 감정이 이전처럼 나를 극단적으로 몰아가게 하지 않는다. 전두엽의 성장이 끝나가는 징조라면 좋겠지만, 오랜 우울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오랫도록 우울했고 깊게 우울했다.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나 하는 꼴을 보니 미래에도 그럴 것 같다. 왜 우울한지는 몰라도 기쁨이 쉬이 퇴색되고 금방 피곤해지는 것은 우울의 탓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알면 뭣하나? 나는 알면서도 딱히 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스트레스로 인한 호르몬 이상이 머리에 힘 주는 것으로 나았더라면 애초 이런 꼬라지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모든 것에 무감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왜 다른 사람처럼 기뻐하지 못하는지 곱씹지 않을 것이란 말이다.


좋아하는 감정을 세는 것은 즐겁다. 반짝반짝 광나게 닦고 햇볕 좋은 곳에 올려두어 오래 빛나는 것을 감상하고 싶다. 그것으로 또 하루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무언가를 좋아하는 능력을 잃어가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나는 한 대상을 좋아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나. 그건 이전에 지니고 있었던 만큼인가. 잘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것은 나는 그들처럼 그들을 사랑할 수 없다는 것 정도일까.


씁쓸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