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유키] 유키에게
내가 가장 아끼는 친구,
유키에게.
안녕. 유키. 매일 보는 사이면서도 이렇게 편지를 쓰려니 무척 어색하네. 그렇지만 이 이야기를 말로 하기는 더 부끄러워서 말이야. 그렇잖아. 아무 일 없이 잘 지내다가 갑자기 일주일도 더 된 이야기를 꺼낸다면 아무리 너라도 당황하겠지. 당황한 너의 얼굴을 보는 것도 어쩌면 즐거운 일이겠지만, 이미 다 지난 화제로 너를 당황하게 하고 싶진 않아서 말이야. 너는 과거는 과거로 묻어두고 싶어 하는,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냐며 모든 상황을 ‘좋게 좋게’ 눙치고 넘어가려는 성격이라서 애초 이 화제를 달가워하지 않을 것 같기도 했고.
그렇지만 꼭 말하고 싶었어. 그걸 말하지 않는다면 나는 언제까지나 너에 대한 미안함을 마음 한구석에 놓아둔 채 살아가게 되겠지. 유키 너도 그런 건 별로일 거 아니야? 그러니까 이건, 기본적으로 나를 위한 것이지만 너를 위한 것이기도 해.
그러니까, 내가 전하고 싶었던 말은. 미안하다는 거야.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네가 친구가 되고 싶다고 다가온 날 말이야. 나는 다만 소문만으로 너를 판단하고 편견으로 너를 바라봤어. 그래서 좀 까칠하게 대했지. 그렇지만 그것만이었더라면 이렇게 편지까지 쓰지는 않았을 거야. 그렇지만 일단 그것부터 사과하고 싶어. 첫 단추를 그렇게 끼우지 않았더라면, 다음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까.
내가 너에게 가장 사과하고 싶었던 일은 역시 그 날 너에게서 달아났던 일이야. 너도 많이 놀랐을 거야. 변명하자면 그 때. 네가 깨금발을 들어 귀에 입술을 가까이했을 때, ‘나는 다른 세계에서 왔어.’라고 속삭이는 말을 들었을 그 때 말이야. 나는 정말, 정말로 형용하지 못할 기분을 느꼈어. 못 믿겠다는 기분이 처음이었고, 네가 지독한 장난을 치고 있다는 생각이 두 번째였어. 언젠가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네가 속삭였을 때는 이상한 감정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 나는 그러니까. 무서웠던 것 같아. 네가 언젠가는 네 세계로 가버리고, 나는 다시는 너를 볼 수 없다는 것이 말이야. 차라리 친해지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거라고까지 생각했으니까. 그렇지만 어쩌겠어? 나는 너와 친해져 버렸고, 너를 좋아하게 되어 버렸는데 말이야 이런. 앞 문장은 아무것도 아니야. 잊어줘.
그 날 정말 미안했어. 신사의 매너 같은 건 잘 모르지만, 우리 기숙사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매너’에도 맞지 않고, 무엇보다도 나답지 않은 행동이었어.
괜찮다면, 정말로 괜찮다면 나를 정식으로 용서해 주지 않을래? 너는 좋은 친구라서, 나는 정말로 너를 잃고 싶지 않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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