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미나유키]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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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2 13:22

* 블루 스카이 드림 120분 전력 7회 주제 '다음에' 사용





유키 화이트가 눈을 크게 떴다. 그러지 않아도 동그란 눈이 크게 뜨이며 더 둥글어졌다. 어딘가 안면 있는 사람이 거리 맞은편에서 유키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RSA에 내가 알 만한 사람이 있었던가?’


나이트 레이븐 칼리지 학생이라면 거의 모두가 옆 학교인 로열 소드 아카데미에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고 있었다. 나이트 레이븐 칼리지 학생들은 로열 소드 아카데미 학생들을 산기슭 거리의 식당에서 만나면 저 쪽은 의식도 하지 않는데 괜히 혼자 빨리 먹기 대결을 벌인다든가, 은근히 상대의 속을 긁으려 허공에다 ‘역시 우리 학교가 최고지.’ 같은 말을 하곤 했다. 유키와 자주 함께 외출하곤 하는 1학년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유키가 그를 말리려 하거나 로열 소드 아카데미 학생들과 대화라도  하려 하면 최대한 방해하려 들었다. 그렇기에 로열 소드 아카데미에 이름을 아는 사람은 선배들을 통해 알게 된 네쥬와 체냐 정도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라, 또 만났네.”


상대는 눈이 마주치자 유키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오늘은 그림과 단 둘이 외출했고, 그림은 먼저 식당으로 달려가 버려 말을 막는 사람도 하나 없었다.


“아하하, 또 뵙네요. 그러니까 성함이…….”


유키가 곤란한 얼굴로 질문했다. 이렇게 잘생긴 사람을 만나 길거리에서 만났을 때 대화를 걸 만큼 친해졌다면 기억하지 못할 리 없는데,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 그러고 보니 그 때 통성명은 하지 않았었지. 나는 미나지르 틸라자. 로열 소드 아카데미 3학년생이야. 너는?”

“아, 유키 화이트라고 해요. 나이트 레이븐 칼리지에 다니고 있어요.”

“아. 그러고 보니 옆 학교에 여학생이 특례 입학했다는 말은 들었어. 그게 너였구나?”

“네에…….”


마력이 없는 여자애라고 할 법도 한데, 말을 세심하게 고른 티가 난다. 어디서 봤더라, 그를 처음 만난 순간을 떠올려 보면 높은 기온, 뜨거운 태양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아!’


그러고 보니 지난 달에 스카라비아의 카림과 쟈밀과 함께 열사의 나라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아사미나 강 불꽃 축제를 개최하지 못할 뻔한 사건 때문에 잊고 있었는데, 그 이전 낙타 바자르에서 만났었다.


‘분명 그림 녀석이 재미있어 보이는 게 있다며 또 혼자 뛰쳐나가서, 그림을 잡으러 달려가려다가 부딪혔었지.’


그 날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잠깐 잊고 있었지만 분명…….


‘수도는 치안이 좋지만 여자애가 혼자 다닐 만큼 만만한 곳은 아니라고 했었나.’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이제 기억난 표정이네. 하긴, 나조차도 잠깐 잊고 있었으니까.”

“죄송해요. 그 날은 워낙 급했어서…….”

“뭐? 아니, 사과를 들으려고 한 말은 아니야. 그냥, 다시 만난 게 신기해서 그래.”


미나지르가 눈매를 부드럽게 휘며 웃었다. 와, 잘생겼다……. 홀릴 듯 아름다운 미소에 비해선 담담한 감상이었다. 나이트 레이븐 칼리지에 두 학기째 다니면서 잘생긴 얼굴들에 익숙해진 탓도 있지만, 그 때 미나지르가 한 말에 지금 와서 새삼스럽게 자존심이 자극받았기 때문이다.


“그렇죠? 진짜 신기하네요, 저, 그런데 제 파트너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

“파트너?”

“유키! 안 오고 뭐하냐구!”

“아, 지난번에도 봤던 그 친구구나.”


그림을 보고 미나지르가 웃으며 중얼거렸다. 식당 안에서 기다릴 줄 알았는데 식당에 들어가지 않고 유키가 오기를 기다린 모양이었다. 유키가 그림을 흘긋 보고 난처한 표정으로 웃었다. 


“저, 그럼 먼저 가 볼게요.”

“응, 다음에 또 보자.”

“네, 다음에 또 봬요.”


다음은 아마, 아주 오랜 후가 되겠지만요. 빈말을 던져놓고 유키가 생글생글 웃었다. 예의상 던진 빈말이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현실로 실현될 줄도 모른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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