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유키] 2825, 어느 일

<span class="sv_member">린더</span>
린더 @frauroteschuhe
2025-11-25 06:30

트위스테 시점에서 10년 후의 어느 겨울.

 

빌유키는 동거중임.

유키와 함께 살고 있는 집은 빌이 어린 시절 잠시 살았던 휘석국 북쪽의 작은 마을에 있음.

유키는 그 마을의 마법약사고.

 

빌은 일반인 여자친구와 연애중이라는 사실을 유키가 나레칼을 졸업하자마자 발표했을 거 같지.

 

유키가 스물다섯이 되는 해 1월 1일에 결혼예정을 발표했을 거 같고… 그 해 5월에 결혼했으면 좋겠다.

 

아무튼 28살의 신혼인 빌 셴하이트는 오래 매달려있던 영화의 촬영을 끝내고 3개월의 촬영 공백기를 가지게 됨.

공백기의 시작은 마침 유키의 휴일이기도 해서 홈데이트를 하기로 했을 듯?

 

빌이 영화 촬영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유키가 맨발로 우다다다 뛰어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고층 아파트라 층간소음 문제로 평소에는 둘 다 사뿐사뿐 걷는데… 빌의 해외 로케로 며칠 못 봤어서 사뿐사뿐이고 뭐고 우다다다 달림. 다행히도 이른 오후라 괜찮았음.

 

아무튼 문 열리는 소리 듣자마자 냅다 달려나와서 빌을 끌어안는 유키.

 

그에게서 나는 냄새는 겨울 냄새와 희미해진 화장품과 향수 냄새… 바깥은 추웠지만 그는 유키와 함께 산 모직 코트를 입고 있었겠네. 좀 당황하지만 잔소리도 안 하고 품에 얼굴을 묻은 유키 뒷머리를 쓰다듬는 남자.

 

이렇게 마구 달려와서 인사도 없이 안기면 되냐고 한마디 해야 하는데 보고 싶었다는 마음을 이렇게 온몸으로 표현하는 게 좋아서 머리카락만 만지작거림. 그리고 빌의 허리를 꼬옥 끌어안고 있다가 여전히 가슴에 얼굴 묻은 채로 다녀오셨어요… 하고 웅얼거리는 아직 소녀같은 여자.

 

영화를 보려 한 듯 TV에는 OTT 화면이 켜져 있었고… 빌이 그걸 알아챌 때쯤에 유키가 빌을 놔줘. 보고 싶었어요. 하면서 바보 같은 얼굴로 히히 웃을 듯. 매번 느끼는 거면서도 괜히 행복으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선배… 결혼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같이 캐리어와 물건들을 원래 자리에 정리한 다음에 선배는 씻으러 들어가고 유키는 캐리어를 창고에 넣어두고 다시 TV와 OTT 서비스를 켤 거 같음. 오후 세시쯤 되지 않았으려나. 간식을 세팅해두고 습관적으로 검색창에 빌 셴하이트를 검색하겠네. 그리고 씻고 나오는 빌이 검색어를 보는 거.

 

웃으면서 내가 나오는 영화를 보고 싶은 거냐고 질문하는 빌… 간식 준비에 시간이 제법 걸려서 샤워 이후의 스킨케어까지 완벽히 마치고 나온 모습이겠네. 고개를 끄덕이면 빌은 자신이 원탑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를 선택함.

 

아름다운 호수의 기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 호수의 기사와 영원의 검. 빌이 주인공인데다 네쥬가 악역인, 전통적인 캐스팅과는 반대인 영화였음. 빌은 주인공인 란슬롯을, 네쥬는 악역 왕자인 모드레드를 맡음.

 

몇 번은 본 영화인데도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영화에 집중하는 유키. 유키의 옆에 앉은 빌은 어쩐지 영화의 미쟝셴이나 그 때의 제 연기보다는 유키의 반응이 궁금해짐. 화면 속에서 움직이는 금발의 기사. 란슬롯으로 분한 자신이 유키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제 액션을 어떻게 볼지. 이전에 봤던 때와는 다른 생각을 할지…

 

잠깐 집중이 깨진 순간, 유키가 빌의 시선을 의식함. 무의식적으로 눈동자를 그 쪽으로 굴리고, 그를 바라봄. 한 쪽에 꽂히던 시선이 마주쳤을 때… 당혹스러우면서도 빌의 사랑이 느껴져서 괜히 눈썹 끝을 내리는 유키. 자기만 이러는 건 어쩐지 불공평해서 말할 거 같다.

 

영화 안 보세요?

보고 있어.

저 보고 계시지 않았어요?

집중하는 게 귀여워서.

……

 

본전도 못 찾고 얼굴 빨개져서 영화에 다시 집중하려는데, 옆에 빌이 있다는 게 괜히 의식돼서 가슴이 쿵쿵거릴 듯. 영화 속 호수의 기사보다 제 옆에 있는 빌에게 더 신경이 쓰여.

 

영화의 분위기는 점점 깊어져 가고, 란슬롯과 모드레드의 이념 대립도 더더욱 강렬해짐. 악역을 맡은 네쥬의 선한 얼굴이 클로즈업됨. 늘 선역만 맡아오던 사람인데, 저런 카리스마 있는 연기도 잘하네…… 이런 생각을 하다가 빌을 힐끗. 그치만 표정을 제대로 확인하기 전에 화려한 액션씬이 나옴. 그렇게 빌과 네쥬의 화려한 검술이 이어짐.

 

빌이 늘 몸을 잘 쓴다고는 생각했지만 네쥬와 합을 맞추는 모습이 어쩐지 우아한 왈츠를 추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빌과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네쥬에게 조금은 질투가 나. 유키는 괜히 제 옆에 앉은 빌의 팔을 끌어안음. 빌은 유키가 무서워서 그런다고 생각할 듯.

 

마지막 전투 이후 란슬롯은 영원의 검을 지켜냈고 모드레드의 탈출과 함께 영화가 끝남.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영화를 끄고 유키가 반짝이는 눈을 하고 말을 시작해. 언제 봐도 재밌고, 언제 봐도 빌이 멋있고, 언제 봐도 이장면이 어쩌구저쩌구. 빌은 제 팔에 매달려 조잘대는 유키를 흐뭇하게 바라봄.

 

빌의 란슬롯, 정말 멋있었어요! 자신의 신념을 믿고 관철하는 선한 남자만이 지을 수 있는 표정이 있었다구요. 정말로, 신념을 가진 남자는 아름다운 법이네요… 아까전에 그, 모드레드와 대치하는 장면에서 빌의 오른쪽 얼굴이 나왔잖아요? 빛이 비친 잘생긴 눈썹뼈와 콧대가 무척 아름다웠다구요. 남자의 티존과 눈썹는 한 세트인데, 빌 씨는 티존이 잘생겼으면서 캐릭터에 맞게 눈썹을 예쁘게 다듬어서 강렬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얼굴이 돼서는…… 역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남자라는 말은 빌을 위해 있는 말이네요.

유키, 숨 좀 쉬고 말해.

그치만! 진심으로, 당신이 연기한 란스의 눈이 너무 예뻐서 TV에 키스할 뻔 했다고요.

실물이 눈 앞에 있는데, 굳이 TV에 키스할 필요가 있니?

 

어이없다는 듯 이렇게 말하면, 목을 안고 끌어와 눈 바로 밑에 키스하고 배시시 웃겠지… 빌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을 듯.

 

그러다가도 모드레드를 맡은 네쥬 이야기 나오면 빌의 얼굴이 살짝 굳을 것 같다. 저 영화를 찍었던 때에 빌유키가 사귀는 걸 모르던 네쥬가 유키를 소개해달라고 했기 때문에.

 

빌은 다시 영화판으로 복귀하자마자 일반인 여자친구와의 열애설을 인정했는데, 그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비밀에 부쳤음. 그렇기 때문에 네쥬도 빌의 여자친구가 누군지 몰랐는데, 이전에 유키가 빌의 대본집을 가져다 주면서 네쥬와 잠시 만났다가 헤어짐.

 

이후 네쥬가 나중에 빌에게 유키 씨, 엄청 아름다워졌더라. 이전엔 귀엽기만 했는데… 이런 얘기를 하면서 연락처를 가르쳐줄 수 있냐고 물었을 듯? 그래서 빌이 내 여자친구 전화번호는 왜? 하고 좀 날카롭게 반응함. 네쥬가 삐군 여자친구였어?! 말을 하지!! 삐군이랑 엄청 잘 어울려!! 이러고 상황이 끝난 적이 있었음

 

유키가 새삼스레 네쥬 연기 늘었다고 칭찬하니까 그 일이 생각났을 듯… 그래서 심술궂게 물었으면 좋겠다.

 

란슬롯과 모드레드 중 누가 더 좋아?

 

유키가 질투하는 빌이 보고 싶어서 란슬롯이 멋있긴 했는데, 모드레드도 귀엽긴 했죠~ 했으면 좋겠어. 하아? 하고 어이없는 표정으로 유키를 쳐다보는 빌. 질투를 귀엽게 표출하는 방식으로 마음을 달래보려는 걸 모를 리 없음. 실제로 빌의 눈은 깊게 가라앉아있을 거고.

 

그 눈을 보고 유키가 빌을 냅다 끌어안았으면 좋겠다. 가슴으로 끌어안고 어린애 다루듯이 머리를 쓰다듬었으면.

 

빌. 삐졌어요? 세상에, 어린애도 아니고!

……그래. 삐진 어린애는 잘 달래니? 셴하이트 부인.

왜 이렇게까지 심통이 났을까. 우리 아기는? 모드레드도 귀엽긴 하지만 제가 제일 귀여워하는 건 우리 아기 선배인데.

 

이러면서 이마와 눈에 쪽쪽 키스해주면 좋겠어. 너무 대놓고 아기 취급하는 것이 어이없어서 유키를 꾸욱 끌어안고 말했으면 좋겠다.

 

미세스 셴하이트는 아기와 그렇고 그런 짓도 하나 보죠?

우리 사랑스러운 미스터 셴하이트. 모드레드에게 질투라도 난 거예요?

……조금은.

 

그렇게 말하면서 빌은 유키의 어깨에 턱을 얹고 유키를 더 세게 끌어안을 듯. 으스러지도록 안지만 힘이 그만큼 들어갔다는 것도 인지 못할 거 같다.

 

숨은 좀 막히는데 오히려 그 숨막힘이 애정의 증명 같아서 좋아서 유키는 아무 말도 안 함. 오히려 그 등 쓸어주면서 조잘거릴듯.

 

네쥬 씨 내 취향 아닌 거 알면서. 네쥬 씨도 저 취향 아닐걸요? 뭘 걱정하는 거예요. 빌. 아, 유키 화이트, 출세했네.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남자에게서 질투도 받아보고.

 

이러고 까르르 웃으면 빌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 한번 쉬고 한마디 할듯.

 

셴하이트.

에?

유키 화이트가 아니라, 셴하이트잖아.

그렇지만, 유키 셴하이트가 된 것부터가 출세잖아요?

몰라. 셴하이트라고 해.

어머. 알겠어요? 빌 셴하이트 씨?

알아들어서 다행이군요. 유키 셴하이트 씨.

 

그러고 이마에 키스했으면 좋겠다. 이마에 키스받은 유키는 또 까르르 웃겠네. 아. 생각만 해도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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