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유키] 사랑하는 버터쿠키
“이건 뭐니?”
“버터 쿠키예요. 트레이 선배가 만드는 것을 도와주셨어요.”
버터 쿠키를 리들의 손에 쥐여준 유키 화이트가 눈치 없이 방긋 웃었다.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햇살같은 미소에 굳는 것은 죄 없는 주위 사람들이었다. 리들의 발언은 누가 들어도 ‘이걸 왜 나한테 주는 거니?’에 가까운 말이었기 때문에.
“오늘도 모르는 척 구는구나. 이걸 내게 왜 주냐는 의미였는데.”
“버터 쿠키, 싫어하세요?”
“싫어하진 않아. 그렇지만 네가 준다고 해서 내가 다 받을 이유는 없다는 뜻이야.”
유키가 눈을 깜박거렸다. 곧 울겠군. 이 광경을 지켜보던 다른 학생들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의외로 유키는 울지 않았다. 대신 버터 쿠키를 예쁘게 포장한 포장지를 뜯었다. 리들은 유키가 이제 무슨 짓을 하려고 드는지 주시했다.
‘뭐, 뻔하지.’
며칠간 본 유키의 행동대로라면, ‘제가 먹여드릴게요. 아—앙♡’ 같은 말을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리들도 이번만큼은 유키를 참아줄 마음이 없었다. 그런 소리를 듣게 되면 다시는 그러지 못하게 많은 사람 앞에서 무안을 줄 셈이었다. 화를 낼 만한 일은 아니니, 차분하게 거절하여 다시는 이렇게 남의 마음을 휘젓는 짓을 하고 다니지 못하도록…….
와삭!
유키가 버터 쿠키를 하나 집어들어 씹었다. 예상 외의 행동에 리들이 당황하여 눈을 크게 떴다. 반 조각 정도를 꼭꼭 씹어 꿀꺽 삼킨 후 유키가 말했다.
“음. 역시 맛있는데. 리들 선배는 진짜 안 받고 싶으신 거죠?”
“…….”
“받기 싫으시면 됐어요. 저도 이왕이면 맛있게 먹어주는 분한테 드리고 싶거든요. 그럼 이건 에펠이랑 나눠 먹는 걸로.”
유키가 다시 포장을 닫았다. 리들이 멍한 표정으로 유키가 하는 양을 쳐다보았다. 가장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것 같은 상대에게서 담담한 수용의 말을 들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떼어내도 떼어내도 다시 달라붙어올 녀석인 줄 알았는데!
“그럼 전 가볼게요! 시간 내주셔서 감사했습니다아.”
말 끝을 늘리며 돌아가려는 뒷모습이 야속하기 그지없었다. 리들은 자존심을 굽히며 뒤돌아선 유키에게 말을 걸었다.
“잠깐.”
“네?”
“안 받는다고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잖아.”
부끄러운지 얼굴에 홍조를 띄운 채 리들이 중얼거렸다. 유키가 생글생글 웃었다.
“역시 받고 싶으신 거죠?!”
“트레이와 함께 만들었다면 트레이가 내 몫을 챙겼을 게 분명하니까…… 네가 주는 건 굳이 받지 않아도…….”
“트레이 선배도 얼마 정도 챙기긴 하셨는데요. 그래도 이건 ‘제’가 드리는 건데?”
그래. 그래서 거절했던 거다. 리들은 빨개진 얼굴로 입을 꾹 다물었다. 저걸 받아줘 버리면 유키가 더 달라붙어 올 테니까. 그렇지만 왜일까, 리들은 유키가 다가오는 것도 불편했지만 멀어지는 것은 더 싫었다.
‘이런 내 속내를 다 읽고 저러는 거겠지.’
그렇게 따지자면 참으로 영악한 여자애가 아닌가. 리들은 한숨을 쉬며 손을 내밀었다.
“줘. 그 버터 쿠키.”
“에. 제가 하나 먹어버렸는데 괜찮으세요?”
“괜찮고 말고 할 것도 없어. 원래 나에게 주려고 가져왔잖아? 그럼 주고 가야지.”
“……네!”
유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잠깐 생각하는 듯 싶다가 리들에게 다시 포장한 과자 봉지를 건넸다.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는 거지?’
혼란스러운 마음이었다. 진짜 오늘은 포기해야 하나 싶었는데…… 왜 갑자기 마음을 바꾼 거지? 버터쿠키를 좋아하나? 아리송했지만 그것도 곧 리들이 버터 쿠키를 잘 챙기는 모습을 보자 사라졌다.
“크흠. ……잘 먹을게.”
“네! 나중에 봬요!”
유키는 기분 좋은 목소리로 그렇게 외치며 제 반으로 통통 튀어 사라졌다. 제게로 집중되었던 시선이 흩어지는 게 느껴졌다.
‘학교의 홍일점에게 관심받는 내 심정도 헤아려줬으면 하는데 말이지.’
생각하며 버터쿠키를 한 입 깨물었다. 버터를 아낌없이 사용한 듯 입에서 고소한 과자가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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