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리들유키] 설마? 에이, 설마

<span class="sv_member">린더</span>
린더 @frauroteschuhe
2025-11-24 20:01

안녕하세요, 리들 선배, 트레이 선배!”

 

익숙지 않은 명랑한 하이톤의 목소리에 트레이는 뒤를 돌아보았다. 남학교인 나이트 레이븐 칼리지에 특별히 입학 허가를 받은 여학생, 고물 기숙사의 유키가 그림을 품에 안은 채 머리를 꾸벅 숙여 보이고 있었다. 트레이는 손을 흔들어 보이며 생각했다. 오늘은 안 하나?

 

리들 선배는 오늘도 귀여우시네요!”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유키가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 그래. 안 할 리가 없지. 트레이는 자연히 리들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의외라고나 할까, 리들은 그다지 화가 나 보이지 않았다. 며칠 전에는 한 번만 더 귀엽다고 하면 목을 날려버릴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까지 했었는데,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긴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두통이 안 오는 것은 아닌지, 리들은 화를 내는 대신 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를 뿐이었다.

 

하아, 유키라고 했었나? 한 번만 더 하면 목을 자르겠다고 했을 텐데.”

리들 선배의 아름다움을 찬탄하는 데에 제 목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드리겠어요! 저는 겁쟁이가 아니거든요.”

아니, 유키 쨩. 리들을 더 자극하는 건 그만두지 않을래?”

 

트레이가 어색하게 웃으며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 오버블롯 소동이 있은 이후로 리들이 많이 유해지긴 했지만, 더 자극하면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모른다. 마법을 못 쓰는 사람을 마법으로 공격하진 않겠지만…… 왠지 저 녀석, 유키 쨩과 관련한 일이 생길 때마다 심기가 불편해 보인다 이거지. 트레이의 속마음을 알 리 없는 유키가 트레이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렇지만 귀여운 것을 귀엽다고 말하지 못하는 세상은 부조리한걸요! 아니면, 하트 여왕의 규칙 중에 사랑스러운 것을 사랑스럽다고 말하면 안 된다고 적혀있나요?”

 

. 할 말이 없어진 트레이를 제치고 리들이 유키의 앞에 섰다.

 

자기보다 키도 크고 나이도 많은 남자를 사랑스럽다고 여길 사람은 없어. 하트 여왕의 규칙에 네가 말한 것과 같은 규칙은 없지만 말야. 사람을 놀리면 안 돼.”

진심인데…… 장난처럼 느껴지셨나요?”

어딜 보나 귀여운 구석 따위는 없잖아? 어린아이도 아니고.”

그렇지 않아요! 법을 준수하는 것은 민주시민으로서 중요한 의무이고, 그 반짝이는 파란색 눈동자나 갓 핀 장미같은 붉은 머리를 사랑스럽지 않다고 생각할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리들 선배가 먼저 귀엽지 마시던가요!”

……마술을 쓸 수 있었다면 넌 분명 폼피오레에 들어갔을 거다. 빌 선배에게 호되게 교육받아야 정신을…… 아니, 루크 씨에게 영향받아 더 이상해졌을지도…….”

 

제 외모를 예찬하기 시작하는 유키의 모습에 리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어둠의 거울이 저 녀석을 폼피오레에 집어넣었어야 했는데. 그래야 빌 선배에게 항의라도 하지. 리들은 한숨을 쉬었다.

 

혼잣말하는 것까지 귀여워…… 아아, 오늘도 세상은 아름답구나…….”

정말이지……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폼피오레의 꼬맹이나 따라다녀. 괜히 귀엽니 뭐니 하며 나를 괴롭히지 말고.”

꼬맹이라뇨. 에펠 군은 리들 선배보다 아주 조금밖에 작지 않거든요?!”

아무튼 다음 번에도 나에게 귀엽다고 한다면…….”

그런데, 제 목은 어디다가 쓰실 건가요?”

 

? 리들은 갑자기 가까워진 거리감에 눈을 깜박였다. 유키가 가까운 거리에서 깨금발을 들고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리들은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뒤로 물러섰다.

 

, ……!”

장미 정원의 거름으로 주기에도 그렇고. 그냥 쓰레기로 버리기에도 아깝죠. 사람 목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나요? 그냥 하트 여왕님처럼 리들 선배의 말버릇인가요? 살로메처럼 잘린 목에 키스하지도 않을 것 아녜요?”

유키 쨩. 리들을 너무 놀리지 마.”

 

결국 트레이가 얼굴이 새빨개진 리들을 두고 유키를 뒤로 끌어냈다. 유키가 피이, 하며 볼을 부풀렸다. 놀리는 거 아니거든요?! 아름다움 앞에 저는 진지해요! 외치는 목소리가 제법 단단했다.

 

싫다는 행동을 계속하는 건 괴롭힘이나 다름없어. 유키 쨩.”

……그건 그렇지만…….”

, , 너는, 부끄럽지도 않아?!”

 

고개를 숙이고 혼나는 유키에게 어버버거리던 리들이 소리쳤다. 여전히 얼굴은 새빨개진 채였다. 유키가 고개를 반짝 들고 리들을 쳐다보았다. ……어라?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기도 전, 리들이 다시 외쳤다.

 

됐어, 트레이. 가자! 다음 수업 시간에 늦겠어!”

 

그러며 그는 뒤돌아서 먼저 교육동으로 향했다. 발걸음이 제법 빨랐다. 트레이가 어이, 리들. 기다려! 하며 그를 따라잡았다. 유키는 그 자리에 못박힌 듯 서서 한참동안이나 리들의 빨개진 귀를 쳐다보았다.

 

설마? 에이, 설마.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