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자사니] 사람에게 꽃다발을

<span class="sv_member">린더</span>
린더 @frauroteschuhe
2026-06-09 20:52

“꽃을 좋아하나?”


히자마루는 생각한다.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기척을 내기도 전에 질문한 것은 성급했다고.


그렇다고 이미 내뱉은 말을 물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제 주인은 이미 놀라움도 갈무리하고 눈을 휘어 웃고 있다. 노란 유채꽃밭에 푸른 기모노를 입은 여자가 꽃보다 곱게 서 있다. 사랑스러운 들꽃 같은 목소리로 하는 질문이 꼭 히자마루를 놀리려는 듯 얄궂었다.


“꽃을 좋아하지 않는 여자가 있을까요?”

“보지 못했지만, 어딘가엔 있을 수도 있으니.”

“히자마루가 보기에, 저는 어느 쪽?”


하루. 봄의 이름을 가진 그의 주인이 맑게 웃는다. 까르르 웃는 젊은 여인의 목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히자마루는 맥락 없이 깨닫는다.


백일몽을 보고 있구나.


그렇게 눈을 감았다 뜨면 이곳은 겐지의 전장.


형제가 서로를 죽이려 드는 패륜적 현실.


모든 히자마루들은 이곳에서 제 전 주인의 패퇴를 지켜본다. 어떤 히자마루는 제 전 주인에게 가세해 싸우기도 하고, 어떤 히자마루는 그들을 말리려도 할 테다. 그리고 이 히자마루는, 이 전장을 가만히 지켜보기를 택했다.


해가 넘어간다. 한바탕의 회전이 끝나고 군사들이 자신의 군영으로 돌아간다. 승기는 형 쪽인 요리모토의 쪽이 쥐었다. 더 볼 것도 없다. 히자마루의 전 주인인 미나모토노 요시츠네는 약속된 최후를 맞을 것이다.


그래. 그에게 예비된 죽음을.


히자마루는 본체를 꾹 쥐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을 비웃었다. 본체를 쥐고 있다 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미 모든 것은 한 차례 지나간 일.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동시에 일어나는 일이라 하여 과거를 변형해도 좋은가?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러나 겐지의 요시츠네가 그렇게 지는 것은 아까운 일이라고. 히자마루는 생각한다.


형제의 화목을 빌며 자신을 신사에 봉납한 그 인물은, 그의 형을…….


지금 생각하기엔 너무 오래된 일이다.


그러나 히자마루의 눈 앞에 바로 펼쳐지는 일이기도 했다.


깎아지른 높은 절벽 위, 히자마루는 불을 피운다.


인간의 몸은 귀찮은 것이다. 모닥불의 온기가 없으면 쉬이 몸이 얼어 움직임이 둔해지고 만다. 아까 전 떠 온 깨끗한 물로 히자마루는 먹을 갈았다. 마음을 갈아내듯 먹을 갈면 그을음이 벗겨지듯 벼루에 시커먼 물이 남았다. 이것이 마지막 편지지로, 갈아낸 먹물로 편지를 써 주인에게 보내면 이제 돌아가는 일만이 남는다.


돌아가면 주인은 어떤 얼굴로 날 맞이할까.


아마 아까 전, 백일몽에서 본 얼굴과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다. 히자마루는 눈 감고도 그 얼굴을 쉬이 그려낼 수 있었다. 어찌 잊을 수 있겠나. 처음 봤을 때부터 아름다웠던 그 용모를. 냉막한 가면을 걷어내고 그에게 보여주는 그 미소를.


새삼스럽게 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진다.


주인이 그에게 준 육. 심장. 피. 인간의 몸은 귀찮다고, 거치적거릴 뿐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언제였는지, 아득하기만 하다.


눈을 감으면 눈꺼풀에 새겨지기라도 한 듯 그 웃음이 선하다. 일필휘지로 그려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아,

나는…….


주인을 경외하지 않고 사랑하는 검이, 제 최선의 충성을 바치지 않고 애욕을 품는 검이 과연 주인에게 돌아가도 되나.


그러나 무심한 손은 그 주인의 기대를 배반한다. 참혹한 하극상. 히자마루는 마지막 문장을 적는다.


이 갈 곳 잃은 가호는, 너를 위해 쓰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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