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자사니] 착각이 아니야

<span class="sv_member">린더</span>
린더 @frauroteschuhe
2026-06-08 00:38

아메미야 하루카가 수리실에 몰래 들었을 때, 히자마루는 눈을 감고 수리실의 침상에 고요히 누워 있었다. 살과 피부의 수복은 거의 끝났는지 그의 상체는 보기에는 멀쩡했다. 아직 진탕이 된 내장이나 근육 등은 수복되지 않았겠지만, 그럼에도 눈에 띄는 절상이나 열상 따위는 없었다. 척추뼈를 보이게 했던 자상도 사라져 있었다. 하루카는 그것이 의미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상체를 벗고 누운 히자마루의 몸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하루카는 히자마루가 누운 침상 옆 의자에 앉았다. 하루아메 성의 사니와, ‘하루’가 된 이후 두 번째로 보는 중상이다. 하루는 본래 제 도검남사들을 무리하게 출진시키지 않았다. 호박 대작전의 패널 보상으로 배속된 야만바기리 쵸우기의 말에 따르면, ‘좋은 말로 하자면 정이 많아 도검남사를 아끼고, 나쁜 말로 하자면 겁이 많’은 이였다. 하루카는 야만바기리 쵸우기의 평가를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창보다도 정확하게 정곡을 찔렀다. 그의 평가가 아픈 것은 생략된 말 때문이다.


소중한 이를 잃는 것은 누구라도 두려워하는 일이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야만바기리 쵸우기도 신으로서 인간의 그런 속성을 알고 있으므로 크게 탓하지 않았다. 그가 생략한 부분,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부분은 ‘미움 받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이었다. 사니와 하루로서는 모른 척했지만, 인간 아메미야 하루카는 그것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하루카는 히자마루의 가슴이 부드럽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가만 바라보았다. 호흡이 느리고 고르게 흘러가는 것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다음으로 시선을 돌린 곳은 영력으로 수복되고 있는 히자마루의 본체였다. 달빛을 받아 칼등이 은은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 그의 신체와 마찬가지로 칼은 처음의 모습대로 고아하고 단정했다. 날의 날카로움과 하몬이 모두 복원되려면 아직 다섯 시간은 남아있었지만 어쨌건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했다.


하루카는 몇 시간 전 넝마짝이 되어 돌아온 히자마루를 떠올렸다. 그 때의 하루카는 게이트 앞에서 불안에 잠식되어 손톱을 씹는 짓을 멈출 수 없었다. 곧 게이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미카즈키가 온몸이 걸레짝이 되어 온 그를 부축해 게이트를 넘어왔다. 히자마루의 배에 뚫린 창상에서 피와 살점, 내장 따위가 주르륵 흐르는 것을 하루카는 똑똑히 보았다. 옷이 찢어지며 그의 가슴에 난 절상을 보았다. 


중상을 입은 도검남사를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다. 혼절하지 않은 것도 그 덕분이리라. 시간정부는 첫 출진을 시키는 거의 모든 사니와에게 자신이 선택한 ‘시작의 다섯 자루’ 중 한 자루를 반쯤 부러뜨리는 짓을 시킨다. 그 때문에 PTSD를 얻은 사니와들도 많았고, 잃는 것이 두려워 사니와직을 그만두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때의 카센의 상태도 엉망이었다. 꼭 아까 전의 히자마루처럼. 그 때의 하루카는 어땠던가. 식신을 부리는 방법도 잊고 그를 수리실로 직접 부축해 수리했다.


어떻게 일이 진행되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영력을 쏟아부어 상처가 심해지지 않게 상처의 진행을 멈췄다. 식신을 부려 히자마루를 수리실로 이송시키고 칼의 수리 도구와 수리에 드는 자원들을 배분했다. 히자마루의 본체를 손에 꼭 쥔 채였다. 히자마루가 그에게 본체를 건네주었는지, 미카즈키가 손에 쥐여주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참담한 심정이었다. 코등이 아래의 나무 칼자루는 갈라지려는 탓에 기름 먹은 가죽으로 동여매어져 있었고 철로 된 뼈를 강하게 내리치기라도 했는지 본체는 군데군데 이가 빠져 있었다. 인간의 신체가 망가진 것을 보는 것만큼 상처난 칼을 보는 것도 괴로웠다. 이것이 해먹은 흉터인지 수리해야 할 상처인지 고민하며 하루카가 한참 칼날을 보고 있자,


미다레와 헤이시쇼린켄, 단도들이 와서 사과했다.


“미안해, 주인님. 창을 먼저 처리하지 못했어.”

“대장, 괜찮아?”

“주인⋯⋯.”

“⋯⋯동료를 돌보지 못한 제 불찰입니다.”


아메미야 하루카는 그제서야 멈추었던 숨을 내쉬었다. 괜찮다고 말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들은 제 사니와가 평등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모두를 같이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주인이 히자마루에게 부러져 오지 말라며 부적을 준 사실을 온 성이 알고 있었다.


그러니 사과하는 게 아닐까.

주인이 아끼는 것을 지키지 못해서.


히자마루 또한 동료로서 아끼겠지만, 다른 도검들이 우선하는 것은 사니와다. 사니와 하루는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방긋 웃어 보이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수리하면 되니까⋯⋯. 괜찮아. 괜찮을 거야.”


도검남사는 수리하면 상처가 수복된다. 몸의 기능도 원래대로 돌아온다. 굽이치듯 아름다운 칼날의 무늬와 빛을 받아 반짝이는 날도 다시금 처음처럼 날카로워진다. 그러니 괜찮다.


사람처럼 생기고, 사람처럼 말을 하더라도 히자마루는 사람이 아니니까, 돌아올 수 있다.


그러나, 파손된 물건을 같은 것으로 대체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정을 주고 사랑을 줘버려 어쩔 수 없어질 때가 있다. 인간이라는 게 그렇다. 상황이라는 게 그렇다. 삶이라는 게 그렇다. 그렇기에 두려워진다. 파손되어 돌아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돌아온 그에게 미움받는 것이 더 두려워버리는 것이다⋯⋯.


한심한 일, 사니와 실격, 자질이 없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행동이다. 혼마루는 군사 시설이고, 사니와는 그 군사 시설의 총령이다. 이런 일에 동요해서는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 특히 미움 받을까 두려워 상대를 손에 쥐지도, 놓지도 못하는 일은 총령으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더이상 미움 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어떻게 해야 하나⋯⋯.


아메미야 하루카는 점점 수복되어가는 하몬의 물결무늬를 본다. 안정되어가는 히자마루의 숨소리를 듣는다. 도검남사는 인간이 아니다. 정부의 첫 담당자는 인간이 아닌 것을 인간으로 대하지 말라 했다. 그리 대하면 필히 사달이 난다고 했다. 그러나 아메미야 하루카는 그럴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인간 껍데기를 썼으면 인간처럼 보게 되는 인간의 속성 탓이다. 가능하다면 사랑받고 싶어서 휘둘리는 봄의 꽃잎같은 인간.


“나약해서 미안해⋯⋯.”


그러므로 결국 입에 담는 것은 의미없는 사과의 말뿐. 제가 일군 혼마루를 나가고 사니와를 그만둬야겠다는 결론까지 가닿지 않는 자신이 가증스러워 하루카는 제 손에 얼굴을 묻는다.


그러나,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다.”


손을 내리자 히자마루가 몸을 일으켰다. 다시 누우라고 손을 내저으면 따뜻한 손이 다가와 눈물을 훔친다.


“불안해하지 않아도 좋다. 나를 인간으로 보길 원한다면 인간으로 봐도 좋아. 너의 손에 휘둘리는 도구로 사용해도 괜찮다. 그러니 울지 말아.”


울지 말라고 하면 더욱 울고 싶어지는 마음을 이 칼은 알까? 하루카는 그제서야 울기 시작한다. 어쩔 수 없는 마음이, 어쩔 수 없이 더 함께 있고 싶은 욕심이 떨어지질 않았다. 히자마루는 당황하지도 않고 웃는다.


“네가 본 모든 것은 착각이 아니야. 너를 믿어라. 믿지 못하겠다면 나를 믿어. 나는 신이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죄수의 무릎을 벤 히자마루에서 츠지구모를 벤 쿠모기리까지. 그게 무엇이든 당신이 믿는 것이 되어주지. 그러니까⋯⋯.”


울지 마라. 속삭임을 끝으로 히자마루는 그의 눈가에서 손을 뗀다. 하루카는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그렇지만 괜찮았다.


정말로,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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