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다+하루] 근시 변경의 안건에 관하여
“주인님!”
사니와의 집무실로 미다레 토시로가 뛰쳐들어왔다. 꽤 먼 거리를 달려왔는지 이마에 땀이 맺혀있었다. 서러운 눈에서는 당장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듯했다. 근시가 부재중일 때 제 사니와의 곁을 지키던 이치고히토후리가 고운 미간을 살짝 좁혔다. 당장에라도 제 동생을 혼낼 것 같은 모습에 하루가 먼저 선수를 쳤다.
“미다레, 무슨 일이야? 이렇게 달려오고선.”
“주인님, 근시, 바뀐다는 거, 진짜야?”
아. 부드럽게 웃고 있던 하루의 얼굴에 순식간에 난처한 빛이 떠올랐다. 최근 미다레가 극 수행을 다녀오고 싶어하는 것 같아 몇몇 태도들에게 상담했었는데, 오늘 출진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었다. 하루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치고히토후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치고, 물 한 잔만 떠와줄 수 있을까요? 이러다가 미다레가 쓰러지겠어요.”
“나는 그 정도로 쓰러지지 않아. 주인. 왜야? 미다레가 뭐 잘못한 거 있어?”
“아니, 미다레의 잘못은 없어. 그것보다, 누구에게 들었니?”
“누구에게 들었는지가 그렇게 중요해?”
“미다레, 진정하고 주인에 대한 예의를 갖춰.”
물을 떠 온 이치고가 미다레를 훈계했다. 이치고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조금 이성이 돌아오는지 미다레가 이를 악물었다. 이치고가 내민 물컵의 물을 벌컥벌컥 마신 미다레가 쿵쿵거리며 집무실 소파에 다가가 앉았다. 하루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미다레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같은 부대의 코류 씨와 미카즈키 씨가 얘기하는 것을 들었어. 주인님이 나 때문에 걱정이 많다고. 미다레 착하게 있었는데.”
“그랬구나. 그 두 사람이…….”
하루가 고개를 끄덕이며 뇌까렸다. 두 사람의 처분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중, 미다레가 이치고의 눈치를 보며 말을 건넸다.
“주인님. 미다레가 진짜 뭐 잘못했어? 잘못해서 근시 그만두게 하는 거야?”
“아냐, 미다레. ……음, 이건 천천히 말하려고 했는데.”
“뭔데?”
“미다레, 수행을 가고 싶지 않니?”
미다레와 이치고가 동시에 하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루가 부드럽게 웃었다.
하루로서도 첫 수행도구를 누구에게 줄지 고민이 많았다. 하루아메 성에는 이름나거나 강한 명도들이 많았고, 하루와 친밀한 검도 많았다. 그 중에서도 카센은 하루가 가장 신임하는 도검으로, 모두가 첫 수행은 초기도인 카센이 다녀올 거라고 예상했다. 대부분의 사니와들이 제 성에서 첫 수행하는 검으로 초기도를 골랐으니 더더욱 그랬다. 미다레가 손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질문했다.
“나?”
“응, 미다레, 너. 카센과도 이야기가 된 부분이야. 취임 이후 계속 근시를 맡아준 네게 제일 먼저 수행을 다녀오게 해주고 싶어서.”
“에?! 거짓말!”
“내가 미다레에게 이런 일로 거짓말을 왜 하겠어?”
하루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소파 쪽으로 다가갔다. 미다레의 맞은편 소파에 앉은 하루가 생글생글 웃었다.
“예전에 수행을 다녀오면 근시를 맡아주면 좋을 남사들을 셋 말했었잖아. 그것 때문에 코류 씨와 미카 할아버지에게 혹시 근시를 맡아줄 수 있는지 물어봤던 거고.”
“수행 안 가도 된다고 말하면, 혼낼 거지?”
“왜 안 가고 싶은지 물어보고, ‘누나 옆에 있고 싶어!’ 같은 이유라면 혼낼거야. 미다레도 이런 일로 어리광 부리지 않을 거지?”
“네에…….”
어리광 부릴 생각이었던 듯 미다레가 우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하루는 웃어보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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