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유키] 앵콜, 앵콜!
“앵콜!”
지휘자와 기획자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서로를 끌어안고 등을 두드렸다. 객원 성악가와 연주자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그러나 성공적인 앵콜 콘서트의 자축은 오래가지 않았다.
관객석의 박수와 앵콜 콜이 멈추지 않았다.
오케스트라 콘서트 투어, <여름밤, 갈라>의 ‘공식적으로’ 준비된 앵콜 레퍼토리는 끝났다. 관객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야, 이번 공연은 독립 오케스트라 <몬스트로>의 콘서트 투어 <여름밤, 갈라> 앵콜 콘서트였으니까. 연주자로서 앵콜이 멈추지 않는 것은 기쁜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곤란하기도 했다.
대단한 성원으로 급하게 잡힌 앵콜 콘서트였다. 새로이 연습해 둔 곡도 없고 객원들도 기획자와 지휘자의 인맥으로 부른 참이다. 간절한 부탁을 통해 플로이드 리치와 같은 스타 연주자들이 오늘 밤만을 위한 객원으로 참석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기획자도 끝나지 않는 콜을 예상하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이런 일을 처음 겪어보는 기획자와 지휘자는 당황하여 서로의 얼굴을 마주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나 더 곤란한 것은 객원들을 보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여름밤의 야외 공연장. 멈추지 않는 앵콜 요청이 시작된 지 10분. 임시로 만들어진 대기실에서 나가지 못하고 갇힌 플로이드 리치는 짜증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저기, 빨판상어 군. 어떻게든 해 볼 생각 없어?”
“이, 이런 일은 저희도 처음이라…… 보통은 한두 곡 정도 더 연습해 오긴 하는데, 너무 급하게 잡힌 일정이라서요…….”
“나야 내일 휴일이지만 쟤는 내일도 공연 있을 텐데 어떻게 책임질 거?”
플로이드가 핸드폰을 만지고 있던 여자를 가리켰다. 마찬가지로 기획자가 에이전시에 무릎 꿇고 싹싹 빌어 불러온 객원 소프라노, 유키 화이트였다. 같은 예술학교 선후배 사이라고 했던가. 갑작스럽게 호명된 유키가 같은 객원 성악가들 사이에서 어색하게 웃었다. 유키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에이전시와 연락하고 있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앵콜 요청이 잦아들 겁니다. 상정하지 않은 상황이라 저희도 곤란하니…….”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플로이드는 기획자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대기실에서 나가버렸다. 성질 괴팍하다는 스타 중에서도 플로이드는 특히 변덕스럽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편이었다. 대기실에서 난동을 부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지만, 정말 괜찮은 걸까? 그러나 이곳에서 화가 난 플로이드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몇십 초도 지나지 않아 관객석이 조용해졌다.
조용해진 관객석에 모두가 무대를 비추는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플로이드가 무대에 올라오고 있었다.
‘저 선배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유키가 눈을 크게 떴다. 플로이드의 변덕스러운 성격을 익히 알고 있는 유키로서도 놀라운 일이었다. 곧은 자세로 걸어 나온 플로이드가 닫힌 피아노 뚜껑을 열었다.
눈 감고도 연주할 수 있는 대표 레퍼토리를 연주하려는 걸까? 플로이드의 연주를 좋아하는 유키로서는 좋은 일이지만, 객원이 주최 측과 상의도 없이 이런 사고를 수습하는 일은 들어본 적 없었다.
가볍게 손을 푼 플로이드가 연주를 시작했다.
전주 한 프레이즈를 듣자마자 유키는 드레스 자락을 잡고 달려 나갈 수밖에 없었다. 유키도 익히 아는 곡이었다. 오케스트라 갈라 콘서트에는 어울리는 곡이라 선곡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곡은 피아노 독주곡이 아니었다.
‘피아노 편곡 연주해 본 적도 없으면서, 뭐 하는 짓이야!’
플로이드 리치는, 분명 유키 화이트를 부르고 있었다. 객원 성악가가 몇 명은 더 있었지만, 그들은 플로이드가 이 곡을 피아노로 독주해 본 적 없다는 사실을 몰랐다. 부탁받은 일 외의 일이지만, 노래 한 곡 더 부르는 것 정도는 별일도 아니었다. 다만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보컬 곡을 우격다짐으로 연주하는 플로이드가 당혹스러울 뿐이었다.
그러나 이 당혹스러움마저 기껍고 즐거운 이유는 뭘까?
유키가 어쩔 수 없다는 미소를 지으며 무대 위로 올랐다.
관객들이 유키를 보며 박수쳤다. 전주 두 마디를 네 마디로 늘려 연주하고 있던 플로이드가 픽 웃었다.
‘나중에 받아낼 테니까요. 선배.’
유키는 그렇게 생각하며 노래를 시작했다.
“Se tu fossi nei miei occhi per un giorno―”
<시네마 천국>의 OST. <Love Theme>.
애절한 사랑을 노래하는 가사가 여름 밤공기로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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