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타유키] 빨간 구두와 함께 춤을! #10
말미잘 좀비들은 거울사로 하나하나 들어가고 있었다. 거울사 안으로 들어가자 말미잘에 조종당하던 좀비들이 “이번엔 절대로 50위 이내에 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학교 생활의 미래가!” 따위의 비명을 지르며 하나의 거울 앞에 줄을 서 있었다. 어느 거울인지는 인파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뭐야?! 바보 트리오 외에도 머리에 말미잘을 단 녀석이 잔뜩 있잖아!”
“저 사람, 2학년 선배 아니야?”
“3학년도 있는 것 같아. 아무래도 작은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우리도 가 보자.”
잭과 유키는 줄 마지막에 서서 줄이 줄어들기를 기다렸다. 말미잘 좀비들이 마법 거울을 통해 빠르게 이동하는 듯 줄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잭은 다른 기숙사에 가 본 적 있어?”
“남의 기숙사에 갈 일이 뭐가 있지?”
“나는 가끔 하츠라뷸이나 폼피오레에 놀러가곤 하는데, 기숙사들 분위기가 다 달라서 말이야. 옥타비넬도 사바나클로와는 많이 다를걸?”
유키가 그리 말하며 옥타비넬으로 통하는 마법 거울을 통과했다. 일전 한 번 와 본 아름다운 물 속 정경이 곧 보였다. 햇볕이 비치는 얕은 바다 안에 에어 돔이, 그 안에 복도와 옥타비넬 기숙사 건물이 있었다. 잭이 해저라는 점에 놀라서 외쳤다.
“오오, 물 속에 기숙사가 있어! 역시 대단해! 나이트 레이븐 칼리지.”
“옥타비넬에 처음 와 봐?”
“⋯⋯큼. 그래도 다른 기숙사의 영역에 들어와 있어. 조심하는 게 좋을걸.”
“나도 알아. 잭이나 들뜨지 마. 옥타비넬 사람들, 다 무지 무서우니까.”
유키가 픽 웃으며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잭은 유키를 따라가며 제 반에 있는 옥타비넬 학생을 떠올렸다. ‘옥타비넬 사람들은 모두 무섭다’라고 말하기에는, 순한 친구였다. 제법 계산속을 채울 줄 알긴 했지만 그건 나이트 레이븐 칼리지 학생인 이상 당연한 일이고.
유키는 언제 아픈 척했다는 듯 당당한 걸음걸이로 걸었다. 이미 옥타비넬에 와 본 것처럼 발걸음이 거침없었다.
“야, 유키. 너 옥타비넬에 와 본 적 있나?”
“응. 플로이드 선배 때문에 반강제로.”
“안내를 부탁하고 싶은데.”
“안내라고 할 것도 없어. 모스트로 라운지까지는 그냥 저 좀비들 따라가면 될 걸.”
유키가 톡 쏘았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말미잘에게 머리채를 붙들려 끌려가는 멍청한 모습을 따라가면 곧 모스트로 라운지가 나올 테니까.
“그것보다, 엄청난 수네.”
“100⋯⋯ 아니, 200명 가까이 있는 것 같아. 게다가 이 장소는⋯⋯ 카페 같군.”
“그러니까, 한 학년 전체에 가까운 사람들이 여기 모였다 이거지.”
유키가 불퉁하게 말했다. 나이트 레이븐 칼리지 본원에 체재하고 있는 학생들의 수는 많을 때도 700명을 넘지 않았다. 한 학년의 학생 수는 대략 200명. 2학년과 3학년들도 아즐의 족보 장사에 넘어가 계약을 했다는 뜻이다.
‘나름 명문고라면서, 그림만큼이나 바보인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유키가 짜증스럽게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부분이 도착했는지 무언가를 연출이라도 하듯 카페의 중앙 조명이 켜졌다. 시선이 절로 그 쪽으로 집중되었다.
핀 조명 아래에는, 아즐 아셴그로토가 서 있었다.
“이런, 이런. 성적 우수자 상위 50명에서 벗어난 불쌍한 여러분. 「모스트로 라운지」에 어서 오세요.”
유키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 그래도 성적 우수자 상위 33위거든요. 잭은 모르겠지만.’
“모두 저에 관한 것은 아~주 잘 알고 계시겠지만, 다시 자기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아즐 아셴그로토. 옥타비넬의 기숙사장, 신사들의 사교장 「모스트로 라운지」의 지배인. 그리고⋯⋯.”
유키가 팔짱을 끼고 아즐을 노려보았다. 네, 아셴그로토 씨가 속물에 계산적인 사람이라는 것까지 아주 잘 알고 있죠! 속으로 대답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늘부터, 당신들의 「주인」이 될 남자입니다.”
“⋯⋯뭐라고?”
잭이 당황한 얼굴로 핀 조명 아래의 아즐을 쳐다보았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주인이 된다니, 신분제가 폐지된 지 오래인 휘석국 출신인 잭으로서는 잘 와닿지 않는 말이었다. 노예제라도 도입하겠다는 건가? 당황하여 유키를 쳐다보자, 유키는 ‘이제 어디까지 하나 보자’ 하는 얼굴로 아즐을 노려보고 있었다.
“당신들은, 저와 승부를 해서 패배했습니다. 계약에 명시된 대로, 이제부터 졸업까지 제 노예로서 몸이 가루가 되도록 일해주세요.”
“잠깐 기다려! 이런 건 사기잖아!”
인파 속에 묻혀 있던 에이스가 손을 들고 외쳤다. 아즐이 에이스의 얼굴을 보고 픽 웃었다.
“분명 당신은, 하츠라뷸 소속의 1학년 에이스 트라폴라 씨. 사기라니요, 남이 들으면 오해하겠습니다. 저는 계약대로 당신에게 완벽한 족보를 드렸을 터. 제대로 임했다면 평균 90점 이상의 점수는 당연히 받았을 테죠.“
“그래. 제대로 받았어, 평균 92점.”
“좋은 소식이군요! 도움이 되어서 다행입니다.”
“하지만, 족보를 받은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말은 못 들었다고!”
말미잘 좀비 사이에서 원성이 터져나왔다. 모두가 90점 이상이면 85점 이상을 받아도 낙제점 때와 등수가 다르지 않느냐, 모두가 족보를 받았더라면 모두가 50등 안에 들 수 있을 리가 없다 등⋯⋯ 모스트로 라운지 안은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유키가 여전히 팔짱을 낀 채 한숨을 쉬었다. 옆에 있는 잭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쳐 제게 집중시킨 이후 질문했다.
“잭은 이거,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기는. 여기에 모인 모두가 게으르고 불성실한 놈들이라는 생각밖에는 안 드는데.”
순식간에 주위가 조용해졌다. 모두의 주의가 두 사람에게 집중되었다. 아즐이 파안대소하며 두 사람을 보았다.
“아하하! 그래요. 맞습니다. 이번 기말고사에서 제게 의지한 여러분의 사정은 다양했죠. 저는 계약서 127조에 적힌 비밀 유지 조항 그대로, 당신들이 ‘어떤 이유’에서 ‘어떤 계약’을 했는지 ‘보호자’가 요구하지 않은 이상 남에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아까부터 듣자 하니, 이 자식이고 저 자식이고 마음에 안 들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지. 잠깐 기다려줘. 잭. 그래, 계약 조건이 뭐였는데요? 아셴그로토 선배.”
유키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앞으로 걸어나갔다.
“아, 고물 기숙사의 고고한 감독생 씨 아니십니까. 지금은 스탭 미팅 중입니다. 방문이라면 라운지의 오픈 시간에 부탁드립니다.”
“저희 기숙사의 ‘유일한’ 학생이 계약한 그 계약의 조항이나 들어보자고요.”
“뭐, 이제는 말하는 게 어렵지 않죠. ‘기말고사 대책 노트를 주는 대신에 그의 ’자랑스러운 능력‘ 하나를 맡긴다. 성적 우수자 상위 50인 이내에 들면 능력을 반환하고, 졸업까지의 모든 테스트 대책 노트를 준다.’ 그러나 만약 50인 안에 들지 못한다면⋯⋯.“
“말미잘 인어로 만든다, 뭐 그런 건가요?”
“푸핫! 졸업까지, 제게 절대 복종하는 하인이 되는 겁니다. 그런 바보 같은 짓, 제가 할 리가 없지요?”
아즐의 조롱에 유키가 이를 악물었다. 그래서 오늘 그림과 에이스가 마법으로 싸우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유키가 고개를 홱 돌려 두 사람과 한 마수를 노려보았다.
“유, 유키!”
“그림. 너만은 내가 구해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
그러나 유키는 그림에게서 차갑게 고개를 돌려 아즐을 쳐다보았다.
자업자득이야. 그림.
“뜻대로 하세요.”
“에, 유키?!”
“시험 기간 내내 감독생 몰래 계약 같은 걸 하고 그걸 감추느라 거짓말을 한 바보 고양이 같은 건 몰라.”
“유키!”
목소리는 유키의 옆에 서 있던 잭에게서 나왔다.
“외부인이고, 내부인이고 그런 건 몰라! 나는, 자기 실력으로 제대로 공부한 녀석들과 똑바로 경쟁해서 이기고 싶었다고! 그게, 당신 때문에 허사가 되었다는 거야!”
“잭! 도와줄 거야?”
“도와주겠냐? 여기 있는 모두가 마음에 안 든다는 뜻이야! 거래를 제의한 녀석도, 다른 녀석에게 의지한 너희들도, 어느 쪽 편도 들 생각 없어!”
“그럼 대화는 여기까지로 할까요. 거기, 당신. 두 분을 거울사까지 에스코트해 드려요.”
“네, 기숙사장!”
지명받은 옥타비넬 학생이 유키와 잭을 데리고 모스트로 라운지를 나갈 즈음이었다.
“나님, 잭의 말에 깨달았어! 실력으로 승부하자! 아즐에게 실력 행사로 계약서를 빼앗아서 찢어버리면 다 무효인 거잖아!”
그림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키는 그런 그림을 말리려 몸을 돌렸지만 옥타비넬 학생에게 가로막혔다. 유키가 급한 대로 외쳤다.
“그림! 또 무모한 짓 하지 마!”
“됐어! 유키도 밉다구!”
유키는 충격에 눈을 크게 떴다.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못했다. 말미잘 무리들이 아즐과 리치 형제들에게 유린당하는 것을 보고서도 못박힌 듯 서 있어서, 잭이 유키를 끌고 나가야만 했다.
“어이, 유키! 지금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다!”
- 이전글[롤로유키] 「친애하는 화이트 양에게.」 26.07.21
- 다음글[옥타유키] 빨간 구두와 함께 춤을! #9 26.07.2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