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레이] 청춘의 파편은 고래의 등 위로
나를 이 세계에서 꺼내줘. 바다의 푸름만큼이나 무참한, 여름의 파편에서
2024-08-25

눈이 슬슬 감깁니다.
45분이 언제부터 이렇게 긴 시간이었죠?
국어 선생님의 목소리가 귀에서 점점 멀어져갑니다.
그래서 그 작품의 주인공이 뭘 어쨌다는 거냐구요.
거친 바다의 풍랑에도 굴하지 않고 끝없이 나아가고, 나아가고……
아아, 그 불굴의 의지라는 거.
당신도 알고는 있는데요.
점심을 방금 먹은 5교시의 문학 수업에서,
게다가 당신이 그런 강렬한 생의 의지를 느끼기에는……
아무래도 좀 무리가 있는 편이죠.
당신은 나른한 고양이처럼 눈을 천천히 깜박입니다.
이대로 한 숨 잘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수업 시간에 이렇게 대놓고 말을 건네다니, 제정신일까요?
그러지 않아도 문학 선생님은 무섭기로 유명한 분인데요!
당신은 눈을 반짝 뜨고 주위를 둘러봅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말을 한 것처럼은 보이지 않네요.
오히려 옆 자리 친구만 갑자기 주위를 살피는 당신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뭔가 변명을 하기에도 늦었고……
뭐, 별로 상관없겠죠.
주위 평판에는 별로 관심이 없잖아요. 당신.
긴 숨을 내쉬며 다시 교과서로 시선을 돌리려는데.
타치바나 레이:
듣기
기준치:75/37/15
굴림:47
판정결과:보통 성공
역시, 곁에 있는 친구가 말하는 게 아니에요.
머릿속에서 소년의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던 거라구요.
조심스럽고 부드러운 목소리.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당신은 슬쩍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에펠 펠미에:너무 놀라게 한 것 같네.
아무래도 지금 내 목소리는 너에게만 들리는 것 같아.
머릿속 목소리는 그렇게 사과를 해옵니다.
꿈을 꾸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환청이라도 듣는 걸까요?
이런 괴현상,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대답하려 입을 열면 역시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겠죠?
아아,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는데요.
귀찮은 일에 휘말릴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타치바나 레이:
SAN Roll
기준치:55/27/11
굴림:10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에펠 펠미에:문학 수업이네, 졸리겠다. (다정한 목소리는 오랜만에 당신을 만난 오랜 친구처럼 말한다. 여전히 수줍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라는 게 웃기지만.) 트레인 선생님, 수업은 졸린데 무척 좋은 분이야. 나도 좋은 분이라는 거 안 지는, 얼마 안 됐지만…… (말끝을 흐린다.)
타치바나 레이:잠깐만… 졸린 건 일단 넘기고, 너는 대체 누구야?
(입을 달싹거리면서 조그맣게 말한다… 마치 복화술이라도 하듯이)
에펠 펠미에:아, 역시 들리는구나! 대답이 없어서 또 내가 착각한 줄 알았어. 아, 나는 2반의 에펠, 이야…… (밝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다가 말을 흐린다.) 응, 에펠 펠미에. 라고 해. (작게 웃는 소리)
타치바나 레이:(살짝 놀란듯한 표정을 짓는다.) 2…반? 그런데 어째서 나한테 말을 걸 수 있는거지? 일단 에펠이라는 건 알겠어. (왜인지 궁금함이 귀찮음을 이기는 것 같은 기분이다.)
옆자리 친구: (졸다 당신이 말하는 것을 듣고 잠이 깬 모양인지,) 저기, 타치바나. 혹시 뭔가 말했어?
타치바나 레이:아, 아니야. 아무 말도… 그냥 다시 자.
옆자리 친구: 어, 어엉. 잘못 들었나……
옆자리 친구는 하품을 쩍 하더니 다시 교과서를 보는 척 눈을 감습니다.
아무래도 잠이 덜 깼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네요.
뭐든 다행인 일입니다.
에펠 펠미에:아, 깜짝 놀랐어. 네 목소리는 역시, 모든 사람들에게 들리는구나……. (조금 아쉽다는 듯이.) 아, 옆반인데 어떻게 네 머릿속에 말을 걸 수 있는지 질문했었지? 그,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으니까…… 잠깐 밖에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듯한 조심스러운 목소리다. 불안해하는 것 같기도 한 것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타치바나 레이:밖… 이라, 잠시만. (턱 잠깐 긁적이는 듯 싶더니 손을 번쩍 든다.) 선생님,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될까요?
선생님: (시계를 보더니 눈살을 찌푸린다.) 수업 끝나기 10분밖에 안 남았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10분 정도는 참아.
타치바나 레이:…네, (손 다시 내리고는 자리에 앉아 다시 입을 달싹거린다.) 미안, 안 통하네. 10분 만 기다려 줄래?
에펠 펠미에:으응, 당연하지. (조금 아쉬운 듯이.) 트레인 선생님은 정말 무서우신 분이야. 여학생들한테도 이러시는구나…….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혼자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힘없이 웃는다.)
타치바나 레이:그럼, 모두에게 공평하신 분이니까… (웃고 있는 건가. 살짝 머릿속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
에펠 펠미에:공평하시긴 해. 게다가 선생님, '노인과 바다'를 좋아하시니까…… 좋아하시는 작품이라 끝까지 들어줬으면 하시는 것 같기도 해. 바다 이야기, 좋아하시거든. (입꼬리를 끌어올려 살짝 웃던 표정이 다시금 어두워진다. 하아…… 언제쯤 빠져나올 수 있을까.)
타치바나 레이:…그건 또 몰랐던 사실이네. 선생님들께는 대체로 관심이 없었으니까… 음, 시간 진짜 안 간다. (남은 10분이 다 지나갈 때 까지 잡담이라도 계속 하려는 듯하다.)
에펠 펠미에:으응. 나도 트레인 선생님이랑 그렇게 가까워질 줄 몰랐으니까. 내 글을 읽어주실 줄도 몰랐고…… (말을 흐리는 버릇이라도 있는 걸까, 에펠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모자라 보인다.) 나, 영화 동아리 소속이거든. 대본 쪽보다는 배우 쪽으로 붙었으니까.
타치바나 레이:배우… 너, 예쁘거나 잘생겼구나. (자신감이 모자라 보이는 에펠을 살짝 놀리려는 듯이 말하고는) 그런데 트레인 선생님께서 네 글을 읽어주셨다고?
에펠 펠미에:응. 농구부에 입부하려는데 모르는 선배한테 붙잡혀서, 정신 차리고 보니 영화 동아리에 가입당한 거 있지. (난감하다는 듯 웃는다. 영화 동아리에서도 나름 잘 지내는 듯 보인다.) 응. 트레인 선생님이 내 글을 읽어보시고, 문예지에 한번 투고해 보라고 하셨거든. 영화 대본이었는데…… 하아, 글 쓰는 것도, 연기도 나쁘지 않지만 역시 농구가 하고 싶었, 달까. (어색하게 하하 웃는다.)
타치바나 레이:엑… 글 쓰는 거나 연기가 덜 귀찮지 않아? 농구는 땀 흘려야 돼서… 힘들달까.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고개 살짝 절레절레 흔든다.) 문예지에 투고해 볼 정도면 글도 꽤 잘 쓰는 것 같은데, 농구보다는 그 쪽에 집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몰라. …나는 오케스트라부지만
에펠 펠미에:역시 다들 그렇게 생각하려나. 그렇지만 나는 역시 몸을 움직이는 게 좋아. 농구부에는 레오나 선배도 계시고. 롤모델이랄까, 그렇게 되고 싶어서 말이야…… 나로서는 힘들겠지만. (힘없이 하하, 웃는다. 농구부고, 영화연구부고 일단 학교로 돌아갈 수 있어야 동아리 활동을 할 것 아닌가……. 이 친구가 돌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 좋을 텐데.)
타치바나 레이:레오나 선배…? 아, 그 선배가 롤모델이구나. 그러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수긍은 나름 빠른 편이다.) 아, 수업 끝났다…
당신의 말대로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리고 있습니다.
트레인 선생님이 아쉽다는 듯 교실을 떠나시네요.
에펠이 조금 들뜬 목소리로 말합니다.
에펠 펠미에:있지, 잠깐 영화연구부에 들러줄 수 있을까? 아, 물론 네 수업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 말야…… 네가 도와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 도착하면 자유롭게 말할 수 있을 테니까 제대로 설명도 해 줄게. (마지막 목소리는 제법 단호하다.)
타치바나 레이:음… (좀 귀찮긴 하다고 생각했지만, 에펠이라는 친구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 조금 호감이 가므로, 의자에서 일어나 발을 옮겼다.) 알겠어. 영화연구부라… 우리 교실에서 별로 멀지 않으니까 쉬는 시간 안에 다녀올 수 잇을거야. 설명, 제대로 해 줘야 해. (교실 문을 열고 복도로 걸어 나간다.)
복도는 시끌시끌합니다.
아무래도 에펠과 '제대로' 이야기하기는 글른 모양이네요.
영화 연구부로 향하려는 당신의 발을, 에펠의 목소리가 잡아챕니다.
에펠 펠미에:아, 잠깐! (무심코 사투리 억양이 섞인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가 제 입을 막는다.) 아, 지금……이라면 영화연구부 문은 잠겨 있을 거라서, 열쇠를 가져가야 할 거야. 열쇠는 내 사물함에 있어. 7번이라, 아마 금방 찾을 수 있을 거, 라고 생각해……. (눈치를 보는 듯한 목소리다.)
타치바나 레이:(사투리가 조금 들린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고는 목소리에 잠깐 멈칫, 한다.) 아, 그렇겠네… 7번? (2반의 사물함 쪽으로 발걸음을 서둘러 옮긴다.) 7번… 7번… 여기 있다. (사물함을 찾아 냈다.)
에펠 펠미에:응, 비밀번호는 0506이야. ……내 생일, 이거든. (너무 단순한가, 그렇게 생각하는 듯 멋쩍은 목소리다. 조금 부끄러워하는 듯.)
타치바나 레이:(0…5…0, 6. 하나하나 비밀번호를 쳐서 사물함 문을 열어 열쇠를 하나 꺼낸다.) 이제 열쇠도 찾았으니 다시 영화연구부로 가 볼게. 그리고 내 사물함 비밀번호도 별반 다르지 않아. (살짝 웃고는 영화연구부로 향한다.)
에펠 펠미에:하하, 빌 선배는 비밀번호를 그렇게 단순하게 설정해 뒀냐며 화내셨지만 말야. (작은 웃음.) 아, 학교로 돌아가고 싶네. 나, 사실 도쿄까지 유학온 거라 처음에는 학교가 정말 싫었거든. 그리워질 줄은 상상도 못했어…….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아련한 목소리다.) 사람의 목소리도 그리웠는데, 너랑 이야기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타치바나 레이:…너, 확실히 무슨 일이 있는 거지. 근데… 아무것도 모르겠어.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느니, 그립다느니, 그리고 목소리가 텔레파시처럼 들리는 이 상황도… 전혀 무슨 일인지 감이 잡히지 않아. (끄응…) 아무래도 귀찮다고 생각을 너무 안 하고 살았나 봐.
에펠 펠미에:아하하, 나도 이런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응. 나도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영화 연구부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까 '이 곳'에 와 있었으니까.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정말 모르겠지만 말야. (작은 한숨.)
타치바나 레이:…이 곳? 대체 그 곳이 어느 곳이길래 이런 일이… (아무래도 이건 귀찮은 일이다, 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지만 에펠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영화 연구부에 도착했다. 열쇠로 문을 연다…)
에펠 펠미에:여기는 작은 무인도……려나. 응. 여기에 온 첫날에 섬을 한 바퀴 둘러봤는데, 나 이외의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리고 어째서인지, 눈을 감으면 네가 보여서…… (말을 흐리다가,) 앗! 걱정 마. 이상한 건 안 봤어. 애초에 학교에 있을 때만 보이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얼굴이 사과처럼 붉어져서는 잠시 말을 못 잇다가) 응. 진짜 안 봤어……. (결국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타치바나 레이:내, 가 보인다고? 아니, 네가 이상한 걸 본다는 상상은 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너, 너가 이상한 말을 한 거다? (역시 얼굴이 붉어져서 말을 약간 더듬는다.) 학,교에 있을 때만 보인다니. 응, 그런… 그런… 그러면 다행이네. 무인도라는 건 안 다행이지만.
에펠 펠미에:(한참을 조용히 있다가 어색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와, 진짜 영화연구부다. 분명 저 소파에 앉아서 뭔가를 하다가 정신을 잃었던 것 같아. 미안. 영화연구부에 오면 뭐라도 단서가 보일 줄 알았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네…….
타치바나 레이:음… 그러면 어쩌지… 일단 정리를 해 보면, (그렇게 말하고서는 영화연구부 안을 빙글빙글 돈다.) 이 소파에서 책을 읽다가 정신을 잃었는데, 이상한 무인도에 갇혔고, 눈을 감으면 학교에 있는 내가 보인다는 거지? 네 목소리도 나한테 밖에 안 들리고. …이런 일은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데.
에펠 펠미에:나도 처음이야. 아마 빌 선배한테 말하면 새로운 영화 대본이니? 하고 물어보실걸? (한숨을 쉰다.) 단서가 정말 없으려나…….
에펠의 목소리는 조금의 절망을 띄고 있습니다.
방을 빙글빙글 돌며 눈에 띄었던 곳은 책장, 소파, 책상 정도일까요.
아쉬운대로 거기라도 둘러볼까요?
타치바나 레이:(소파를 둘러본다)
아무리 둘러봐도 평범한 소파입니다.
바꾼지 얼마 안 된 것처럼 푹신하네요.
특별할 것은 없습니다.
타치바나 레이:(책상도 둘러본다)
청소년 문예지 한 권과 모비 딕, 노인과 바다 등의 소설들이 놓여 있습니다.
금요일에 에펠이 두고 간 것들인 모양이에요.
책을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타치바나 레이:(청소년 문예지를 살펴본다)
청소년 문예지에는 얇은 종이로 된 책갈피가 끼워져 있습니다.
아마 에펠의 것인 모양이죠?
레오나가 롤모델이라고 한 것치고는, 제법 사랑스러운 모양의 책갈피를 쓰네요.
책갈피가 끼워진 부분에는 이런 논평이 적혀있습니다.
이건 소설의 소개문인 모양이니, 뒷장에는 분명 에펠이 썼다던 소설이 있겠지요.
당신은 여상하게 페이지를 넘기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페이지는 넘어가지 않습니다.
페이지가 완전히 붙어버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아요.
타치바나 레이:
근력
기준치:55/27/11
굴림:49
판정결과:보통 성공
힘주어 페이지를 잡아당기자, 다음 소개문이 펼쳐집니다.
보고 싶은 페이지는, 아니, 에펠의 소설 전체가 굳게 붙어 있어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첫 장을 넘기려 한 순간.
철컥, 하고 무언가 잠기는 소리가 났습니다.
물소리가 들릴 리 없는 공간에서, 희미하게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위를 올려다보면…… 천장에서 물줄기가 쏟아져내리고 있습니다.
타치바나 레이:(손으로 머리에 쏟아지는 물을 막아보려고 애를 쓴다)
에펠 펠미에:……(숨을 헉, 하고 들이마시고선 소리친다.) 나, 기억났어! 타치바나, 일단 여기서 나가자. 나도 내가 쓴 소설을 확인하려 책을 펼쳤는데 이런 상황이 벌어졌었어. 너라도 문을 열고 이 교실에서 도망쳐 줘!
타치바나 레이:(에펠의 말을 듣고는 황급히 문 쪽으로 달려가서 문을 열려고 시도한다)
어쩌죠? 문고리가 돌아가지 않습니다.
아까 전의 철컥 소리, 문이 잠기는 소리였나 봐요.
타치바나 레이:(힘을 주어 열려고 시도해본다)
아무래도 인도어파 여고생의 힘으로는 문고리를 부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천장에서 흐르는 물줄기가 허리까지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아, 열쇠!
분명, 당신에게 에펠의 열쇠가 있지 않았던가요?
안에서도 열 수 있으려나요?
확실하진 않지만, 시도할 가치는 있어 보입니다.
타치바나 레이:(주머니를 뒤적거려서 열쇠를 찾아내고 문에 꽂은 다음 돌린다)
문고리에 열쇠를 꽂으려던 순간,
누군가가 당신의 손을 강하게 내리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열쇠는 물 아래로 떨어졌고,
벌써 가슴까지 차오른 물이 순식간에 목 끝까지 올라옵니다.
타치바나 레이:(이대로 물 속에 잠겨서 죽는건가?)
에펠 펠미에:침착해! 타치바나. (라고는 하지만 자신이 더 불안한 목소리입니다.) 아직 나갈 수 있을 거야. 잠수해서 열쇠를 찾아. 그리고 여기서 탈출하는 거야!
타치바나 레이:(잠수를 해서 열쇠를 찾아본다)
타치바나 레이:
수영
기준치:50/25/10
굴림:79
판정결과:실패
숨을 참는게 그렇게 고통스럽진 않습니다.
한번 더 잠수합니다.
타치바나 레이:
수영
기준치:50/25/10
굴림:62
판정결과:실패
멀리서 에펠이 '할 수 있어!'하며 외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확실한 사투리 억양이네요.
한 번 더 잠수해봅시다.
타치바나 레이:
수영
기준치:50/25/10
굴림:89
판정결과:실패
숨이 막혀오지만 잠수에는 성공했습니다.
이제 열쇠를 찾아야겠죠.
타치바나 레이:
관찰력
기준치:70/35/14
굴림:84
판정결과:실패
타치바나 레이:
기준치:85/42/17
굴림:11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당신은 잠수하자마자 열쇠를 발견합니다.
손에 열쇠를 쥐자, 에펠도 안심했는지 한숨을 내쉽니다.
에펠 펠미에:그래도 얼른 찾아서 다행이야, 어서 문 앞으로 가자! (외친다.)
타치바나 레이:(문 앞으로 가서 열쇠로 문을 열어본다)
타치바나 레이:
수영
기준치:50/25/10
굴림:97
판정결과:실패
열쇠도 찾았는데, 포기하려고요?
말도 안 되죠!
타치바나 레이:
수영
기준치:50/25/10
굴림:77
판정결과:실패
에펠 펠미에:타치바나! (비명처럼 외친다.)
타치바나 레이:
수영
기준치:50/25/10
굴림:2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겨우 문 앞에 도착한 당신은 열쇠로 문을 엽니다.
문을 열고, 공기를 마주하자 어지러워집니다.
시야가 흐려지고, 세상이 검어집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펼쳐진 것은 익숙한 학교의 풍경이 아닌……
뜨거운 햇살.
당신의 눈 앞에는 어느새 광활한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고개를 들면 어느 신화에서나 나올 법한 거대한 태양이 떠 있습니다.
사방에 흐드러지는 빛무리에서 눈을 떼면, 섬입니다.
바다 한가운데, 어디인지도 모를 섬.
당신은 꼭 파도에 떠밀려온 것처럼 해변가에 누워있습니다.
한 번의 시선으로 섬의 끝이 보일 정도로 작은 섬.
섬에는 야자수도, 울창한 활엽수도 아닌 대나무 숲이 있습니다.
그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보이는 것은……
연냥:
관찰력
기준치:70/35/14
굴림:86
판정결과:실패
흐릿하게 일렁이는, 푸른색의 그림자입니다.
저것이 과연 사람이 맞기나 할까요?
그 미지의 존재를 보고 있자니, 그 존재가 희미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옵니다.
단순히 목소리를 듣기만 했을 뿐인데, 온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반사적으로 눈을 깜박인 사이, 존재는 사라졌습니다.
시선을 끌던 존재가 사라져서일까요.
당신은 당신의 곁에 있는 사람을 이제야 발견합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인지 미동도 않는 몸.
소금기에 절은 푸석한 연보랏빛 머리칼.
처음 보는 인물임에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이 에펠이구나.
학교를 안 나온지 사흘이랬지요, 분명.
이렇게 사흘 동안 쓰러져 있었던 걸까요?
문득 두려운 생각이 듭니다.
사흘 동안 이런 상태로 있었던 걸까요?
타치바나 레이:(에펠을 살짝 흔들어 본다) 저기, 내 말 들려?
당신이 흔드는 대로 에펠은 흔들립니다.
그러나 깨어나지는 못하는군요.
영원한 잠의 저주에 걸린 동화 속 주인공처럼, 그저 쓰러져 있을 뿐입니다.
타치바나 레이:(불안한 마음에 더 흔들어 본다.) 에펠? 에펠?
대답은 없습니다.
그는 그대로 잠든 채입니다.
꼭 죽은 사람처럼.
타치바나 레이:(고개를 숙여서 숨은 쉬고 있는지 확인해 본다.)
코 밑에 손을 대어봐도, 숨결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는, 정말로 죽어버린 걸까요?
타치바나 레이:어, 어쩌지… 심폐소생술이라도 시도해 봐야 되나? 그런데, 나는 이렇게 멀쩡한데 에펠은 왜…
타치바나 레이:
SAN Roll
기준치:55/27/11
굴림:100
판정결과:대실패
진정하세요, 타치바나.
아직 죽지는 않았을 수도 있잖아요?
에펠을 깨울 방법이, 어딘가에는 있지 않을까요?
애초에 이곳, 현실같지 않은 공간이잖아요.
이런 꿈 같은 곳에서는 기적도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에펠을 깨울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때요?
타치바나 레이:(일단 툭툭 털고 일어나서 에펠을 잘 눕혀놓고 주위를 둘러본다.) 에펠… 어떻게 하면 일어날까? 설마… 그 방법은 아니겠지.
당신의 곁에 소리 없는 그림자가 다가옵니다.
그림자가 지는 쪽을 바라보면, 열 살 정도의 어린아이가 서 있습니다.
푸른색으로 보일 정도로 창백한 피부.
긴 연푸른빛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립니다.
별을 수놓은 듯한 로브에서 떨어져나온 빛무리가 흐트러집니다.
아이의 몸에서 떨어지는 빛의 조각들을 바다가 게걸스레 삼킵니다.
이 아이는, 이 존재는 무엇일까요?
타치바나 레이: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86
판정결과:실패
이토록 신비롭고 아름다운 존재는 여지껏 본 적이 없습니다.
소멸하고 있기에 이리도 아름다운 것이겠죠.
존재가 입을 엽니다.
타치바나 레이:응. 꼭 깨우고 싶어. 그리고 깨울거고.
존재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짓습니다.
아이는 곧 입을 열지만……
그 말을 알아들을 순 없습니다.
굉장히 아름다운 노랫소리처럼 들릴 뿐이에요.
아이는 당신을 바라보다, 당신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옵니다.
한쪽 무릎을 꿇고, 당신의 손을 잡아 쥡니다.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 해, 이마를 맞대자.
타치바나 레이:
정신
기준치:55/27/11
굴림:91
판정결과:실패
타치바나 레이:
SAN Roll
기준치:55/27/11
굴림:46
판정결과:보통 성공
고래의 아이: 나는 인간이 만들어낸 환영이며, 인간의 손으로 사라지는 그림자다. … … 그러나 나도 모르는 사이 쓰러져 있는 저 아이가 내 세계에 들어와 … 되었지. … … 아마도 네 세계에 내 힘이 … … 같으니, 그것을 찾아 해결해주었으면 해.
내 힘이 담긴 것은 아주 작은 물체이고, 아마도 물속에 있을 터. 그를 사용하는 방법 또한 어딘가에 감춰져 있겠지. 대부분 고래의 힘이란 것은 물에서 시작되고, 물에서 끝나는 것이니 그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곳 또한 물속이리라. … 내 힘을 되찾기 위해 도와주었으면 한다. … 다만 이곳의 공간은 저 아이의 삶과 직결되지 않기 때문에 임시로 네가 직접 데리고 가야 … 혼백을 되찾는 것은 조금 걸리겠지만 저 육체는 네가 직접 …… .
타치바나 레이:(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대체 이게 무슨…
말을 마친 고래의 아이가 눈을 뜹니다.
그리고, 천천히 쓰러진 에펠을 들어 당신의 품에 안겨줍니다.
풍선인형처럼 가볍게 느껴지는 몸.
품 속에 안겨있지만,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타치바나 레이:(에펠을 받아들고는 무게를 가늠해보다가) 가벼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모든 게 혼란스러워, 아아… 이런 일이 나한테 생기다니…
고래의 아이는 빙그레 웃기만 합니다.
그리고 에펠을 안은 당신을 살짝 떠밉니다.
바다로, 바다로 가야 한다는 것처럼.
밀물이 밀려옵니다.
바다가 당신에게로 다가옵니다.
밀려오는 파도가 당신을 삼키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당신은 다시 복도에 서 있습니다.
제법 시간이 흐른 모양인지, 창 밖으로 노을지는 하늘이 보입니다.
보충 수업까지 모두 끝난 모양으로, 학교는 텅 비어 있습니다.
드문드문 운동장 쪽에서 소음이 들려오긴 하지만, 그도 이제 곧 파하는 모양이네요.
당신이 멍하게 복도 너머를 바라보며 서 있자, 에펠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립니다.
에펠 펠미에:타치바나?
타치바나 레이:응? 에펠? 정신이 들어? 괜찮은 거야?
에펠 펠미에:응? 나, 정신을 잃었던 거,야? 나는, 갑자기 네가 보이지 않게 되어서 당황했었는데……. (작게 중얼거린다.)
타치바나 레이:아니, 아니… 나는 어떤 섬에 다녀 왔어. 근데 그 섬에서 너는 쓰러져서 숨도 안 쉬고 있었고… 어떤 이상한 아이가 너의 혼백을 되찾는 건 조금 걸린다고 하지를 않나…그런데 바다가 밀려오더니 다시 복도로 왔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에펠 펠미에:……응?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나 할까. 뭔가, 사라져 있던 동안 너도 엄청난 일을 겪은 것 같네. 역시 그 책이 문제였던 거구나…….
에펠은 말끝을 흐립니다.
당신을 위험에 빠지게 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모양입니다.
그나저나, 아까 전 그 아이가 말했었죠.
힘을 찾아준다면, 에펠을 도와줄 수 있다고 했던가요?
힘이 담긴 물체와 그를 사용하는 방법이 적힌 쪽지.
물이 있는 곳에 있다고 했으니, 학교에 물이 고여있을 법한 곳이 어디 있을까요?
한번 생각해 볼까요?
타치바나 레이:그 아이가, 힘이 담긴 물체를 찾아 달랬어. 물 속에 있다고 했는데… (말 끝을 흐린다.) 에펠, 학교에 물이 있을만한 곳이 어디 있을까? 음… 학교에 연못이 있던가.
에펠 펠미에:연못? 음…… 작은 연못이 있었던 것 같긴 한데……. 물이 있는 곳이라면……, 아무래도 화장실이나 수조,가 아닐까? 아. 신관 옥상에 물탱크가 있는 것도 본 것 같아.
타치바나 레이:신관 옥상…? 거기에 가면 무언가 단서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 한 번 가 봐야겠어. (신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에펠 펠미에:물탱크, 는 위험하지 않을까……? 네가 가겠다면 나도 함께 가겠지만…….
타치바나 레이:위험하려나… (우뚝 멈춰서서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그러면, 일단 수조부터 가 볼까. 수조에 뭔가가 없으면 물탱크에 가면 되잖아.
에펠 펠미에:응. 수조는 구관 1층과 신관 2층에 있었던 것 같아. 영화연구부가 있던 곳은 신관 3층이니까… 바로 내려가면 되겠다.
타치바나 레이:아, 맞다. 여기가 신관이었지… 많은 일이 생기니까 어디에 서 있는지도 헷갈려. (계단으로 향한 뒤 내려가서 수조로 향한다.) 어디, 한 번 볼까.
신관 2층의 수조는, 학생들이 다 같이 관리하고 있는 수조입니다.
아무도 없는 신관 안의 수조는, 언제나와 같습니다.
멀리서 대충 보기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어 보이는데, 무언가 있는 걸까요?
타치바나 레이:
관찰력
기준치:70/35/14
굴림:86
판정결과:실패
특별한 것은 없어 보입니다.
형형색색의 미니 열대어 사이로, 검푸른 물고기 하나가 있는 것 빼고는요.
다른 것들보다 빠른 속도로 헤엄치는 것이, 힘이 넘쳐 보이네요!
혼자서 시커먼 게 신경쓰이긴 하지만, 별 특별한 것은 없어 보입니다.
타치바나 레이:(자세히 들여다보더니) 음… 저게 좀 신경 쓰이긴 하지만, 뭐… 특별한 건 없어 보이는 것 같아.
에펠 펠미에:응? 저 검은 물고기를 말하는 거야? 음. 나도 신경쓰이긴 하는데… 꺼내서 자세히 보는 건, 너무 잔인하려나…….
타치바나 레이:잔인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네. (농) 꺼내서 보긴 아무래도 힘들겠지…
힘이 넘치던 물고기가 갑자기 축 늘어집니다.
어딘가 아픈 것 같은데, 뜰채로 떠서 자세히 봐도 좋지 않을까요?
저러다가 죽기라도 하면, 어차피 학생들 중 하나가 처리해야 하잖아요.
이번 달 수조 당번… 분명 1학년 A반이었죠?
어차피 당신이 해야 할 것 같으니, 한번 꺼내서 상태를 보는 건 어때요?
타치바나 레이:음… 근데 상태가 이상한 것 같으니까, 네 말대로 한 번 볼게. (뜰채를 집어들어 물고기를 건져낸다.)
물 밖으로 물고기를 꺼내자,
물고기의 몸이 터지기라도 할 것처럼 부풀어 오릅니다.
검푸른색으로 뒤덮인 등과 하얀 배.
반짝이던 비늘이 어느새 나뭇결로 변합니다.
어느새 뜰채 안의 물고기는, 나무 모형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타치바나 레이:(놀란듯한 표정을 지으며) 에, 에펠! 이것 봐. 이거… 왜 나무야? 아니, 분명 물고기 였잖아…

핸드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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