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미츠] 스태그필드 스쿨 기숙사 학칙 제 9항
네게 영원토록 증오를 받아도 좋아. 네가 그만큼 나를 생각한다면.
2025-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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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C 히가시야마 이츠키 PC 마츠요 키미아키
Written by, Min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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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야마 이츠키:이 학교 설립자라던 놈, 미친 새끼라는 건 알아요?
소문과는 달리, 제법 사근사근한 목소리입니다.
되레 친절하기까지 한 태도네요.
퀴퀴한 냄새가 나는 '전통'의 스태그필드에서 유일하게 툭 튀어나온 모난 돌은, 즐거운 표정으로 생글생글 웃고 있습니다.
1학년에 웬 미친놈이 입학했다는 소문이 돈 것이 지난 학기였지만, 모난 돌은 여전히 정을 맞지 않은 모양입니다.
아니면, 정을 맞고도 여전히 정신나간 채로 저러고 있거나.
새로운 룸메이트가 발표된 것은 고작 세 시간 전.
당신은 당신의 눈을 의심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태그필드 스쿨의 기숙사는 모두 같은 학년으로만 룸메이트를 구성합니다.
학칙에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껏 늘 그래왔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도 졸업반인 당신이, 갓 입학한 신입생과 함께 같은 방을 써야 한다는 통보가 내려진 겁니다.
게다가, 짐 정리도 않고 소등 시간이 가까워져서야 겨우 들어오더니 인사도 없이 하는 말이 저것입니다.
이 학교 설립자가 미친놈이라는 건 누구나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사실일 텐데 말이죠.
웬만큼 정신나간 놈이 아니면 이따위 장소에 학교를 세울 리 없습니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말을 걸어왔으니 대답은 해 주어야겠죠.
당신은 책을 책꽂이에 모두 꽂아넣은 이후, 그를 돌아봅니다.
마츠요 키미아키: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97
판정결과:실패
오, 저 '모난 돌'은 행실머리도 특이하기 그지없지요.
공부를 안 할 거라면 책과 필기구는 없어도 되겠지만, 이불이나 옷가지마저 없는 것은 정말 이상하지 않나요?
침대 매트리스에 교복 차림으로 누워서 잘 것이 아닌 이상 말입니다.
그 모든 짐 대신에, 그는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있습니다.
단순 모난 돌이 아니라, 선도가 불가능한 양아치 새끼였던 걸까요?
교복도 단정하게 입으려 노력은 한 것 같지만... 글쎄요. 저게 단정하다면 길거리 노숙자는 멋진 신사일 겁니다.
아무래도 301호에서의 3개월은, 녹록하지 않을 모양이에요.
힘내세요, 키미아키.
그래도 당신의 룸메이트는 당신을 제법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으니까.
저걸 보세요.
웃는 눈을 하고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지 않나요?
마츠요 키미아키:... 그래, 그거 정말 새로운 사실이네. (관심 없다는 듯 힐끔 쳐다보곤 말을 아낀다.)
히가시야마 이츠키:제 말 안 믿고 있죠? 안 믿는 것 같은데. 아니면 '이런 곳에 학교를 짓는 놈이 제정신일 리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고개를 과장되게 갸웃대며 당신 쪽으로 다가간다.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가서 속삭이듯 목소리를 낮춰 말한다.) 근데, 진짜 미친놈 맞거든요. 다른 이유에서.
마츠요 키미아키:믿고 말고 할 게 있나? 설립자가 미친놈이거나, 미친놈이 아니거나. 내 삶에 변할 건 없으니까.
히가시야마 이츠키:우와, 현실주의자네요. 마츠요 선배는? 근데 이미 삶이 바뀌었다면요? 학교 학칙 보고, 이상하다는 생각 해본 적 없어요?
마츠요 키미아키:이제 와서 바뀔 게 없다는 말이지, 이미 지나간 일을 곱씹으며 후회 삼고 싶지는 않네. 그러니까 지금 나에게는 그런 가십거리나 떠드는 게 중요한 건 아니라는 거지. 학칙도 굳이 깊게 알고 싶지도 않고. (좋은 게 좋은 거잖아? 히가시야마 씨. 부러 더 선을 긋는 듯 입을 다문다.)
히가시야마 이츠키:정-말 지겨운 사람이네요. 마츠요 선배는? 아, 재미없어. ('신곡'이라는 이름이 적힌, 지금까지 손에 들고 있던 책을 기숙사 창문 밖으로 집어던진다. 책을 던져 놓고선 제 몫의 침대에 벌러덩 눕는 모습이 태평하기 그지없다. 침대 매트리스 밑을 뒤적이며 담배를 꺼내는 폼이 제법 익숙한 것이 이런 짓을 오래 해 온 모양이다. 담배 한 까치를 입에 꼬나물며 질문한다.) 아. 선배부터 드려야 했나? 제가 배워먹은 게 없어가지고.
마츠요 키미아키:그런 소리 자주 듣는 편이야. (기분 나쁜 기색조차 없이 무감하게 답하고는 창밖으로 날아가는 책보다도 입에 문 담배를 가만히 바라본다.) 그런데 말마따나 지겨운 인간이라 그런가. 닳고 닳은 규칙 같은 게 나랑은 잘 맞는 것 같더라고. 네 인성까지 고쳐먹을 생각은 별로 없어서 말이야, 담배 태울 생각이면 적어도 나한테 냄새는 안 배게 했으면 싶은데.
히가시야마 이츠키:담배 안 피워요? 왜 안 피우지. 피우면 엄청 섹시할 텐데. 그리고 냄새만 안 배면 되는 건가? 다른 건 봐주는 거고? 뭐, 사감한테 일러봤자 소용없지만. (재미있다는 듯 깔깔 웃는다.) 아. 사감 하니까 그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네. 제가 재밌는 거 물어왔는데, 안 궁금해도 일단 들어보시죠. 이 학교 학칙에, 학생용 학칙이랑 사감용 학칙이 따로 있는 건 알아요?
마츠요 키미아키:그래. 냄새만 안 배면 돼. 웬만하면 어차피 상관 없는 거 나가서 사감이랑 맞담이나 한 대 태우든가. 방 안에서 연기 샐 일 만들지 마. (나까지 싸잡혀 욕 먹기는 싫으니까. 속으로 삼킨 속 좁은 소리는 티 내지 않고, 그 뒤로 이어지는 말들까지 그저 가만히 듣고만 있을 뿐이다. 더는 상대하기 싫다는 듯.)
히가시야마 이츠키:사감이랑 맞담? 농담이죠? 못생기고 나이 많은 아저씨랑 제가요? 아무리 봐도 제가 훨씬 손해인데요. 아무튼, 사감 주머니에서 담배 쌔비면서 이런 종이쪼가리를 같이 가져왔는데. 이거 학교에 퍼트리면 재미있어질 것 같지 않아요? (입에 꼬나문 담배는 침대 헤드에 비벼 끄고 당신에게 걸어와 웬 종이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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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OUT
[사감용 학칙]
제 4항. 기숙사 내 이성의 출입을 금지합니다. 또한, 동성 교제를 금지합니다.
음주 및 약물, 흡연 행위가 발각될 경우 최대 퇴학될 수 있습니다. 기숙사 사감과 교사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억하세요. 그것은 타락과 방종을 즐깁니다. 당신들도 그것의 제물로 선택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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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야마 이츠키:'그것'이 뭘까요? '제물'은 또 뭐고. 학교에서 인신공양 일어난다는 거 같은데, 부모님들이 아시면 참 좋아라 하시겠네요. 망상증 환자가 만든 인신공양 제물을 뽑는 학교에다 아이들을 보냈다고. (깔깔 웃다가) 제물이라니, 웃기지 않아요? 아브라함과 이삭의 이야기도 아니고!
마츠요 키미아키:그렇게 재미있을 것 같으면 너 혼자 잘 뿌려 보지 그래. 적어도 타락과 방종이라면, 내가 그 제물로 선택될 일은 없겠네. (관심도 없고, 별로 놀라지도 않은 듯 가만가만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 그리고 그게 사실이라면, 네가 제일 조심해야지 않겠어? 적어도 이 학교에서는.
히가시야마 이츠키:그을쎄요. 나는 그따위 학칙 바깥에 있는 사람이거든요. 백합 교표도, 단정한 교복도, 뭐 다 저한텐 의미 없는데... (권태로운 눈으로 잠깐 바깥을 보다가,) 아. 혹시 밤에는 몇 시에 주무시나요? 저 밤눈이 밝아서 옆에 사람 깨 있으면 못 자는데. 바른 생활 어린이 하셔야겠다. 기상 시간이 6시 30분이니까 새벽 두시 전에는 자고 싶거든요. (웬일로 정상적인 소리를.) 제 요구사항은 그것 정도. 뭐... 저한테 바라는 거, 더 있으세요? 담배 바깥에 나가서 피우는 거 빼고.
마츠요 키미아키:별로. 너무 늦게 다니지는 않는 선에서 웬만하면 자기 직전에 들어와서 잠만 자고 나가 주면 좋겠네. 밤잠은 나도 일찍 자는 편이니 걱정할 거 없어.
히가시야마 이츠키:빨간 책이나 물 빼는 건 괜찮다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방에서 편하게 할 수 있으면 저야 좋죠. (옷장을 열더니 냅다 잠옷으로 갈아입는다.) 그럼 피곤하니 일찍 잘게요.
뭐 저런 무례한 녀석이 다 있나요!
한 마디 더 하려는 찰나,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립니다.
벽면에 걸린 시계는 11시 49분을 가리키고 있군요.
소등은 자정인데, 누가 점호도 끝난 소등 시간 직전에 문을 두드리는 걸까요?
마츠요 키미아키:(이츠키를 가만히 바라본다... 네가 나가라는 듯)
히가시야마 이츠키:저한테 찾아올 사람 없는데, 선배 손님 아니에요? 친구 녀석들한테는 밤에는 찾아오지 말라고 말해 뒀거든요. 제 친구들은 친절해서 말이죠.
마츠요 키미아키:(처음으로 기분 나쁜 듯 인상을 쓰며 귀찮다는 어필의 한숨을 푹, 쉬고 나서야 문을 열러 나간다.) 그래도 앞으로는 웬만한 건 네가 나가. 나는 곧 졸업인데다 친구 같은 것도 얼마 없다고.
히가시야마 이츠키:뭐, 원하신다면야. (어깨를 으쓱하고선 침대에서 일어나 앉는다.)
문을 열면, 당신의 전 룸메이트가 서 있습니다.
이름은 스테판 버니스였던가요.
오컬트니, 신화니 하는 것에 과하게 전념하고 있다는 것만 빼면 좋은 룸메이트였지요.
안절부절못해하는 표정으로 그가 묻습니다.
스테판 버니스: 안녕, 키미아키 군. 저기, 혹시 짐 옮기면서 내 책 못 봤어? 내일까지 반납해야 하는 책인데... (불안해하는 표정. 책을 잃어버린 건 진짜다. 그러니 자정 직전에 여기까지 찾아왔지.)
마츠요 키미아키:네 책이라면... (잠시 '누군가' 창밖으로 던졌던 책을 떠올리곤) ... 잘 모르겠는데. 시간이 늦었으니 이만 들어가 봐. 내일까지 반납해야 한다면 내일 찾아도 늦지 않겠지. 그리고 앞으로는 웬만하면 이런 일로 찾아오지 않았으면 해.
스테판 버니스: 으응, 알겠어. 미안해. 혹시 짐 정리하다가 표지가 좀 누렇고, 아무것도 안 적힌 책이 나오면 나한테 꼭 알려줘. 나한테는 정말 중요한 책이라.....
히가시야마 이츠키:어라, 그거 제가 본 것 같은데요?
스테판 버니스: 어, 어? 분명히 없었는데....... 어디서 봤어?
히가시야마 이츠키:버니스 씨 방, 201호 맞죠? 제가 아는 선배가 버니스 씨 룸메이트인 걸로 아는데, 그 선배가 창틀에 끼워놓던데요? 책 잃어버리고 찾아다니는 거 보고 싶다면서. 곧 열두시니까 빨리 찾아봐요. 없으면 내일 하던가.
스테판 버니스: 창틀에 있으면 창문 아래로 떨어졌을지도 모르겠네. 내일 찾아봐야겠다. 고마워. 내일 봐, 키미아키! (이츠키를 힐끔 보고는 도망치듯 사라진다.)
히가시야마 이츠키:아- 오늘도 좋은 일 하나 했네. 나는 왜 이렇게 착한가 몰라. 그쵸, 선배?
마츠요 키미아키:(대꾸도 않고 문을 닫고 들어가 옷을 갈아입는다. 아무래도 룸메이트가 문제인가? 오늘따라 유독 피곤하네...)
어느덧 밤이 깊어갑니다.
내일을 위해 이만 자야 할 시간이네요.
자정이 가까워진 시간, 이츠키는 창문을 열고 바깥을 쳐다봅니다.
그러든 말든 당신은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습니다.
창문도 열지 말라는 교칙이 있었던 것 같은데... 뭐, 알아서 하겠죠?
창문 밖을 쳐다보던 이츠키는, 문득 침대에 곱게 누운 당신에게로 고개를 돌립니다.
어쩐지 즐거워 보이는 얼굴인데......
...
방이 캄캄합니다.
세상은 달빛에 비칠 물건의 윤곽도, 손도 발도 찾을 수 없는 시커먼 어둠뿐입니다.
수억년을 존재해 왔지만 아주 갓난 것이기도 한 어둠.
이는 태양을 본 적 없고, 밤을 넘긴 적 없고, 시간을 느껴본 적 없는 거대한 어둠입니다.
사방이 이렇게까지 어두운 이유는......
그래요. 역시 피곤한 몸이 먼저 잠에 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말하자면 가위에 눌린 상태인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 잠깐.
마츠요 키미아키:
듣기
기준치:20/10/4
굴림:100
판정결과:대실패
세상이, 너무 고요하지 않나요?
숨이 가빠옵니다.
누군가가 목을 조르고 있는 것 같은 기묘한 느낌.
겨우 가위에서 벗어나 눈을 뜨면, 아침입니다.
좁은 커튼 틈 사이로 한 줄기 햇살이 당신의 눈을 간지럽힙니다.
아침부터 뻐꾸기들이 지저귀는군요.
옆 침대를 보면, 새 룸메이트는 아직 잠에 빠져있습니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도록 배게에 머리를 처박은 채 잠에 든 모습은, 학생이라기보다는 술 처먹고 노숙한 놈팡이 같군요.
당신은 코를 골기 시작하는 히가시야마를 버리고 학생식당으로 향합니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 학생식당은 아침을 먹으러 온 학생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스프를 떠먹으며 꾸벅꾸벅 조는 녀석도 있는가 하면, 라틴어 단어장을 손에 쥐고 외우고 있는 공부벌레도 있네요.
그러나 그 많은 학생들 중 버니스는 머리카락 한 올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직 잠에 빠져있는 걸까요?
그렇다기엔 그 룸메이트인 게이먼은 아침을 먹고 있는데요.
비록 게이먼도 상태가 별로 좋아 보이진 않지만요.
게이먼은 받아 온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멍하게 앉아만 있습니다.
주변 학생들이 그를 스쳐 지나가도 그는 여전히, 얼어붙은 모습 그대로입니다.
간밤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걸까요?
저 가엾은 영혼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가서 말이라도 걸어보지 않겠어요?
마츠요 키미아키:(게이먼의 모습을 보고 호기심이 돌긴 하지만,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굳이 하는 마음이 더 앞선다. 계속 살피면서 아침을 받으러 간다.)
아침은 감자 스프와 소세지, 그리고 잼 바른 토스트입니다.
매일 아침마다 나오는 메뉴 그대로군요.
사람들이 빼곡히 들이찬 식당 안에서, 밥을 받은 당신은 앉을 자리를 찾습니다.
오, 이런.
게이먼의 상태가 안 좋아보여서일까요?
당신은 그의 맞은편 자리가 비어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키미아키.
서서 먹을까요, 그냥?
마츠요 키미아키:(서서 먹는 건 좀 그렇지... 게이먼 맞은편 자리에 앉아 밥을 먹는다.)
맞은편에 앉은 게이먼은 여전히 굳어있는 상태입니다.
안색은 창백하고, 그 앞에 놓인 감자 스프는 이미 차게 식어있군요.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여기에 앉아 있었던 걸까요?
마츠요 키미아키:
정신분석
기준치:20/10/4
굴림:12
판정결과:보통 성공
게이먼: 어제 왜 무시했어?
게이먼이 텅 빈 눈으로 질문합니다.
게이먼: 마츠요, 넌 들었잖아. 들었지? 비명소리를 말이야. 아무도 못 들었다는 건 말도 안 돼. 그렇게 크게 비명을 질렀는데......
마츠요 키미아키:(밥을 먹으려고 수저를 들었다가 게이먼의 질문을 듣고 조심스레 내려놓는다.) 그게 무슨 말이야? 비명 같은 건 듣지도 못했어. 설령 내가 소리를 들었다 하더라도, 식사를 방해할 정도로 잘못한 건 아닌 것 같은데.
게이먼: 사감들도 우리를 무시했다고. 그렇게 비명을 지르고 도와달라고 애원했는데도! 버니스가, 그 빌어먹을 책을 꺼내겠다고, 그 망할 책이 거기 걸려 있지만 않았더라면...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치다가 흐느낀다.)
마츠요 키미아키:어제부터 그 책 얘기는 도대체 뭐야? 무슨 책이길래 그렇게 중요한 건데?
게이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갑작스럽게 소리치고는 다시 작은 목소리로 빠르게 중얼거린다.) 그 망할 책을 꺼내겠다고 버니스가 창문 밖으로 상체를 빼냈다고. 열두시가 넘었는데, 열두시가 넘었다고. 그래. 그리고 검은 사슴이...... (허탈하게 웃는다.)
마츠요 키미아키:(게이먼의 고함소리에 놀라 눈을 천천히 감았다 뜬다. 제정신이 아니네... 하는 생각에 더 이상 말을 걸지 않고 내려놓았던 수저를 든다.)
게이먼: 허리부터 다리만 남은 버니스 옆에서 어떻게 잠을 잘 수 있겠어? 응? 마츠요. 사슴이, 검은 사슴이! (손에 쥔 종이쪽지를 당신의 얼굴에 냅다 던진다. 미친듯이 웃으며 철제 식판을 바닥에 내던지고 말리는 사람들에게 주먹을 휘두른다.)
완전히 정신이 나갔군요?
그나저나, 게이먼이 말한 것... 사실일까요?
허리부터 다리만 남았다니.
검은 사슴이 그를 뜯어먹었다니 말이에요.
정신이 나간 걸 보니 거짓말 같진 않은데.
어떻게 할까요, 키미아키?
마츠요 키미아키:(정신이 나간 사람은 정신이 나간 사람일 뿐... 무시하고 밥이나 먹는다.)
곧 건장한 학생들이 게이먼을 제압합니다.
그건 그렇고 키미아키. 그 토스트 먹을 수 있겠어요?
아까 전까지 게이먼이 소중하게 쥐고 있던 종이 쪽지가 잼 발린 토스트 위에 떨어져 있는데요.
잼 위에 종이가 떨어져서, 으. 끈끈해 보여요.
마츠요 키미아키:(종이는 궁금하니까... 떼는 김에 내용을 읽어본다.)
어디에선가 찢어낸 종이에 급하게 무언가를 적은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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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OUT
[사감용 학칙]
제 5항. 학교 인근의 숲에서는 맹수가 출현합니다. 자정 이후로 기숙사 바깥으로 외출하는 행위를 일체 금지하며, 기숙사를 무단으로 외출했다가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서 학교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또한, 새벽에 기숙사를 함부로 돌아다니는 행위를 일체 금지합니다. 새벽 중, 누군가 기숙사 문을 두드려도 무시하십시오. 학칙을 어긴 다른 학생들을 숨겨주는 행위가 발각될 경우 벌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숙사는 기숙사 외벽과 창문까지를 의미합니다. 창문 밖으로 신체 부위를 노출시키는 행위는 모두 외출로 규정됩니다. 1910년에 찰스가 기숙사 창문 바깥으로 머리를 내밀었다가 어떤 일이 생겼는지 기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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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감용 학칙, 이요?
어제 히가시야마가 하던 헛소리가 떠오르네요.
그 헛소리가 단순한 망상은 아니었나 보죠?
다른 학생들에게 제압된 게이먼은 바닥을 긁으며 웃기만 합니다.
선생님이 게이먼을 데려가고, 식당 안은 잠시 조용해졌습니다.
학생들이 다시금 웅성거리기 시작한 것은 곧이었지만요.
웅성거리는 말소리 중 몇 마디가 귀를 잡아챕니다.
마츠요 키미아키:
듣기
기준치:20/10/4
굴림:11
판정결과:보통 성공
학생 A: 어제 봤어?
학생 B: 뭘?
학생 A: 창문 밖에, 시커먼 게 휙 지나가더니.... 입을 크게 벌려서.
학생 B: 열두 시가 넘었는데 창문 밖에 몸을 내밀었다고?
학생 A: 응. 버니스가 말이야. 그것에 먹혀서.......
학생 C: 나도 봤어. 버니스는 왜 교표를 착용하지 않은 거야? 교표를 달고 있으면 안전하다며.
학생 A: 교표를 달고 있었어도 열두시를 넘었으니까 소용은 없었을걸.
신경 쓰이는 이야기네요.
버니스는 정말 죽은 걸까요?
크게 와닿지는 않는 말들입니다.
그렇지만, 정말 검은 사슴인지 뭔지가 버니스를 잡아먹은 게 맞다면...
마츠요 키미아키:
SAN Roll
기준치:70/35/14
굴림:67
판정결과:보통 성공
마츠요 키미아키, 이성 감소 없음.
신경 쓰이는 이야기긴 하지만, 역시 그리 와닿지는 않습니다.
버니스와 그렇게 친했던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허무맹랑한 이야기잖아요.
현실감이 없습니다.
사감 선생님이 학생식당으로 들어옵니다.
아침을 먹으러 온 것은 아닌 것 같고, 무언가 공지가 있나 보네요.
사감: 여러분, 아침부터 슬픈 소식이 있습니다.
학우 하나가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병이 발병한 것 같더군요. 그는 선생님들의 인도 하에 안전하게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니, 모쪼록 학내 면학 분위기를 흐리는 소문을 퍼트리는 것은 자제해 주시길 바랍니다.
게이먼 군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모두 학업에 열중하여 명예로운 스태그필드의 역사가 됩시다.
학업 스트레스요?
게이먼이 학업에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던 학생이었던가요?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아무리 그래도 학업 스트레스로 미쳤다는 말은, 너무하지 않나요?
어떤 바보가 그런 말을 믿겠습니까.
...그러나, 그런 바보들은 모두 스태그필드에 모여 있는 모양입니다.
기묘한 위화감이 등을 타고 올라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습니다.
똑같은 표정과 똑같은 속도로, 모든 학생들이 말입니다.
당신은 옆에 앉아있던 학생의 얼굴을 봅니다.
신의 말이라도 듣는 것처럼, 총기 없는 눈으로 그저 받아들이고만 있습니다.
마츠요 키미아키:
정신
기준치:80/40/16
굴림:72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건 확실히 이상합니다.
이전에도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미쳐버린 학생들이 있지 않았나요?
그것도 한둘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그러나 그 때는, 당신도 다른 사람들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지 않았던가요.
지금처럼 말입니다.
지금도, 당신은, 다른, 사람들과, 같은, 박자로, 고개를, 끄덕이며.
...
히가시야마 이츠키:정신 차려요.
누군가 당신의 어깨를 건드립니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 숨이 가빠옵니다.
당신을 이 이상한 주술에서 빠져나오게 한 것은, 역시나 히가시야마입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경멸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을 바라보고 있었지요.
마츠요 키미아키: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7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28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돌아본 히가시야마는, 어제와는 달리 단정한 교복 차림입니다.
여전히 넥타이에 백합 교표는 달고 있지 않지만.
히가시야마 이츠키:그 넥타이핀, 빼두고 다니는 게 좋을 걸요. (경멸어린 표정을 지우고, 평소의 능글맞은 목소리로 말합니다.)
마츠요 키미아키:(당신의 말에 미간을 좁히며 넥타이핀을 빼면서) 그런 걸 왜 나한테만 알려주는 건데?
히가시야마 이츠키:글쎄요...... 선배가 마음에 들어서? (살살 눈웃음을 친다. 진심인지, 가식인지 모르겠는 얼굴.)
마츠요 키미아키:(제대로 말해줄 거라고는 생각도 않았지만,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히가시야마 이츠키:뭐-어, 안 믿나 보네요. 그렇지만, 넥타이핀을 하고 다니면 저 멍청이들처럼 되는 건 이제 알겠죠? 전 선배를 도와주려고 이러는 거라구요. (식탁을 돌아가 아까 전 게이먼이 앉았던, 당신의 맞은편에 앉는다. 한 손으로 턱을 괴고선,) 식사 마저 하세요. 배부르게 먹어야 수업을 듣죠.
마츠요 키미아키:날 도운다는 말 자체는 믿을게. 그래도 그 이상의 호의는 필요없으니 알아서 해.
히가시야마 이츠키:저런. 매정해라. (입술 삐죽) 귀여운 후배가 도움까지 준다는데, 고맙다는 말 한 마디도 없고.
마츠요 키미아키:너도 들어봤겠지만, 상대방의 동의 없이 도운답시고 건드는 건 호의보다 무례에 가깝거든. 내가 불쾌하게 받아들인 건 아니지만, 조심하는 게 좋겠어.
히가시야마 이츠키:들어본 적 없는데요, 그런 말.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더니) 뭐, 조심은 선배도 하는 게 좋을걸요.
마츠요 키미아키:(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다 태연히 스프를 떠먹는다.)
히가시야마 이츠키:어라, 진짠데. (당신의 뒷편에 있는 시계를 턱짓한다. 홈룸 시작 시간까지 10분도 채 남아있지 않았다.) 나야 수업 안 들어가도, 상관 없지만 선배는 상관 있잖아요?
마츠요 키미아키:(당신의 턱짓에 시계를 확인하곤 눈살을 찌푸린다. 스프를 몇 차례 떠먹다가 한숨을 쉬고.) 도대체 이게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알려줘서 고맙다. (말을 마치고 수업을 듣기 위해 식판을 정리하고 자리를 옮긴다.)
히가시야마 이츠키:뭐하자는 거긴요. 아- 나도 오랜만에 홈룸이나 가 볼까. (떠나는 당신을 보며 웃으며 일어선다.)
저 녀석, 어찌나 무례한지!
덕분에 홈룸은 제시간에 들어갔다지만, 그 능글거리는 태도가 영 거슬립니다.
저기, 키미아키.
버니스와 게이먼에게 일어난 일, 궁금하지 않아요?
아까 전 백합 교표 이야기는 또 어떻구요!
학교에 숨겨진 비밀을, 당신이 원하면 파헤칠 수 있는 기회인데.
정말로 궁금하지 않냐는 말이에요.
마츠요 키미아키:(하나도 궁금하지 않다... 학교의 비밀 같은 걸 알아봤자 어디다 쓰지? 비밀을 알아내서 고발했다가 졸업이라도 못하게 되면 어쩌려고.
)
어디다 쓰긴요? 다아 쓸 데가 있답니다.
들어보세요, 그 둘에게 있었던 일을 조사하면 말이죠.
'교칙'을 지키지 않아서 벌어지는 일들을 어쩌면, 막을 수도 있을지도 몰라요.
교칙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지키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조차 제대로 모르잖아요?
오, 키미아키. 규칙은 규칙이니까 지켜야 한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
이 학교가 수상하다는 것정도는 이제 알잖아요.
마츠요 키미아키:학교가 수상하더라도 이미 입학한 이상, 나는 최대한 조용하고 눈에 안 띄게 학교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어. 굳이 그걸 내가 조사해야만 하는 이유가 뭐지?
분명, 당신의 기숙사 방은 301호였죠?
그리고 4층은 공사중이라고 했고요.
그런데, 밤에 4층에서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 않았던가요?
쿵, 쿵, 하고 돌로 바닥을 찧는 것 같은 소리가.
당신의 심장이 뛰는 것과 같은 박자로,
묘하게 어긋난 타이밍에 울리지 않았느냐 이 말이에요.
공사를 모두 자는 밤에 진행할 리는 없잖아요?
이것도 사감용 교칙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요.
혹시 모르죠, 공사중인 4층에 '사감용 학칙 5항'에 적혀 있는 맹수가 살고 있을지?
조용하고 눈에 안 띄게, 평범하게 살고 싶은 마음은 알겠어요. 키미아키.
그렇지만... '뭔가'를 깨달아버린 순간, 조용한 삶은 멀어진 것 같지 않나요?
백합 교표와 이상한 마술 같은 것 말이에요...
이건 어떻게 생각하나요?
마츠요 키미아키:(생각을 거듭할수록, 물론 여전히 규칙을 잘 지킨다는 가정 하에 아무런 일이 없다면 그저 규칙을 지키며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서도 룸메이트가 바뀌면서부터 무언가에 단단히 엮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솔직히 여전히 조용하고 흘러가는대로 살고 싶지만 그럼에도 어떤 위험요소가 있다면 제거하는 편이 더 조용한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 어차피 룸메이트가 그 아이인 이상 계속해서 이런 일에 휘말릴 것은 분명하니까.)
그래요, 그 녀석이 문제죠.
그렇다고 해서 학교에서 그 녀석을 쓱싹할 수는 없으니...
뭐, 방과 후 시간에 조금 시간을 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어요?
학교의 비밀이나 거대한 비리, 도시괴담 같은 걸 파헤치는 게 아니에요. 우리는.
매일 다니던 공간을, 조금 더 세심하게 관찰해 보자는 거지요!
조사해 볼만한 장소는 어차피 기숙사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어때요? 기숙사를 둘러보는 건?
마츠요 키미아키:(고심 끝에, 일단 수업을 듣고, 남는 시간에 기숙사를 둘러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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